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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조르바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21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평점 :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행동과 말들을 우리들은 얼마큼이나 표현하고 살아가는가?
실제로는 마음속에 담고 있는 생각이나 행동들을 나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한다는 것에는 우선 용기가 필요한 부분도 있다.
타산적인 이해관계와 이로 인한 이익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는 환경들, 그런데 이 모든 것을 거부한 채 진정하고 싶은 대로 하는 사람이 바로 조르바다.
언뜻 보면 배우질 못한 모습과 대화에서 느껴지는 것들이 되려 직접 해보지 못했던 대리만족을 시켜준 느낌을 주는 사람이라고 할까?
광산을 지니고 있고 무릇 지식인의 대열에 낀 나는 크레타로 떠나기 위해 준비를 하던 차에 60대의 노인 한 명이 자신도 데려가 달라고 하면서 동행을 한다.
조르바란 이름을 지닌 그와의 여행을 통해 그동안 자신이 갖고 있던 모든 것과는 정 반대인 행동과 말을 통해 나는 새로움을 느낀다.
자유인의 상징이라고 느낄 수 있는 조르바란 인물, 작가는 실제의 나와 조르바란 두 인물을 통해 진정한 앎과 자유는 무엇인지를 묻는다.
머리에 담긴 지식을 통해 그로 인한 자유롭지 못한 행동과 말을 하고 살아가는 가는 것은 아닌지, 이와는 반대로 조르바는 주위의 시선조차 신경 쓰지 않으며 직접 몸으로 부딪치고 생각하는 타입이다.
그런 그가 내뱉는 말들은 어쩌면 우리들 스스로가 느끼고 표현하고 싶었던 부분이며 더 이상의 구속이 없는 자유롭다는 것을 가장 잘 느끼고 표현한 인물이 아닐까 싶다.
광산에서 일할 때는 오로지 그것에만 신경 쓰며 사랑을 할 때는 사랑에만 몰두하는 사람, '현재'에 최선을 다하면서 '오늘' 그 자체를 즐기며 살아가는 모습에선 부러움마저 느끼게 된다.
- 「만사는 마음먹기 나름입니다」. 그가 조금 뜸을 들이고는 말을 계속했다.
「믿음이 있습니까? 그럼 문설주에서 떼어 낸 나뭇조각도 성물이 될 수 있습니다.
믿음이 없나요? 그럼 거룩한 십자가도 그런 사람에겐 문설주나 다름이 없습니다.」- p 321
때문에 오히려 더욱 자유로울 수 있는 여유를 가진, 나보다는 훨씬 인생에 대한 의미와 자유에 대한 무한한 느낌이 어떤지를 알고 있는 인물이 아닐까?
처음엔 이런 인물이 있을까도 싶지만 읽는 동안 점차 조르바란 사람에 대해 이해를 할 수 있는, 겉으로 보기엔 방탕하고 세상에 대한 부조리함을 비웃지만 정작 상처를 안고 이를 보듬어 가며 세상을 살아온 인물이란 생각이 들게 한다.
저자의 이 작품을 통해 현실의 부조리함, 종교에 대한 생각,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인간사에 깃든 여러 가지 부분들을 보인 것과 함께 우리들 스스로 인생에 대한 화두를 고민하게 한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그리스 크레타섬의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묘비명에 적혀 있는 글이다.
실존 인물이었던 조르바, 그와의 만남을 통해 작가의 분신처럼 나오는 '나'가 느낀 이야기 속에 담긴 자유인에 대한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본다.
재독을 통한 작품이지만 읽으면서도 여전히 조르바가 지구 그 어딘가에서 여전히 '오늘'을 위해 살아가고 있을 것만 같은, 꼭 만나보고 싶은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