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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린 - 낭만주의 시대를 물들인 프리마돈나의 사랑
빌헬미네 슈뢰더 데브리엔트 지음, 홍문우 옮김 / 파람북 / 2021년 5월
평점 :
인간이 느끼는 본능적인 쾌락의 표현 수위는 어디까지 허용되고 공감할 수 있는 것일까? 에 대한 생각을 하며 읽은 책-
이 작품은 19세기 유럽 낭만주의 시대를 풍미했던 오페라 배우이자 가수 빌헬미네 슈뢰더 데브리엔트가 자신의 일생을 통해 경험한 바를 담은 회고록이다.
성악가인 아버지와 배우였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녀는 당대를 풍미한 프리마돈나로서의 명성을 쌓은 실존 인물이다.
그녀 사후 2년 만에 세상에 나온 이 작품은 성애 문학이란 이름에 걸맞은 당대의 여러 나라에서 널리 읽혔던 작품이라고 한다.
책의 구성은 2부로 구성되며 1부인 사랑에 눈뜨는 과정과 2부인 사랑에 물들다란 제목을 통해 그녀가 직접 성에 대한 체험과 탐구를 통해 솔직한 느낌을 표현한다.
저자는 어린 시절부터 유독 일찍 성에 대한 궁금증이 많았던 인물로 비친다.
자녀들 앞에서 결코 감정 표현에 익숙지 않았던 근엄한 아버지와 정숙한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자란 그녀가 우연히 목격하게 된 부모의 모습과 이어 성장기에 접어들면서 육체적인 관심과 쾌락에 대한 궁금증을 알고자 하는 열정적인 모습들은 차후 그녀의 전 인생에 걸쳐 진행된다.
너무도 파격적인 표현의 감정들이 나오는 문장들은 한 인간의 성장 과도기를 거치면서 마주치는 관계된 사람들을 통해 동성애, 남녀 간의 결합, 사디즘에 걸쳐 육체적 탐미에만 그친 것이 아닌 진정한 사랑을 통한 아픔과 배신까지를 보인 여정을 보여준다.
***** 남자는 항상 무엇이든 싸워 이기려 든다. 그것이 여성이고 욕망이라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여자는 항상 무엇이든 맞춰 주어야 한다. 지극한 총애를 받더라도 그럴 수밖에 없다. 육체를 정복했다면 정신적인 부분마저 정복하려 들기 마련이다. 여자에게 이런 것은 치밀한 계산이 아니라 단순한 본능이다. 인간의 위대한 스승인 짐승들을 보면서 이런 면을 수도 없이 깨달았다. 암컷은 방어하고 뒤로 물러나고 도망치며, 수컷은 쫓고 덤비고 지배하는 풍경. - P. 76
시대가 요구하는 여성으로서의 정숙과 요조숙녀 타이틀을 갖고 살아가야 했던 그 시대의 여성들의 삶 모습 뒤에 감춰진 쾌락의 절정과 이를 통해 자신들만의 감정표출을 그들만의 세상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는 현실적인 사회 현상들은 충격적이다.
특히 그녀가 동성과 이성의 사이를 오고 가면서 펼친 쾌락 그 자체를 통해 남과 여의 구별이 아닌 진정한 한 인간이 지니고 있는 감정의 표출을 드러내 보고자 한 질주는 만약 당시에 살아생전 출간이 되었다면 어떤 영향들을 끼쳤을까를 생각해보게 한다.
시대가 요구하는 여성상이란 무엇인지, 여성 그들도 남성처럼 표현할 줄 알고 이를 통해 자신 안에 감춰진 감성을 표출한다는 것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임을 말한 그녀의 글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리마돈나라는 위치에서 타인들이 바라보는 자신의 위상과 처신들 사이에서 은밀한 만남을 할 수밖에 없었던 한계성을 느낀 여인이기도 했다.
진정한 사랑의 느낌으로 갖는 쾌락이 주는 의미, 본능에 충실한 감정으로 일탈을 통한 쾌락이란 무엇인가에 스스로의 체험과 서적, 대화를 통해 살다 간 그녀의 글들은 서구의 기독교 사회에 갇혀 표현의 자유가 제한적이었던 것을 탈피해 인간의 사랑 표현 행위가 지극히 당연하고 자연스럽다는 것을 솔직하게 담은 작품이란 점에서 신선하게 다가온 책이다.
***** 출판사 도서 제공으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