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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않음 - 타인의 역사, 나의 산문
박민정 지음 / 작가정신 / 2021년 8월
평점 :
“잊지 않기 위해 세계를 끝없이 감각하며 쓴 문장들˝이라는 책 소개에 끌려서 꼭 읽고 싶었던 산문집, 완전 취향 저격의 민트색 북커버와 다르게 이름만 알고 있었던 박민정 작가님의 문체를 만난 첫인상은 낯설었다. 그리고 한 글자 한 글자 읽어나가기 시작할 때 아! 쉽지 않겠구나 하는 느낌이 왔다. 학창 시절 오래달리기를 한 번도 완주하지 못했던 나에게 그때의 생각을 떠올리게 되었던 것은 낯선 단어들과 상황들이 내 지구력을 요구하는 독서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꼭 이번에는 완주하고 싶다는 다짐도 하게 됐다.
‘톺아 보다‘ ˝샅샅이 훑어가며 살피다˝라는 뜻의 단어처럼 낯설지만 매력 있는 첫 만남, 읽어가는 내내 감정이 요동치기도 하고 잔잔해지기도 하고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들이 쏟아져서 사람 없는 평일 새벽 계곡에서 읽는 동안 풍경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오히려 매미소리들이 거슬려서 집에서 조용히 읽고 싶어졌다. 그리고 일단 읽고 다시 샅샅이 훑어가며, 톺아 보고 싶어졌다.
나에게는 책도 사람과 같이 만날수록 다른 인연과 연결된다고 생각하는데 최진영 작가님 또한 그랬다. 매번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미뤄졌었던 목록들이 다시 연결되어 기필코 만나게 되는 필연.
난생처음 친구들도 친정가족들도 일도 없는 지방에서 결혼과 육아를 시작했을 때 정말 막막했다 그래서 시작했던 블로그였다. 나도 잊지 않기 위해 읽고 쓰고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계속 읽고 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덕분에 다른 갈등들을 피해 갈 수 있었고, 그때도 지금도 가장 힘들 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하는 독서가 어느 순간 습관이 되어버렸다. 나도 살기 위해 선택한 것이었다.
쓴다는 것이 공포가 되었던 순간이 있었다. 그래서 한동안 블로그도 그 어떤 글들도 일기장 이외 공간에는 쓰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 다시 쓰고 있다. 결국 내가 존재하기에 더 필요한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기에 피하지 않기로 했다.
11살 딸아이에게 나도 모르게 ˝여자애가...˝라는 말을 하다 움찔했다. 내가 끔찍이도 싫어하던 어른이 내가 된 것이다. 그래서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잊지 않기‘위해 오늘도 나는 읽고 쓰고 있다. 마지막 최은영 작가님과 박민정 작가님의 우정이 부러웠다. 그리고 지금은 자주 만나지 못하는 내 친구들도 생각났다. 내가 큰소리로 말하지 않아도 들어주는 내 친구들 말이다.
박민정 작가님의 산문집 <잊지 않음>은 2014년부터 쓴 글들과 새로 쓰신 글들이 함께 있어서 내가 오르막길을 오르는 기분이 들게 힘들었던 문장들도 산책하는 기분으로 읽을 수 있는 문장들도 다양하게 접할 수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 있는 작가님의 사이다 발언을 나도 누군가에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많은 이들이 <잊지 않음>을 우리가 절대 잊을 수 없는 2021년 가을에 만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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