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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편지에 마음을 볶았다 - 귀농하고픈 아들과 말리는 농부 엄마의 사계절 서간 에세이
조금숙.선무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8월
평점 :
종갓집 맏며느리 모친, 농사짓는 시댁으로 시집간 고모 때문에 나는 장남과 농사짓는 시골이 집인 사람과는 결혼하지 않겠다고 노래를 부르며 다녔는데, 사람의 인연이라는 것이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이나 하듯이 장남에 농사를 부업으로 하는 신랑을 만났다.
호미도 제대로 못 잡아서 결혼 12년 차에 처음으로 밭에 잡초를 뽑았고, 농장물을 흘린 땀보다 얼마나 저렴하게 먹는다는 것을 하루하루 깨닫고 있는 중이다.
잡초를 뽑아본 후라서 그런지 《그 편지에 마음을 볶았다》의 표지( #디자인김은영 )는 ‘오해의 잡초를 헤치고 피어냐 이해의 말들‘을 너무나 잘 표현하고 있구나라고 느껴졌다.
잡초는 참 오해처럼 여러 모양으로 쑥쑥 잘 자란다.
시어머니의 팔이 골절되시는 사고로 결혼생활 12년만에 풀뽑는 일이 세상에서 제일 힘들구나를 느끼는 요즘이라서 더 공감하면서 읽을수 있었다. 그래서 귀농을 하겠다는 아들보다는 말리는 어머니의 입장에 더 감정이입이 됐다.
귀농과 귀촌의 차이를 설명해주는 어머니의 편지가 내가 시집오고 느낀것과 같았고, 병원문제 등등 괴산과 가까운 지방소도시에 살아본 나라서 맞장구 치면서 읽었다. 엄마이자 10년차 농부이신 조금숙님이 편지에 쓰신 농사에 관한 이야기는 내가 최근 몇년동안 직간접적으로 느낀 그대로 였기때문이다. 40년넘게 내가 느낀 태양의 뜨거움의 몇배가 더 되는 괴로움으로 느껴지는 여름날 밭의 더위는 상상을 초월했다. 멍때리기를 잘 못할 만큼 생각이 많은 나를 몇분만에 멍때리기의 달인으로 만들었으니 말이다. 신랑말로는 그게 더위먹은 거라고 했다.
시어머니 혼자서 가족 먹을거리만 하시는 밭일만 해도 아침저녁으로 고된 일이었다. 어머님의 빈자리가 신랑에게 그만큼 크게 느껴졌고, 혼자 힘에 부쳐하는 신랑을 조금이라도 돕기 위해 처음으로 나선 나에게 농사는 흘린 땀만큼의 노동의 대가가 너무나 적다는 것을 매번 느끼게 했다. 매번 ˝사 먹는 게 정말 싼 거구나!˝라고 말하면서, 농부는 사랑 없이는 절대 못하는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읽는 내내 고마움과 사랑이 느껴져서 좋았다.
귀농에 관한 이야기뿐 아니라 부부 사이, 형제 사이, 부모와 자식 사이 우리가 대하는 자세에 대해서도 좋은 예가 되는 구절들이 많아서 나는 가족을 위해 매순간 땀 흘리신 시어머니가 생각났고, 항상 배려했던 신랑이 생각났고, 40년 동안 같은 불같은 성격을 받아주고 불만을 매번 들어주는 여동생이 생각났다.
최근 읽은 어느 책보다 사랑과 흘린 땀방울이 가득 느껴지는 해피엔딩이었다.
‘더 잘 살기 위한, 한겨레출판의 에세이‘중 <탈서울 지망생입니다>랑 함께 읽어도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판사 서포터즈로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개인의 주관적 리뷰입니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0824/pimg_7136622053531006.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