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불특정 다수를 본능적으로 조심하는 자다. 잘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는 익명으로라도 말을 아낀다. 누군가에게 실례가될 수도 있고 스스로가 수치스러워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글은 기록으로 남지 않나. 기록된 글이 얼마나 세상을 떠돌며이리저리 오해될지 복희는 두렵다. 작은 오해라 해도 말이다. 복희는 그런 것이 내키지 않는다. 댓글 따위 안 남겨도 상관없다.
많은 사람이 복희처럼 인터넷을 사용한다면 세계가 지금보다좋아질지도 모르겠다고 슬아는 생각한다. 자신도 복희처럼 보는건 많고 쓰는 건 없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 집 바깥 사람들의 이야기를 잔뜩 보고 들은 뒤 집안사람들에게만 공유하고 싶다고도 생각한다.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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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너스는 지혜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조너스를 매료시킨것은 바로 색깔들이었다.
"왜 모든 사람이 그것을 볼 수는 없나요? 왜 색깔들이 사라졌나요?"
기억 전달자가 어깨를 한 차례 으쓱해 보였다.
"우리들이 그쪽을 선택했어, ‘늘 같은 상태‘로 가는 길을 택했지. 내가 있기도 전에, 이 시대보다도 전에, 옛날 아주 오랜옛날에 말이야 우리가 햇볕을 포기하고 차이를 없앴을 때 색깔 역시 사라져 버렸지."
그가 잠시 생각하더니 말을 이었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많은 것을 통제할 수 있었지. 하지만 동시에 많은 것들은 포기해야 했단다."
조너스는 아주 격렬한 어조로 소리쳤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어요!"
기억 전달자는 조너스가 단호한 반응을 보이자 조금 놀란듯했다. 하지만 다음 순간 그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아주 빨리 그런 결론에 도달했구나. 나는 그런 생각을 하기까지 여러 해가 걸렸는데, 어쩌면 너는 나보다 훨씬 빨리 지혜를 얻을지도 모르겠다." - P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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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올록볼록해 - 아이와 내가 함께 자라는 방식
이지수 지음 / 마음산책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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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한테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의 사회생활이 있긴 하지만, 부모가 차지하는 비중에 비할 바는 못 된다. 그러므로 아이가 부모에게 주는사랑은 그 순도가 한없이 높을 수밖에 없다. ‘더 많이 사랑했다가 상처받으면 어떡하지‘ ‘나한테 질리면 어떡하지‘와 같은 걱정이나 계산, 밀당 없이 앉으나 서나 찰싹달라붙고, 부모가 눈에 안 보이면 큰 소리로 부르고, 떨어져 있기 싫다고 울고, 밥 먹다가 뜬금없이 팔을 꼭 껴안으며 사랑한다고 말한다. 장난으로 죽은 척을 하면 3초만에 눈물을 뚝뚝 떨어트리며 외친다. "엄마, 다시는 그런 장난 하지 마!" 살면서 누군가에게 이런 사랑을 받아본 적이 있었던가? 세상에서 나를 가장 사랑해주는 사람을 내가 만들어낸 기적. -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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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아무도 그런 걸입에 올리지 않았다. 규칙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었지만 차이를 드러내 다른 사람을 불안하게 하는 일은 무례한 짓으로 여겨졌다. 조너스는 릴리도 그걸 곧 알게 될 것이고 어쩌면 다른사람 마음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그 수다 때문에 혼이 날 거라생각했다.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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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밑줄은 자기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서 그어지기도 하는 법이다. 그 밑줄은아마도 사랑의 다른 이름이며, 나를 완성시킨 나머지 2할일 것이다. - P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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