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 나씽 - 북아일랜드의 살인의 추억
패트릭 라든 키프 지음, 지은현 옮김 / 꾸리에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영화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아버지의 이름으로, 아일리쉬 댄스,  그리고 얼마 전 읽은 벨파스트의 망령들까지...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아일랜드로 향한다.

 

이 책은 역사적으로 불편한 관계에 있는 북아일랜드와 영국의 관계를 한 개인의 실종을 토대로 연관되어 다룬 논픽션이자 스릴러 소설로 분류될 수 있는 책이다.

 

아일랜드의 역사는 영국이 지배를 하면서부터 불안의 씨앗을 태동하고 있었지만 한 나라가 둘로 분리되면서 그들의 긴장 관계는 극도의 불안한 세월을 지속한다.

 

1960년 후반부터 1998년 “성금요일 협정”이 이루어지기까지 북아일랜드는  인명 피해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남긴다.

 

1972년 12월 어느 날 밤, 복면을 쓴 남녀 한 패거리가 벨파스트의 한 아파트에 들어와 열 명이 자식을 둔 미망인 진 맥콘빌을 납치한다.

 

그녀는 곧 돌아온다는 말이 마지막 말로 되어버린 채 실종이 됐고 그 이후 그녀의 자식들이 엄마의 존재, 정확히는 시신을 찾는 데는 오랜 시간이 흐른 2003년이나 되어서야 가능했다.

 

아일랜드의 역사를 논할 때 IRA와 신페인당을 빼놓을 수는 없다.

이들의 무장단체와 당이 설립되기까지는 분리된 북아일랜드 인들의 소망인 통일, 여기에 개신교와 가톨릭교 간의 대립과 개신교도들이 가톨릭교도들을 차별한 역사를 관통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대의를 위해 자신의 청춘을 바쳤던 실존 인물들의 인생과 활약들이 펼쳐진다.

 

책에는 대표적인 신페인당 당수인 제리 아담스, 브렌든 휴즈, 돌러스 프라이스, 마리아 프라이스 외에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데리 지역에서 평화로운 행군을 하고자 했던 그들에게 공격을 펼친 영국군들에 대항해 자발적으로 IRA에 들어간 두 자매의 활약은 피의 금요일, 피의 일요일을 거쳐 영국에 폭탄 사건을 빌미로 감옥에 수감되는 과정들이 들어있다.

 

여기에는 서로가 서로에게 공격과 살인, 폭탄이 난무하고 고문과 끄나풀이라 불리는 첩자들에게 행한 단죄의 형태로 살인까지 했던 '무명인'들이라 불린 특수형태 조직의 행동들을 그린다.

 

 

이런 가운데 제리 아담스는 폭력 외에 정치적인 노선을 통한 평화협정을 통해 영국과 성금요일 협정, 일명 벨파스트 협정을 통해 북아일랜드의 자치권 획득과 동시에 영국 잔류를 선택한다.

 

이는 곧 그동안 통일이란 대의를 위해 목숨까지 내놓았던 많은 의용군들, 자칭 급진파로 인식되는 IRA에 몸담았던 브렌든 휴즈, 프라이스 자매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남기는 결과를 낳는다.

 

그동안 그들이 행해왔던 살인과 폭파로 인한 희생자들은 무엇을 의미하며 무엇을 위해 이토록 애를 써왔는가에 대한 회의, 더 이상 자신이 그들에겐 쓸모없게 된 무용지물처럼 여겨지는 흐름들, 제리에 대한 배신감들이 한 번에 쏟아져 나오게 되고 이는 곧 미국 보스턴에 있는 보스턴 칼리지에서 비밀 프로젝트로 이루려던 한 계획에 동참하게 만든다.

 

 

 

 

일명 '벨파스트 프로젝트'라 불리는 이 계획은 '분쟁'에 대한 문서화를 하는 방법으로 실제로 참여를 했던 사람들을 찾아가 구술사를 통한 기록을 남긴다는 취지였다.

여기엔 실제 참여를 하는 사람들의 실명을 감춘 채 그들이 죽은 후에 공개하기로 약속을 하고 실행한다.

 

돌러스 프라이스, 브렌든 휴즈, 그 외 다른 사람들이 '대의'를 위해 행했던 일들, 여기에 진 맥콘빌의 실종사건 당시 누가 그녀를 죽였는지, 어디에 묻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서 프로젝트는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이를 알게 된 영국 정부가 녹취록과 기록을 요청하면서 이를 거부하려는 보스턴 칼리지 도서관 책임자, 역사의 한 장으로 연구를 목적으로 했던 프로젝트가 오히려 진범을 잡으려는 증거에 이용되는 아이러니함은 제리의 침묵과 부정으로 기소를 면하는 과정에 이른다.

 

읽다 보면 과연 그들은 무엇을 위해 싸웠나? 하는 생각이 든다.

 

대표적인 예로 진 맥콘빌의 죽음을 두고 다룬 이 흐름들은 아마도 진의 인생 자체가 아일랜드의 역사를 대표하는 듯하다.

서로 다른 종교를 가진 남과 여가 만나 정착하려 했지만 그 어디에도 속할 수없었던 냉담함, 정보원이었단 사실로 죽음을 맞이한 그녀를 두고 종파가 다른 종교 문제로 번진 이들의 역사는 돌러스와 휴즈의 지난 고백으로 인해 더욱 와 닿는다.

 

자신들이 해왔던 무수한 살상들은 통일을 이룬다는 전제하에 무마되고 인정될 수 있었다는 의미가 평화협정으로 인해 잊혀지고, 그들 스스로 죄의식에 사로잡혀 살아가는 모습들이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살상이 정당한 절차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침묵과 복종'이란 절대 규율 아래 만들어진 IRA의 비밀에 쌓인 진실들, 저자가 진 맥콘빌의 죽음에 가려진 진실을 파헤치는 장면과 녹음테이프를 두고 벌이는 일들은 흡사 스릴러의 긴박함마저 느끼게 한다.

 

 

 

이미 고인이 된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역사가 투쟁의 역사요, 저항이란 이름으로 삶을 마감한 사람들의 역사이기도 하지만 과연 그들은 무엇을 얻고자 했으며 원한 바를 이루었는지를 묻고 싶었다.

 

읽으면서 우리나라와 비교도 되는 역사의 흐름들이 비교되고,  브렉시트로 인한 북아일랜드의 앞날은 어떤 결정들을 내릴지 진실 속에 담긴 팩트를 통해 긴 아픔을 누르며 읽게 되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