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파친코 1
이민진 지음, 이미정 옮김 / 문학사상 / 201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한국 근대사 역사에서 지울 수 없는 일제 강점기 시기를 통해 살아내야만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나본다.
저자는 이민 1.5세대에 해당하는 미국 작가다.
그런 그녀가 자신이 실제 경험해보지 못한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이 이야기를 썼다는 사실이 놀라웠고 덕분에 기사나 다른 작품에서 접했던 재일 조선인들의 삶을 다른 각도로 살펴볼 수 있는 책이라 반가웠다.
부산 영도 출신의 선자는 언청이에다 한쪽 발이 뒤틀린 기형인 아버지 훈과 15살의 어린 나이로 집안의 한 사람이라도 식량을 줄이려는 가족들에 의해 훈과 결혼한 양진을 엄마로 둔 자식으로 태어난 유일한 혈육이다.
그런 그녀가 13살 되던 해 아버지 훈이 죽자 엄마와 함께 하숙을 치면서 살아가던 중 생선 중개인인 나이 차가 엄마와 동일한 고한수와 사랑을 하게 되고 이어 임신까지 하게 된다.
그러나 그는 이미 일본에 유부남에 아이가 셋 딸린 사람으로 선자는 그의 현지처 같은 삶을 거부한다.
다행히 태어날 아이에게 성을 무려 줄 평양 출신 목사 이삭의 청혼을 받아들여 그의 형 요셉이 있는 오사카로 함께 떠나면서 재일 조선인으로서의 첫발을 내딛는다.
통상 디아스포라하면 유대인들을 떠올리게 되지만 여기 등장하는 재일 조선인에 대한 삶 또한 디아스포라다.
자신의 뜻에 따라 일본으로 건너간 사람들도 있겠지만 아마 대부분이 선자나 이삭 같은 경우가 아니었을까를 생각하게 되는데 오사카에서의 삶 또한 국내에서 살았던 것 못지 않은 어려움의 연속이다.
한수의 아들 노아가 태어나고 이삭이 신사 참배 거부에 따른 감옥행으로 인한 고문을 못이겨 죽으면서 생활은 점점 어려워져 가는 형편에 김치 장사를 하러 나설 수 밖에없었던 삶에 대한 진행은 여자로서의 인생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엄마로서의 본능처럼 선자를 움직이게 한다.
여기에 한수의 보이지 않는 도움은 끝내 그를 거부하고 홀로 아들을 키우려 했던 선자의 마음을 흔들어 놓게 되고, 스스로 조선인이 아닌 일본인으로서 살아갈 꿈을 지닌 노아의 다른 꿈들은 현실과의 균형을 통해 성공해 나가려는 인물로 비친다.
국내에서 일제 강점기의 참혹한 수탈과 만행들을 겪지는 않았지만 일본에서 살아가는 조선인들에 대한 일본 사람들의 가차 없는 차별과 시선들, 제대로 된 직업조차 가질 수 없는 현실상황에서 삶 또한 그 못지않은 어려움이 이어진다.
특히 가장으로서 아내에게 일을 하지 못하게 하는 요셉의 마음은 가부장적인 모습과 함께 가족들의 생존과 살기 위해 하루하루를 일본인의 고용주 밑에서 힘겹게 일을 해나가는 모습들이 시대의 흐름과 충돌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보인다.
미국이 일본에 대한 본격적인 폭탄 투하로 인해 선자의 가족들을 농촌으로 피난시킨 한수란 인물은 노아에 대한 친부로서 가질 권리 내지는 미래를 위해 아낌없는 도움을 주는 모습들을 통해 진정한 그의 본 의중은 무엇인지를 궁금하게 하는 캐릭터이자 야쿠자로서 당시의 상황에 따른 어느 편도 아닌 이익을 따지는 영리한 사업가로서의 자질이 두드러진 인물로 그려낸다.
- 내가 여기 사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 아냐, 난 여기가 싫어. 하지만 여기서는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있지. 넌 가난해지고 싶지 않을 거야. 그래서 생각이 많아지는 거야. 공산주의도 마찬가지지. 하지만 신념에 빠지면 자신의 이익을 잊어버릴 수 있어. 책임자들은 신념에 지나치게 빠져든 사람들을 착취할 거고. 넌 조선을 바로 잡을 수 없어. ㅡp356
1부에서의 이야기가 일본에 정착해 어려운 삶을 이어가는 가운데 노아와 모자수가 일본 본토에서 태어난 것을 그렸다면 2부에서는 그들의 성장과정이 담긴 이야기가 그려질 터 그들이 어떤 선택을 하며 인생을 헤쳐나갈지 기대가 된다.
***** 출판사 도서 제공으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