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라는 것의 욕망 - 존재의 변증법 4 역락비평신서 1
정과리 지음 / 역락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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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 말이 필요없다. 재밌다. 그의 책이 재밌는 이유는 비교적 철저한 논리의 궤적을 따라 독자를 이끌어가고 있다는 것에 있다 하겠다. 다시 말해 그의 글은 떠벌리고 정리하지 못하는 여느 비평가들과는 달리,  (설령 그의 글이 자신의 이론이 아니라 할지라도) 자신의 것으로 내화된, 육화된 살점을 독자들에게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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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윤리
서영채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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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문동의 비평서를 읽을 때마다 길을 잃는다. 안개에 휩싸인 서정적인 공간도 아니지만, 마치 이 책은 나에게 온 곳도, 있는 것도(41페이지), 갈 곳도 모르는(18페이지) 달달한  몽상의 공간 속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것이다.  

    이곳에는 걱정도, 고통도, 아픔도 없다. 다만 중력을 잃은 에덴에서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란, 허구의 존재인 이브의 손에 이끌려 동산의 풍경을 구경하러 가는 것이다.  그러나 그 풍경 속의 사물들이 묘한 냄새를 풍기는 것은, 그곳에 널린 온갖 아름다운 물체들이란 실상 인식이 아닌 수상한 정치와, 전략, 태평성대(103페이지)와도 같은 분위기를 풍기며 내 소여에 달라붙으려는 것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

  그리하여, 동산의 주인에게 나는 물을 수 밖에 없다.

  이 태평성대(103페이지)에, 하나님이 내려주신 이 동산에서 당신의 두뇌의 연마는, 당신이 이글을 쓰기 위한 이성은, 당신의 (수상한) 인식을 통해 펼치는 당신의 논조는, 무엇에 대한 효용인가. 이 태평성대에 무엇 때문에 당신은 그런 풍미를 퍼뜨리고 있는 것일까. 이 재바르고 사상없는 저자에게 나는 그것을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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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날 위에 서다
고명철 지음 / 실천문학사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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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당신에 대해서 말을 할 만큼 나는 정성이 있지 못하다. 다만 그 날이 오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나는 단지 당신이 건강하길 바랄 뿐이며, 당신이 적어도 지금처럼 순수한 독자에게 올바른 현실을 가르쳐주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나는 언제라도 당신의 책을 읽어낼 준비가 있다. 부디 당신은 건강하게 지내면서 무엇이 좋은 소설이며, 또한 문단에 대한 오염된 곳을, 또한 또한 적어도 문학의 꿈을 꾸고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순수함이, 오염된 것들에 의해 버려지게 되는 일을 막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당신에 대한 건강으로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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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의 위기 - 김인환 평론집
김인환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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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정한 상실감이란 자신이 아니라, 타인을 잃을 때 오는 것이야."  

   잠자다가 일어나 보니 영화를 하고 있었다. '굿 윌 헌팅'. 영화는 인간의 이해와 상처의 치유로 향해가는 감동적인(?) 작품이었다. 가정폭력으로 인해 자기방어적이며, 세계를 부정하는 주인공이 자신의 천재적인 재능을 알아보는 교수를 만나고, 다른 교수를 만나면서 자신의 닫힌 세계를 점차적으로 열면서 드디어 상처를 이기고 자신의 이브(타자 혹은 세계)를 향해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열게 되는 것으로 끝이난다.

   그 도정에서 그를 치료하기 위한 심리학교수의 말이 위의 대사이다. 기실 유년의 용납할 수 없는 폭력은 자신에게 세상은 이유있는 부정의 대상이 되게 하고, 그런 세상에 대해 이유있는 비틀림은 자신의 여린 자아를 더 이상 상처 받지 않기 위한 중요한 방어기제로 작용했을 터이다. 그런 마음을 열어주는 상대방인 심리학교수가 주인공과 같은 가정폭력의 희생자라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동시에 경험의 공유는 비공유자(타자)를 배척하는 정신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지성을 요구하고 있기도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주인공의 닫힌 마음을 마지막으로 열어주는 교수의 대사가 있다. 

      "네 잘못이 아냐. 네 잘못이 아냐. 날 똑바로 쳐다봐. 네 잘못이 아냐......"

     교수가 여러차례 반복하며 그에게 말하고 있는 말이다.

    이 말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봉쇄시켜야 했던 주인공의 방어기제가 얼마나 견고했는지(강방적으로)를 말해주고, 동시에 이유없이 맞아야하는 비틀린 세계인식이, 세계의 부정과 동시에, 자신의 자아에 대한 자학으로 연결되는 정점의 고리를 끊어내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 대사를 주인공이 인식시키기 위해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라고 호소했던 것은 드디어 나와, 세계 모두에 대한 정직한 응시를 요구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감동적일 수 밖에 없다.

    

    다만, (영화의 특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점이겠지만) 문제는 그가 범부가 아니라는 것에 있다고 하겠다. 천재적인 두뇌로 수학문제를 풀게 되는 연유가 아니었다면, 그가 수학교수의 눈에 어떻게 띄었을 것이며, 동시에 그를 치유하게 될 심리학교수와 어떻게 교우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은 개연성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인식의 문제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정작 우리가 봐야 할 곳은 바로 이곳이라고 하겠다. 영화가 외면했던 곳, 주인공을 천재라는 인물로 설정함으로써 살짝 현실을 벗어나며 다가가는 영화적 재미가 있는 곳에서 엇갈린 대척로에 있는 현실. 바로 비극이다. 이것은 다시 말해 영화적 스타일(희극, 비극)의 문제가 아니라 진실에 대한 문제로 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이 평론집을 읽으면서 느낀 것이 바로 이런 것이다. 

    다시 말해, 정작 평론가인 김인환이 선택해야할 것은 추상이 아니라 현실이 자리한 곳, 우리 시대의 현실에 관한 발언이 담기고 설득력을 주는 글일 것이다. 노숙한 자의, 개념을 가지고 놀 줄 아는 자연스러운 그의 추상은, 현실을 담지하지 못하자말자 속된 개념놀이로 전락하게 되는 느낌은 여기가 중세가(스콜라) 아니라는 점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허기짐은(현실에 대한 인식과 반항)  중세에도 존재한다는 것에서 김인환의 글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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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 제1회 문학동네신인작가상 수상작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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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게 쓰고 싶었지만, 요약해야하는 것은 내 에너지의 문제다. 엔트로피에 관한 감동적인 통찰이 있은 후 나는 이 소설에 대한 비평을 요약할 필요를 느꼈다.

     한 마디로 이 소설은, 인문적 가치를 버린 포르노그래피이다. 그는 역시 자의식이 없는 딴다라로 밝혀졌던 것이다. 다시 말해, 그의 소설의 제목인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라는 제목과는 달리, 그는 어떤 식으로든 그의 소설에서 '자신을 파괴할 권리'를 주장하지 못했다. 이것은 그가 다만 그의 (영화와는 다른 미학적 가능성을 지닌) 크로스컷이나, 플래시백이 주는 미학적 성취를 통해서만 기능 하는 것이다. 독자나 비평가를 향해 일종의 '자살의 권유'로 나아가지만, 그것이 결국은 인간의 절대적 자유에 관한(자신의 파괴할 권리) 논증적 자의식이 부재한다는 것이 내 말은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다. 요컨대, 도발적 작가란 소재가 아니라, 그리고 현상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다, 현실을 뒤엎는 것이다. 현실을 뒤엎기 위해서 존재하는 이 지상의 양식이 바로 '논증(독자를 향한 설득)'이라는 것을 그는 의식조차 하지 못한 것은, 그가 딴따라가 아니길 바라는 우리 낯선 희망이었던 것을 어쩌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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