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길산 1 - 특별합본호
황석영 지음 / 창비 / 2020년 12월
평점 :
품절





개인적으로 애정 하는 한국 작품들이 있다.

김주영의 '객주', 박경리의 '토지', 조정래의 '아리랑', 최명희의 '혼불', 그리고 황석영의 '장길산'이다.


여러 번의 읽기를 통한 작품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장길산과는 그렇지 못하던 차에 이번에 새롭게 특별 합본으로 함께 하게 됐다.


책을 받아본 순간의 설렘은 당시 읽었던 그 시간으로 돌아가기에 충분했고, 너무도 좋은 나머지 조금씩 읽는 것조차 아까울 정도였다.


문학이란 한 시대를 관통하는 여러 가지 모습들을 반추한다.

특히 작가가 현시점의 시대를 그린 것이 아닌 보다 먼 과거의 시대를 그리고 그 안에서 펄펄 살아나는 등장인물들을 어떻게 조명하느냐에 따라 읽는 독자들을 새로운 만남과 생각들을 하게 만든다.


여기에 장길산을 통한 그러한 감정들은 읽었을 때와 읽고 난 후의 느낌들이 보다 원숙해짐을 느껴가게 하는 작품이 아닐까 한다.


1권에서는 길산이 어떻게 태어났고 자라는지를, 광범위하게 엮어지는 다양한 인물들과의 만남을 주로 한다.


첫 풍경부터 장엄한 자연의 경관과 함께 문화촌 재인 마을의 광대패 장충이 연희를 하기 위해 잠시 들른 주막집에서 임산부의 여인이 곤욕을 치르는 것을 도와주게 된다.


이후 그 여인이 자신의 사연과 함께 사내아이를 출산하면서 숨을 거두게 되고 그 아이를 자신의 아들로 삼아 키우니 바로 길산이라 부른다.


세월이 흘러 장성한 젊은이로 큰 길산이 친구 갑송과 함께 자신들을 괴롭히던 무뢰배들을 혼내주다 송도 배대인 아래 행수로 있는 박대근과 인연을 맺게 되고 그는 함께 일해볼 것을 제안한다.


이후 마을로 돌아온 길산은 오갈 데 없이 손돌 노인네의 수양딸처럼 살고 있는 사연 많은 묘옥과 부부의 연을 맺게 되고,  그 이후 묘옥은 길산에 대한 사랑으로 평생 할 것을 다짐한다.


한편 신복동이란 해주 사람이 자신의 부하들이 길산과 대근에게 당한 분함을 풀이하고 바다의 이권을 차지하고 있는 임유학을 처치하기 위해 계획을 꾸미게 되는데,  이는 곧 대근의 큰 부상으로 이어진다.


형님 되는 대근의 일로 커져버린 사건은 길산을 옥에 갇히게 만들고 곧 죽을 날만을 기다리게 되는데 그곳에서 대근과 인연이 있는 우대용이란 자와 만나고 곧 대근의 계획에 따라 탈출에 성공, 마을로 돌아온다.


길산의 사건으로 인연을 맺고 있던 구월산 녹림당의 우두머리 감동이 있는 곳으로 옮긴 사람들을 만난 길산은 갑송과 함께 각각 봉순과 도화를 맞는 혼례를 치른다.


이처럼 하나의 사건이 굴비처럼 엮어지고 그 속에서 여러 사연들을 간직한 사람들과 의형제나, 아내, 그리고 사랑하는 정인을 만나지 못하게 되는 비운들까지를 그린 여정이 긴박하게 돌아간다.


길산이 죽은 줄 알고 있던 묘옥이 광대패로 자진 들어가 생활하다 여주 도기장 이경순을 만나고 또 그녀로 인해 그가 가진 모든 것을 잃어버린 채 도망자 신세가 되니 상류층의 계층들이 겪는 그 안에서의 서로 이권 다툼과 권력의 이간질이 있는 가운데도 보통의 힘없는 백성들의 고달픈 인생들이 대비되어 그린다.


천민이라 멸시받는 사람들 위에 양인이 있고 그 양인들 가운데 가짜 공명첩을 사들여 양반 행세를 통한 헛짓들이 있는가 하면 그 양반들과 결탁해 자신의 이속을 차리는 관원들과 이방이 있으니 당시 시대가 어찌 평안만 할 수 있었겠는가?


앞으로 길산이 어떤 과정을 통해 본격적인 녹림당으로서 행동을 보일지, 여전히 생생한 호흡이 있는 작품이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현대의 글 흐름에 맞는 어법에 따른 편의성이란 생각에 걸맞은 쉽게 읽히는 점도 있지만  개정판 전에 읽었던 우리나라 고유의 사투리가 없는 글들로 바뀌어서  맛깔스러운 냄새가 없어진 점이 그립기도 하다.(이것 또한 호불호가 가릴 듯..) 




***** 출판사 도서 제공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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