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권영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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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야행'을 쓴 작가의 작품이다.


작가의 전 작품을 읽어본 독자라면 작가가 그린 독특한 세계를 기억할 것이다.

이 작품 또한 그런 연장선에 있되 전 작과는 같은 듯하면서도 다른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모호한 세계를 그린다.


작가의 분신처럼 등장하는 나, 모리미는 작품 쓰기에 힘들어할 때 즈음  1982년 사야마 쇼이치란 사람이 쓴 소설책 '열대'를 읽다 끝까지 읽지 못한 아쉬움을 남긴 채 행방이 묘연한 책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이상한 것은 이 책을 읽은 사람들에 대한 공통점이라면 교토의 헌책방이나 길거리에서 '열대'를 접했단 사실, '천일야화'란 이야기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는 점이다.


더욱이 책 출간 자체가 없었을뿐더러 작가의 존재 자체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어느 날 독서 모임에서 한 여성이 갖고 있던 책이 바로 찾던 '열대'였고 그녀는 자신이 책을 갖게 된 사연을 들려주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인 '열대'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천일야화에서 셰헤라자드는 죽지 않기 위해 왕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자신의 목숨을 이어나간다는 설정은 이 책에서 또 다른 천일야화의 이본으로써의 '열대'로 이어나간다.


저마다 '열대'에 얽힌 이야기를 한 사람씩 풀어나가는 형식은 천일야화를 연상시키고 이들은 자신들의 기억을 합쳐서 미완성의 열대를 완성하려고 한다.

 

그러던 중 열대 속 내용 안에 들어있던  '모래사막의 궁전'에 이어서  '보름달의 마녀'란 기억을 찾게 되고 이후 각자가 그리는 '열대'의 남은 부분을 찾기 위해 각자 길을 걷기 시작하는데 곧 한두 사람씩 사라지는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이후 눈을 떠보니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조차 모른 나가 남양의 바다, 마술을 부리는 마왕과 그가 지배하는 바다 이야기, 마왕에 맞서는 사람들, 돌고 돌아 다시 되돌아오는 패턴의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마치 뫼비우스 띠처럼 연이어 그려진다.

 

책을 읽고 난 후에 느낌이란 뭐랄까? 여태껏 읽은 과정 내내 천일야화 속에 셰헤라자드가 들려준 이야기에 빠져 있었나? 하는 느낌, 도대체 어느 순간부터 환상에 빠져들어 신드바드를 만나고 그와 얘기를 나누면서 현실 속으로 돌아왔는지에 대한 구분을 느낄 수가 없었다.

 

특히 시공간을 넘나들며 소설 속의 소설 이야기들, 로빈슨 크로우, 해저 2만 리, 보물섬, 신비의 섬에 이르기까지 명작들을 넘나드는 이야기들은 열대란 작품이 지향하는 이야기 속에 다양한 또 다른 이야기를 판타지를 통해 버무리면서 독자들에게 더욱 모호한 감정을 일으킨다.

 

 

제대로 이해를 하면서 읽었다는 느낌마저 자신감이 없어지게 만든 이 작품은  기존의 이런 패턴의 작품과는 다른 느낌의 작품이라 다시 한번 들춰보게 한다.

 

 

-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인생이라고 부르는 것뿐입니다.” -p 135

 

끊임없이 들려주고 이어나가는 이야기, 인생이란 바로 이런 천일야화나 열대 속의 이야기처럼 계속 이어진다는, 그럼으로써 새로운 인생이자 이야기의 연속성이란 것을 들려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 작품이다.

 

독창적인 저자의 작품, 기존의 작품에 익숙한 독자라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 알에이치코리아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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