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할머니에게
윤성희 외 지음 / 다산책방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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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의 할머니는  한복 차림에 비녀를 꽃은, 그야말로 천생 여자란 말이 나올 정도의 단아한 모습을 지닌 여인이었다.

 

당신이 낳은 자식들 중 여자로는 막내였고 형제간에 나이 터울이 컸던 엄마를 두고 항상 막내, 막내 하며 수시로 결혼한 딸네 집에 오셔서 우리들을 거의 키우다시피 하셨다.

 

큰 사촌오빠와의 터울이 근 20년 차이가 나다 보니 같은 또래의 친구들 할머니라도 나의 할머니와는 또 세대의 차이를 느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해가 떠오르기도 전에 일어나셔서 머리를 감고 가지런히 머리를 땋고 정리해 쪽을 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 또한 동화책 속에서 나오는 한 장면처럼 떠오르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기억 속에 묻고 살았던 할머니를 다시 떠올리게 한다.

 

 

한국 여성작가를 대표하는 6인 6색의 저마다 다른 할머니에 대한 생각을 다룬 소설집은 다양한 삶 속에 그녀들이 견디고 살아왔던 시절을 통해 지금의 우리들 모습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꿈이란 것을 통해  여인의 삶을 들여다보는 이야기 속에는 첫 결혼 후 자식을 두고 나온 자신이 다시 재혼하면서 거둔 두 아이들과의 원만치 못한 관계, 죽은 남편의 기억을 떠올리고 사이가 멀어졌던 동생의 손녀를 보면서 느낀 할머니란 명칭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한다.

 

 

각 파트마다 저자들이 그린 섬세한 여러 할머니들에 대한 이야기는 과거부터 미래에 이르기까지 고른 이야기를 담고 있어 어느 것 하나 허투루 읽을 수가 없게 한다.

 

엄마, 딸인 나, 그리고 손녀이자 자신의 딸까지 템플스테이를 체험하는 이야기는 흔히 말하는 엄마처럼 살지는 않겠다는, 그 흔한 말들이 어느덧 자신도 모르게 딸에게 그대로 답습하듯 반복되는 말들을 하는 장면이 현재 그 누구라도 할 것 없는 평범한 모녀 사이를 드러낸다.

 

할머니란 칭호만 불렸던 그녀들에게도 한때는 '사랑'이란 감정과 자신의 것은 없었던 삶에 있어서 흑설탕 캔디에 얽힌 의지를 드러낸 대사는 인상 깊게 다가온다.

 

그런가 하면 미래의 우리들 모습일 수도 있을 것 같은 '아리아드네 정원'은 저출산의 정책으로 이민자들을 받아들이면서 생긴 세대 간의 마찰과 노년이란 것을 생각하는 타인들의 시선, 나가 생각하는 노년의 쓸쓸함과 정신과 육체의 서로 다른 동상이몽에 대한 현실, 등급을 매겨 A부터 F에 이르는 죽음에 다가서는 제도들의 상상은 현재의 모습 뒤에 과연 미래의 모습들은 어떨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과거의 우리들 할머니 모습부터 현재의 할머니 모습들 내지는 우리 엄마들의 모습들, 미래의 가능할 수도 있는 노년의 모습들을 통해 '할머니'에 대한 각기 다른 색깔로 오마주를 드러낸 작품들이라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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