하피스, 잔혹한 소녀들

하피스, 잔혹한 소녀들
에이버리 비숍 지음, 김나연 옮김 / 하빌리스 / 2021년 8월

인생에 있어서의 가장 잊지 못할 부분들 중엔 아마도 친구와의 우정이나 유대관계도 포함될 듯싶은데 만약 이 시기가 악몽으로 끝나고 더 이상 기억하고도 싶지 않다면?

제목 자체가 섬뜩하다.

어떤 사연이길래 '잔혹한'이란 말이 붙게 되었을까?

에밀리는 주로 마음에 상처를 입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그들을 치료해주는 상담사다.

그녀 자신이 청소년 시기에 겪었던 상처들을 고의적으로, 암묵적으로 회피 내지는 겉으로 드러내지 않도록 애를 써왔던 기간이 있었던 만큼 누구보다도 자신을 찾아온 청소년들의 마음을 잘 아는 사람이다.

어느 날 그토록 잊고 지냈던 중학교 동창생들 중 한 명이 자살을 했다는 소식을 엄마가 전해줌으로써 다시 예전의 기억을 떠올리게 되는 그녀, 왜 그 친구는 자살을 했을까?

학창 시절 또래들이 겪게 되는 집단 내에서 겪는 좌절과 생활 차이에서 오는 위축감, 같은 동아리의 멤버라도 서로가 서로를 험담하고 리더라고 지칭되는 아이의 주도 하에 벌어진 끔찍한 사건들,  과거를 연상시키는 현재의 벌어진 상황들을 추적해 나가는 에밀리의 시선을 통해 독자들은 자신들의 학창 시절을 떠올려 보게 된다.

전학 온 그레이스를 두고 벌였던 멤버들 간의 그릇된 행동들은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집단이란 단체성이 주는 압력과 이를 거부하지 못하는 마음, 결국 이 모든 일들 뒤에 연이어 다른 동창생의 죽음이 겹치면서 사건의 진범은 누구인지를 궁금하게 만든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나오는 여자 괴물(머리와 몸에 새의 날개와 발을 가진 괴물)인 하피스를 자칭하며 그녀들이 한 맹세, "한번 하피스는 영원한 하피스"란 말을 통해 그 누구도 거부할 수없던 행동을 했던 그녀들의 죄를 단죄하기 위해 희생자가 나타난다는 설정은 왕따, 같이 있지만 없는 것처럼 보인 행동들, 하수인처럼 여기는 행동들이 반전의 진행을 통해 드러나면서 시원함을 느끼는 대신 아픔이 많이 드러나는 작품이다.

이 작품 속에는 '파리대왕'의 내용을 통해 만약 소년들이 아닌 소녀들이 같은 상황이라면 어떠했을까에 대한 에밀리의 생각이 들어있다.

소년들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유약하지도, 연약하지도 않았을 것이란 생각, 멋도 모르고 저지른 것이 아닌 나쁜 행동임을 알면서도 저질렀던 그때의 일들이 부메랑 되어 돌아온 사건의 전말들, 그녀는 이 모든 것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이제 너도 나도 답을 알겠지?

반전의 맛과 오싹함을 느끼는 구절로 독자들의 허를 찌른 작품이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