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문학비평사
김영민 지음 / 소명출판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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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의 머릿말에서 처럼 이 책은 현대 그러니까 해방이후 부터 80년대까지 이어져오는 한국 비평사를 쉽고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의 장점이라면 어느 한 곳에 파고들어 난해해질 수 있는 점을 추려내고 각 시대의 가장 대별되는 비평사의 논점을 알기 쉽게 기술해놓고 있다는 것에 있겠다. 따라서 한국 비평에 관심을 가지며 초입에 들어가는 독자, 비평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일단 권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이 한권으로 그동안 나로서도 몰랐던 비평의 큰 흐름을 손 쉽게 거머쥔 느낌이 든다. 

  2. 해방 직후와 50년대의 민족문학론, 신세대론, 모더니즘론,실존주의 문학론과 1960년대의 순수. 참여문학론, 1960-1970년의 리얼리즘문학론, 1980년대의 민족. 문중문학론까지.

   PS:  오랫 동안 습작기를 거쳐온 사람은 안다. 처음에는 기성 작가들의 폼새와 내용에 넋이 빠져 그들의 기법을 흉내내기 위해 발버둥친다는 것을. 결국 어떻게 쓸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작가가 될 수 있을 것인가에 초심자들은 마음이 머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어느 날, 그러니 수년이 지나고 혹은 거의 10여년이 가까운 시간이 지나고나면 자신은 이제 글을 쓰는 이유에 부딪치게 된다. 아니 이제 글을 쓰게 되는 이유에 대해서 자신의 자아와 조우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그것은 좋은 현상이다. 글을 쓴다는 것이 이제 명예나 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가게 될 때는 이미 당신은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해서는 손을 놓은 상태다. 아니 수없는 습작에 넌더리가 나서 이제 기성작가들의 기법과 방법에 관해서 똑 같이 쓰고 싶지 않다는 오기마저 들 때에만 당신은 이제 당신은 무엇을 쓸 것인가에 조우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우리가 알고자 했던 것은 기법이나 문학의 방법론이 아니었다. 오랜 시간 흔들리면서 알고자 했던 것은 결국 작품에 관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인격과 덕을 쌓아오는 온 과정에서 나오는 결과물인 것이다. 다시 말해 무엇을 쓸 것인가에 조우하게 될 때 당신은 당신의 말을 내 뱉기 위한 지적인 준비과정을 충실히 해 나왔다는 말이 되는 것이다. 빈말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이 시대에 꼭 필요한 말을 인식할 수 있는 눈, 이 시대의 문제점을 포착할 수 있는 지각력, 그런 지성을 갖추기 위한 독서와 사상을 키워낸 결실의 순간에 우리는 아래의 문장에 대해 대답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과연 나는 무엇을 쓸 것인가.

    비평은 칼질이고, 다시 말해 가만히 있는 말을 굳히 칼로 도려내어 나뉘는 작업이다. 모든 언어는 실재와 떨어져 있기에 미지의 영역이다. 구체적인 사물에서야 우리는 조금의 일치를 볼 수 있음에도 그것을 거절하고 그 암울한 추상의 공간에서 개념의 집을 짓는 것이 비평의 활동이다. 굳이 나뉘어서 자신의 건축물을 짓고자 하는 것은 이미 반대자의 논리를 용인하는 것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니 비평이 따귀를 맞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그들의 숙명이고, 동시에 그러기에 비평이 어쩌면 우리 글을 쓰고자 하는 자에게 길을 가르쳐 주는 것일 수도 있다. 사고란 나뉘어진 결과물이기에 누군가는 나누어야 하고, 나뉜 것들을 통해 우리는 우리는 우리 자신의 나뉜 것들과 비교를 할 수 있는 것이다. 

     경험적인 소설, 관념적인 소설, 미학적인 소설, 참여적인 소설, 내가 이 책을 통해 얻은 것은 이런 나뉨이다. 물론 이전에도 알고 있었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수없는 책읽기가 소설의 다양성을 말해주겠지만, 기성작가들의 아름다움에 취해 당신은 갈피를 잡지 못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때 손을 내미는 것이 비평이다.

   나는 이제와서야 말할 수 있다. 만약 당신이 무엇을 쓰고 싶은가에 대한 해답을 빠르게 얻고자 한다면 당신의 손에는 이제 비평이 쥐어져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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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겔다마
박상륭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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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평가들이 그를 너무 멀리 보냈다.
  김현이 그를 너무 사랑했었다. 그가 이룩한 것은 이제 공허한 낱말과 현학적인 잡어들로 가득하게 되어버렸다. 이제 어떤 것도 비평의 절대성을 보장하지 못하므로 나는 또한 문지의 스타일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 책을 비판할 뿐이다. 나는 박상륭씨를 욕할 것이다. 다시 말해 박상륭씨의 소설은 소설이 아니라 '지식 폭력'의 한 전형이다. 그리고 그를 떠 받들고 있는 것은 우울한 문지의 아우라이거나, 기성문단의 어른임에 대한 암묵적인 존경이거나, 그게 아니면 모든 것을 쓸 수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포용력일 것이다.

 

   해설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풍부한 은유와 상징'을 갖다 붙인 비평가의 거침없는 입담을 보라. 박씨의 소설이 읽히지 않자 그는 슬그머니 은유와 상징을 갖다붙인다. 그렇지만 만약 등단하지 않은 작가로서 그의 글이 그에게 읽혔다면 박상륭의 목숨은 어떻게 될까. 당연히 그는 '무의미한 소설, 자폐아적인 흉물'로 단죄 될 것이다. 현실에 대한 인식의 부재, 반성적 사유부재 그리고 그 현실인식이 풀어낼 인간의 형상화 능력의 완전한 상실이라고. 이건 우아한 판타지군.

 

   이 소설이 어렵다고 한 것은 그가 당연히 의미의 코드를 끊고, 즉 현실적 인식의 코드를 단절하고 자폐의 공간 속으로 스스로 함몰된 탓일테다. (그걸 가지고 우리 문단의 가장 존경하는 작가라며 추켜세우는 시인 김정란은 또 무언가.) 그 소설은 다분히 자신의 지식적 한계를 넘어섰기 때문에, 경건하고 고풍스러워보이는 그 문체 때문에, 낯선 공간 속의 심오해보이는 대화나 서술 때문에, 그 소설이 다른 습작생의 작품과 대별되고 있다.

  그러나 조심하라. 엄연히 그의 소설은 교감이 아닌 독아적 질문이며, 문을 닫은 선방 수행자의 수행이며, 자신만의 철학적 탐구를 위한 도구로서의 장르이다. 우리는 그의 글 어디에서도 존재하지 않는다. 착각하지 말자. 우리가 존재하지 않는 것은 현실을 인식한 뒤 예술의 질을 위한 숭고한 숨김, 압축이 아니다. 그것은 단지 박상륭 자신만의 꿀을 맛보기 위해서 토굴 속으로 들어간 것일 뿐이다. 

 

    왜냐하면, 착각하지 말자.

   이소설은 다분히 난해하거나, 상징적이거나, 비유적이라는 말과는 구별지을 필요가 있다. 난해도, 상징도, 비유도 이해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의 장치이다. 소통이 사라진 비유는 그의 마음 속 저편에서만 현실과 마주치지 않는 저편에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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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커트 코베인을 죽였는가
김경욱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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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런 내용이 없다.
   이제 이 작가도 서서히 무덤으로 가고 있는 것이리라. 소설에 정열을 잃어버린 채 붓 가는대로 써내려가는 것은 요컨대, 작가에게 이제 소설은 무의미 하다는 것을 스스로  밝히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소설은 내용으로서가 아니라 자신이 무덤으로 들어가는 길로서의 글쓰기에 대한 허무와, 공허를 드러내려는 것이리라. 그는 우리에게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글쓰기에 대한 부정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내용은 우리들에게 보여지는 것이 아니라, 닫혀 있고, 의미의 고리로서가 아니라, 현실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의 풍경을 그려내고 있는 것으로 전치되어 있을 뿐인 것이다. 

   그러니 그는 죽은 니체의 무덤 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만큼, 현실을 벗어나고 있고, 그가 현실을 벗어나고 싶은 만큼  문학 작품의 무덤 속에서 이제 현실을 거꾸로 창조해내고 있는 것이다.

                                       

            -그의 늑대인간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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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방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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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억의 자장 속에 놓여진 그녀의 서사는

    궁극적으로 주체의 분해, 주체성의 상실에서

    태어져 나온다.

    삶 속에 던져진 피동의 존재 만이,

    주체의 시선을 위해 제공된 단일적 서사에서

    튕겨져 나와

    기억 속으로 유폐되고,

    검열의 기능을  자아로부터 걷어내어진 상태에서의

    표상된 이미지들.

 

 

     안타깝게도, 우리가 그녀에게서 물어야 할 것은 바로 이것이었다.

     선택할 수 있는 삶이라면, 그녀는 외딴방으로 향하지 않았을 것이며,

    선택할 수 없음에도 능동적 삶이었다면 단일한 서사 속에서 세상은 투쟁의 대상일 것이다.

     따라서, 이미지들은 정렬되고,

     오로지 그녀의 에너지는 응축된 주체 속에서

     폭발을 요구하는 하나의 서사대상을 위해 호흡을 가다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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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불온한가 - B급 좌파 김규항, 진보의 거처를 묻다
김규항 지음 / 돌베개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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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숨 푹푹 쉬면서 차려놓은 40년 밥상을 내가 거절할 이유가 어디있나. 책 한 권에 40살 더 늙어간다고 생각하고 책을 읽었더랬다. 영원하게 살고 싶은 것인지, 무언가를 획득하기 위한 전략인지, 아니면 알고 싶은 것이 인간의 타고난 마음이래서인지는 모르겠다. 허나 당신의 책을 살 수는 없을 지언정, 당신의 책에 밑줄 칠 마음은 있고, 당신의 책의 한 부분을 프린터해 내 외투 속에 구겨넣을 흑심은 있다. 이 구질구질한 한국을 보며 체념 직전의 분노를 터뜨리다가도 돌아서서 보게 되는 곳. 세상엔 아직도 우리가 바라볼 곳이 있다는 것은 흐뭇하고, 즐겁지 않겠나. 이 수상하고 수상한 제도 속에서, 이 사이트라는 틀 속에서 이 또한 수상한 말을 한다는 것이 어째 야릇하지만 당신이 책이 스스로 팔려나가는(조선일보의 기사) 것을 스스로 바라지 않는다는 댁의 마음을 알기에 기꺼이 이 한 표를 당신에게  던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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