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불의 딸들

밤불의 딸들
야 지야시 지음, 민승남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3월

 '뿌리'란 영상을 접하고 큰 충격을 받은 기억을 소환한 작품이다.

이제는 누구나 아는 노예제도에 대한 부당함,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아무것도 모르는 토착민들을 실어 팔아버린 백인들이 야만성은 여러 작품이나 논픽션들을 통해 알고 있지만 이 작품은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아닌 가나계 아프리카 미국인이란 이름을 가진 저자가 자신의 뿌리 찾기처럼 다룬 작품이다.

300년 간의 역사 틈바구니 속에서 살다 간 조상과 그 후대 자손들의 이야기는 가나의 토착민들의 삶 모습과 함께 장광 하게 펼쳐진다.

노예로서 겁탈을 당한 마메의 두 딸들의 서로 다른 인생의 갈림을 다룬 이야기는 마메가 불을 지르면서 에피아가 태어나고 엄마는 도망을 간다.

이후 에피아는 당시 영국의 노예를 실어 나르던 제임스 콜린스가 아버지에게 돈을 주고 팔리면서 현지처로 살아간다.

그들 사이에 태어난 퀘이는 혼혈인으로 영국에서 교육받지만 노예를 다루는 환경에 맞는 아프리카 왕족 딸과 정략결혼을 하고 그의 아들 제임스는 이런 환경을 거부한 채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여인을 맞아 모든 것을 버리고 힘든 삶을 이어간다.

에피아의 다른 동생인 에시는 마메가 도망쳐 낳은 딸이지만 노예로 팔려 그의 자손 대대로 미국의 노예제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인생들을 살아간다.

한쪽은 다른 부족의 사람들을 팔아넘겨 부를 축적하는 일로, 다른 한쪽은 노예란 신분으로 전혀 다른 환경에서 목숨을 부지하며 살아가는 갈림길은 서로가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며 살아가는 것은 모르지만 그들의 후손들은 저마다 인생의 고통에 시달리며 살아간다.

저주받은 가족사로 점철된 에피아의 후손 아쿠아가 불의 환영을 통해 그의 아들 야우의 깊은 고통의 얼굴 상처를 남기는 과정이 있었다면 에시의 후손 H는 노예제 폐지가 됐지만 다시 탄광으로 끌려가 모진 고생을 하는 과정을 겪고 그의 아들은 마약에 젖는 삶을 사는 모습들을 보인다.

뿌리내린 자신들의 땅에서도 온전한 삶의 대한 평화를 이어갈 수 없었던 그들, 책 속에서는 우리가 아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이란 정체성에 대한 다양한 이미지를 엿볼 수가 있게 한다.

겉은 미국에서 태어난 아프리카계 미국인이란 모습이지만 그들 안에서도 서로 다른 시선의 부류가 있다는 사실, 그런 만큼 자신의 뿌리에 대한 정체성에 대한 의문에서 비롯된 마조리와 마커스가 서로 만나면서 이루어지는 과정을 통해  서로의 연대감들을 느끼게 하는 장면은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가난과 끝없는 전쟁의 피해 당사자들, 인간 이하의 차별을 받으면서도 활활 타오르는  불길처럼 그들의 끈질긴 생명력과 열정들을 통해 14명의 기나긴 인생 역사를 그린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삶 모습을 통해 한 곳에 정착해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의미들을 생각해 보게 한 작품이다.

 *****출판사 도서 제공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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