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길산 4 - 특별합본호
황석영 지음 / 창비 / 2020년 12월
평점 :
품절


 

3권에 이은 이야기는 이제까지 어떻게 민심들의 동향들과 이에 답하듯 각자가 처한 환


경에서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살다 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정리하면서 새로운 


일들을 보인다.

 


운부 대사를 위시해 장길산을 비롯해 그의 수하들, 박대근, 여환 스님과 대성 법주가 


된 갑송, 대용, 김기, 그 외에 주요한 인물들이 오진함에 모여 검계, 살주계가 실패한 원


인을 살피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세운다.

 

토포 작전이 있은 후 정신을 놓쳐버린 원향을 돌보면서 무녀로서 돌아오게 만든 여환 


스님에게 운주 대사는 검계, 살주계를 경기도 북방지역의 노속들과 연결시켜 주는 역할


을 부탁한다.

 

 

그곳에서 노적사의 정원태, 이경순의 수하 전생, 황회까지 만나니, 차후 한양을 덮칠 계


획의 일환이다

 

여기엔 스스로 군영에 입대해 그들의 뜻에 부합된 사람들 모집과 차후의 지리를 익히


기 위해 나선 시동, 그의 가족들과 친구들, 토포 작전으로 갈 곳이 막막했던 전성달이붙


타산에서 쫓겨난 심백과 법호가 있는 장군사가 있어 그들에게 의탁하면서 출행을 하기


로 하고 그 또한 검계의 일원으로 함께한다.

 


이렇게 무녀로서 꽃을 피운 원향을 비롯해 여환을 주축으로 미륵신앙을 통해 백성들의 


마음을 움직이니 어느덧 사람들 입에 양주 대전리에 용이 내려온다는 말들이 전해진다.

 

비바람이 쏟아지듯 내린 비와 몰려든 백성들의 민심이 흔들릴 염려에 계획했던 대로 거


사를 움직일 것을 포기한 채 일찍 서두른 여환의 미륵 세상 일은 여지없이 실패한다.

 

대를 위해 소를 택했던 자신들의 목숨을 담보로 모든 것을 담고 살다 간 사람들, 그 뒤


에 조정 대신들의 당파 싸움과 역병, 흉황은 미륵당이 일망타진됐음에도 여전히 진인


이 나타날 것이란 소문이 함께 더해지면서 사주전까지 저자에 나돌아 다니니 그야말로 


혼란한 세상이었다.

 

비로소 사주전에 관심을 두게 된 조정은 구월산 토포 작전에 함께 했던 박완식으로 하


여금 비밀 기찰을 명하게 되고 이는 곧 고달근에게까지 꼬리가 밟히면서 최형기까지 가


세하니 길산 패들의 주요 거점들이 일망타진되고 길산이 살던 곳까지 밝혀지는 긴박함


의 여정을 보인다.

 

 

재독을 통한 내용을 읽으면서 여전히 쫄깃쫄깃 두근거리는 가슴을 억누르며 읽은 총 4


권의 특별대본호의 여정이 마무리됐다.

 

살기가 편한 세상이란 무엇인가?

 

천하디 천한 재인 광대 출신의 장길산이란 인물이 왜 그토록 백성들의 입에 오르내릴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기나긴 여정을 다룬 이 소설은 모래 속을 움켜쥐어 손가락 사


이에 빠져나가는 한 줌도 안될 것 같은 보잘것없는 삶의 모습을 통해 행복한 세상은 무


엇인가를 묻는다.

 

숙종시대에 길산이란 인물은 스스로 출현하고 싶어 나온 인물이 아니다.

 



각박한 세상에서 천한 대접을 받으며 살아왔던 그가 본 세상은 부조리로 가득하고,


는 자가 더 부를 이루려 없는 자에게 더 악착같이 빼앗는 옳지 못한 제도의 그릇됨,


파란 것에 휘둘려 제대로 된 정사조차 하지 못한 왕에 대한 불신이 겹쳐진 모든 것을 통


해 하나의 희망으로 부상된 인물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가까운 모든 것을 포기하면서까지 활빈도를 하는 까닭은 백성들의 고


달픔을 누구보다 먼저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백성들 사이에 마음속 자리 잡은 미륵이 세상에 내려와 지금과는 다른 세상이 오길 바


란다는 간절한 바람은 이렇듯 길산 패의 활빈이란 것을 통해 더욱 그 진가를 발휘한다.

 

그렇기에 길산이 최형기에게 한 말은 의미가 남다르게 다가온다.

 

 

어리석은 놈,일찍이 관가의 통인으로 자라나 약한 백성의 온갖 수모를 겪고 보았으면


서 오히려 양반 사대부보다 더욱 우리 같은 천민을 미워한 자,자신의 하찮은 출세를 위


하여 이름 없는 양민의 목숨을 벌레같이 알았고,활빈도를 토포 한다는 핑계로 병장기


도 없는 아녀자들을 살해한 죄를 천추에 씻지 못할것이다. 내가장길산이란 허명이 있다 


하나 이것은 조선 팔도 방방곡곡의 백성들이 역병과 굶주림에 죽고 싸우며 이룬 이름이


지 내 이름이아니다. 비록이 작은 육신이 네게 죽어 썩어져 버린다 한들 너는 장차 수없


이 생겨 날 장길산과 활빈도를 어찌할 터인가.너의 공명심으로는 저자의 왈짜 배에게 


칼질이나 할 터인즉,개심하여 집에 돌아가면 유순한 가장으로 여생을 살아가거라.... - p 935

 

 

 

 

 

처음 장길산을 읽었을 때와는 조금 다른 마지막 내용 부분에 대한 것은 독자들이 각자 


받아들여지는것에 따라 다르겠으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기존의 편이 더 좋았다는 생


각을 해본다.

 

 

 

 

- 보잘것없다고 여겨지는 각 계층의 등장인물들의 됨됨이와 그들이 어떤 생각으로 이


세상을 바꾸고자 했는지, 저자의 말처럼 역사소설은 소설에서 다루고 있는 역사적 배경


못지않게 그 소설이 언제 씌여졌느냐 하는 당대성이 중요하단 점(p 6)에서 이 작품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고 생각한다.

 

 

펄펄 살아나는 생동감 있는 각기 개성 있는 등장인물들의 모습들, 저마다 지닌 고민들


과 세상과의 타협을 통해 사랑을 하고 사랑을 포기했으며, 이익을 탐함으로써 벌을 받


으며 보다 나은 세상을 그리고장길산이 그저 한낱 필부의 이름으로 남을 수도 있었겠지


만 한 명의 길산이 사라진다면 다른 길산이 나오는 그런 세상, 각자가 지닌 마음속의 미


륵님을 담으며 희망이 깃든 세상이 오길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 같을터이니 말이다.

 



 

 

 

 

 

 

 

 

~ 장산곶 마루에 북소리 나더니

  


   금일도 상봉에 님 만나보겠네

   


   갈 길은 멀구요 행선은 더디니

   


   늦바람 불라고 서낭님 조른다.

 

 

 

 

천상 광대요, 한 세상 자신이 가진 재주를 부리며 활빈한 길산의 광대짓이 여전히 그립


다.

 

 

 

 

.***** 출판사 도서 제공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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