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집으로 돌아간다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4
마쓰이에 마사시 지음, 송태욱 옮김 / 비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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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와 <우아한지 어떤지 모르는>이라는 작품으로 만났던 마쓰이에 마사시의 새로운 작품이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평범한 삶 속에 깃든 풍경들, 그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진한 여운을 남겨주는 작가의 필력은 여전하다.

 

홋카이도의 가상의 마을인 에다루라는 곳에서 살아가는 한 가족의 3대와 그들이 키우고 함께 살아가거나 살고 있는 네 마리의 홋카이도 견의 이야기는 할아버지, 할머니 시대인  1901년부터 1958년생인 중심 화자인 하지메까지의 이야기를 그린다.

 

대학 강단에서 강의하다 고향에 돌아온 하지메, 누나 아유미, 엄마, 아버지, 할아버지, 할머니, 세 명의 고모에 이르는 그들의 삶은 같은 일이라도 저들마다 느낀 시점에서 재해석되어 서술되기 때문에 독자들이 한 인물에 대한 공감보다는 상황에 따른 그들의 변화를 통해 느껴가며 읽게 된다.

 

일찍이 양부모에게 입양되었다가 본가에 오게 된 할머니 요네의 조산사로서의 삶은 남편 신조를 만나고 네 아이들을 낳아 키우면서 첫 손녀인 아유미까지 당신의 손으로 받아낸다.

 

하지만 하지메의 기억 속에는 없는 할머니에 대한 존재는 이후 세월이 흐르면서 노견들의 죽음과 새로운 만남, 누이의 암투병에 이은 죽음과 함께 시간이 흘러가면서 고모들의 죽음이나 치매로 인한 안정된 다른 시설로 옮기는 과정, 마지막 아버지의 죽음을 마주하면서 보인 삶의 모습들이 특별하게 그려지지 않는 보통의 우리들 삶을 보인다.

 

인간의 삶 자체에 대한 무한한 통찰력을 담백하고, 흑백의 수묵화 향이 나는 것처럼 그린 이 작품에는 긴장감의 고조라든가, 한 인물이 겪는 격동의 사건들이 없는 모두가 그렇게 살다 죽는다는 일반적인 모습을 저자만의 감각으로 그렸다는 점이 특별하게 다가오게 만든다.

 

 

탄생과 죽음의 중간 연장선상에 있는 겪게 되는 모든 일들의 여과기를 걸쳐 죽음이란 최종 종착지에 이르기까지 그들 곁에 함께 한 동물들과의 유대감은 위로와 위안을 느끼게 해 줌과 동시에 인간만이 느끼는 생과 사의 고통을 정작 느끼지 못하지만 자신의 주인들이 어떤 상황에 있는지를 알면서 행동하는 모습들엔 진한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개인적으로 지난 한 해는 너무도 힘들었던 순간들이 있었기에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서는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흘렀다.

인간이 더 이상 어떻게 해볼 수도 없는 불가능성이란 죽음에 대한 여정, 누구나 태어나고 하루하루 살아내면서 살아가지만 끝내는 홀로 죽음이란 실체를 마주하고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하지메나 그의 아버지, 고모들의 노화에 따른 변화들이 하지메 말처럼 어쩌면 미래의 나의 모습이 될 수도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하는 부분들이  너무도 가슴에 와 닿게 했다.

 

- 사라질 준비. 그것은 큰 고리를 중간 정도의 고리로 줄이는 일. 작은 고리를 중심을 향해 더욱 축소해가는 일, 고리였던 것은 결국 점이 되고 그 작은 점이 사라질 때까지가 그 일이었다. 하지메의 등에서 뻗은 보이지 않는 선 끝에 있는 소실점은 지금 에다루 어딘가에 더는 움직이지 않도록 핀으로 고정되어 있을 터였다.  - p 474

 

그런 의미에서 하지메가 소실점을 등지고 있는 장면부터 마지막 아유미의 출생을 그린 부분들은 특별한 사람이건, 평범한 사람이건 간에 모두가 평등하게 태어나 죽음이란 소실점을 향해 간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읽고 나서도 한동안 표시해둔 부분들을  들여다보며 잠시 생각에 잠길 수밖에 없는 작품, 한동안 그 진한 고요함을 떠나버릴 수가 없을 것 같다.

 

 

 


***** 출판사 도서제공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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