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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세 번쯤 하는 게 좋아
고요한 지음 / &(앤드) / 2021년 7월
평점 :
분명 장 데이비드의 의도는 영주권만 얻으면 된다는 계획하에 마거릿에 접근한 것이다.
34살의 불법체류자로서 연인인 데이지가 자신 때문에 다친 다리를 보면서 영주권을 얻게 된다면 이 모든 불안한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스너글러로 일하면서 알게 된 뉴요커 70이 넘은 할머니 마거릿에게 청혼을 한 사실은 마거릿이 받아들이면서 결혼하기까지, 그리고 그 이후를 다룬 작품은 제목부터가 눈길을 끈다.
두 번 결혼 생활 이후 홀로 강아지와 살아가는 그녀, 독신으로 홀로 독 고사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는 노년의 솔직한 생각들과 장의 의도를 분명 알고 있음에도 자신이 죽을 때까지 지켜주겠다는 그의 생각을 믿고 결행했던 사실은 아들의 반대에 부딪친다.
장 또한 데이지의 반대를 무시하고 끝까지 이 모든 것은 너를 위해 하는 일이라고 되뇌지만 결국은 데이지에 대한 전화마저 무시하는 행동을 보인다.
사랑이란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그 어떤 무형의, 오롯이 감정에 의해 상대방과의 교류를 통해 느끼는 것이다.
장의 의도가 분명 불순하게 접근했더라도 마거릿과 생활하면서 점차 그녀가 가진 생각과 자신의 지나온 인생 이야기를 서로가 알게 되면서 느낀 그때의 감정은 사랑이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것이 서로의 위안이란 말이나 동정, 연민이란 말로 대체되더라도 둘의 그 순간만큼의 감정은 모든 것을 떠나 일말의 사랑을 느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실제 미국에서 외로움이나 곁에 누군가 있어줄 필요를 느낀 사람들이 안아주길 바란다는 것에 착안한 직업인 스너글러란 직업은 이 작품을 관통하는 외로움과 사랑을 그리워하는 모든 것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노년이라고 욕망이 없을까?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저 겉 표면에 보인 나이란 숫자를 보고 판단하는 타인들의 시선일 뿐, 마거릿은 죽은 남편 게리에 대한 사랑을 잊지 못하고 장을 통해 죽은 남편을 대신한 젊음을 보며 대리 만족을 느끼고 장 또한 그녀의 요구를 들어줌으로써 자신의 영주권 획득을 위해 이 모든 것을 감내하는 진행이 그릇된 사랑이라고 할지라도 둘만의 서로가 원한 바를 이룬다는 것에는 만족할 거래란 사실로 그려진다.
- "처음에 데이비드는 내게 철새 같은 방문객이었어. 그런데 어느 때부터 데이비드를 부를 때면 마음이 설렜어. 데이비드를 기다리는 시간이 얼마나 행복하던지. 데이비드가 오는 날은 목욕을 하고 가장 아름다운 잠옷을 입었지...(중략) - p134~135
마거릿이 말한 결혼은 세 번 하는 것이 좋다는 의미는 노년에 이르러 느끼는 고독과 외로움을 함께 견디며 곁에 있어줄 그 누군가를 그리워한 그녀가 결혼을 결심하는 과정을 통해 목적은 달랐어도 서로가 원한 바를 이루는 과정에서 오는 느낌은 다른 류의 사랑이란 생각이 들게 한다.
- "그래 세 번, 세 번째 결혼은 황혼에 하는 거야. 나처럼. 황혼의 외로움을 결혼이 아니면 무엇으로 채우겠어. 늙고 차가운 몸뚱어리를 무엇으로 채우겠냐고." -p 172~173
그녀가 원했던 끝까지 자신의 존재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 줄 책을 써주길 바란 마음, 장은 그녀의 원한 바를 이뤄줄 수 있을까?
사랑이 사랑이 아닌 줄 모르고 지나는 과정들, 사랑인 줄 알았지만 아닌 감정들, 지나고 보면 이 모두가 한순간에 스쳐 지나가는 인생의 한 과정임을 느끼게 하는 장편소설 작품, 장이 그가 원한 바를 이뤘지만 또한 원한 바를 이루지 못한 것들, 여전히 사랑이란 감정에 대한 다양한 모습들을 보인 작품이다.
***** 츨판사 도서 제공으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