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만나는 사상가들 - 우리 시대 지성인 218인의 생각 사전 책으로 만나는 사상가들
최성일 지음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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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평론가 최성일이 218명의 사상가들을 그들의 저서에 대한 서평을 통해 소개하는 책. 출판평론가라는 직함이 낯설지만, 독서와 출판에 대한 연구와 평론을 하는 사람, 즉 책에 대한 전반적인 평론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듯 하다. 문학평론가가 문학 전반에 대해 평론을 하는 것처럼.
 
최성일이 20세기를 대표하는 사상가들과 21세기를 이끌어가는 사상가들을 그들의 저서와 번역서를 통해 소개하겠다는 이 장대한 기획을 시장한 것은 1997년이다. 그 후 2010년까지 장장 13년 동안 그는 주로 해외 사상가들의 번역서를 중심으로 리뷰하는 다섯 권의 책을 냈고, 이 책들을 한 권으로 사전처럼 엮은 것이 이 <책으로 만나는 사상가들>이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 가나다 순으로 사상가들이 등장한다. 각 사상가들에게 한 챕터 씩이 할애되며, 그들의 저서에 대한 짤막한 서평들이 줄을 잇는다. 그 와중에 같이 읽으면 좋은 다른 사상가들의 책도 곁들여 소개된다. 물론 서평이기 때문에 저자 최성일의 개인적 견해가 꽤 많이 들어간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좋은 책을 고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내가 좋아하는 저자의 신작이 엉망인 경우도 부지기수고, 잘 모르는 분야의 양서를 골라 읽어보려니 아는 게 없어 막막한 경우도 많다. 그래서 신문사의 북 리뷰나 인터넷 서점의 책 소개를 많이 참고하는데, 당연하지만 여기에도 출판사의 마케팅이 개입되니 정작 읽어보고 실망하는 경우가 참 많다. 그런 점에서 이 <책으로 만나는 사상가들>은 많은 도움이 되었다. 최성일이 생태학에 관심이 많고 다분히 무정부주의적인 정치관을 갖고 있는지라 이 책에 소개된 사상가들이 조금은 편향된 감이 없잖아 있다. 하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어마어마하게 많은 책들이 소개되기 때문에 그 중에서 내 취향에 맞을 법한 도서들을 꽤나 발견할 수 있었다. 덕분에 앞으로의 독서 생활이 더욱 윤택해질 것 같다.
 
최성일은 2011년 44세의 나이에 뇌종양으로 별세했다. 지금의 나보다도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그가 여직 있었다면 더 많은 사상가들과 책들을 세상에 알릴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 안타까움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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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위대하지 않다 (양장)
크리스토퍼 히친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마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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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고방식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책을 몇 권 골라보라면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이 꼭 들어갈테다. 종교를 믿는 내 친구들 몇몇 에게는 참 미안한 일이지만, 이 책을 읽은 후 남은 평생을 무신론자로 살기로 마음을 굳히게 되었고 내 안에 남은 비이성적 요소들(미신, 징크스, 운 등등)을 깡그리 날려버리게 되었기 때문이다. 리처드 도킨스는 과학을 통해 인간의 비합리성, 즉 종교를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신무신론자로 분류되는데, 이 신무신론의 4대 기수로는 리처드 도킨스, 크리스토퍼 히친스, 대니얼 데닛, 샘 해리스가 꼽힌다.

이 중 크리스토퍼 히친스의 대표 저서 <신은 위대하지 않다>를 이번에 읽었다. 책을 산 지는 몇 년 되었으나 책장 한 구석에 두고 잊어버리고 있다가 눈에 띈 김에 읽게 된 것이다.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도 종교를 격하게 비판하기로 유명한 책인데(그래서 리처드 도킨스를 ‘전투적 무신론자’라고 흔히들 칭한다’), 이 책은 한 술 더 뜬다. 기독교, 카톨릭, 이슬람교, 유대교를 비판하는 것은 물론이고 상대적으로 종교의 색채가 옅은 불교나 힌두교, 하다 못해 영적 수련이나 명상 같은 행위도 그의 예리한 비판의 칼날을 벗어나지 못한다. 90년대에 우리나라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오쇼 라즈니쉬의 사기와 협잡에 대해 까발리는 대목은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그는 종교가 기본적으로 “폭력적이고, 비이성적이고, 관용을 모르며, 인종차별주의, 부족주의, 편협성과 손을 잡고, 무지라는 옷을 입고, 자유로운 탐색을 적대시하고, 여성을 경멸하고, 아이들에게는 강압적인, 조직화된” 성격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그의 글솜씨는 너무나 신랄한데, 예를 들어 미국에서 인기를 끈 종말론적 통속소설에 대해 “오랑우탄 두 마리를 워드프로세서 앞에 풀어놓는 낡은 편의주의적 방법으로 만들어진 책”이라고 평한다. 그가 이슬람교와 코란, 모하메드에 대해 기술한 대목을 읽고 있노라면 등줄기에 식은땀이 맺힐 정도다. 한마디로 그에게 성역 따위는 없다.

히친스는 마더 테레사의 시복 절차 중에 교황청의 요청으로 악마의 대변인(Devil’s Advocate)을 맡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악마의 대변인이란 어떤 사람을 성인으로 추대해도 될지를 비판적 시각으로 검증하는 인물을 말한다. 히친스는 다른 저서에서 아래의 예시를 들며 마더 테레사의 위선적 행적을 비판했다. 미국 역사에 남을 사기꾼을 위해 탄원서를 제출하고, 아이티의 독재자를 칭송했다는 점. 그녀가 인도에서 운영한 ‘사랑의 선교회’가 재정을 충당할 목적으로 빈민과 환자들의 비참한 삶을 미디어에 의도적으로 노출시키고 방치했다는 점. 그러면서 정작 자신은 말년에 어마어마하게 비싼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며 생명을 연장했다는 점. 이처럼 20세기 가장 위대한 종교인으로 누구도 감히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인물에게도 히친스는 거침없다.

다른 세 명의 신무신론 4대 기수들이 주로 과학의 관점에서 종교를 비판한다면, 히친스는 종교 자체의 모순과 허점을 파헤치고 그로 인해 종교가 어떻게 인류 보편적인 가치와 미덕을 침해할 수 밖에 없는지를 논증한다. 간단히 말해 그는 ‘종교가 없어도 잘 살 수 있다’가 아니라 ‘종교가 없어야만 모두가 잘 살 수 있다’고 강력히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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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학자처럼 여행하기
로버트 고든 지음, 유지연 옮김 / 펜타그램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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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여행, 그 중에서도 특히 해외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다양하다. 일상에 지친 심신에 휴식을 주기 위해, 낯 선 장소에서 신선하고 새로운 경험을 하기 위해, 내 안의 진정한 자아를 찾기 위해 등등. LCC의 등장으로 항공 경비가 대폭 절감되고 해외 관광명소를 소개하는 예능 프로그램들이 넘쳐나는 지금, 해외여행은 더 이상 사치의 상징이 아닌 단지 취향의 문제일 뿐이다.

세계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지금, 해외여행은 단순한 관광을 벗어나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학습하는 여행으로 발전하고 있다. 어쩌면 인류학자들의 현지 조사와 비슷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자기주도적으로 여행 계획을 세우고 여행을 통해 뜻깊은 경험을 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이 겪는 변화를 제대로 인식하는 것. 이 책의 주장대로 인류학자는 ‘지구 최강의 여행전문가 종족’이리라. 이 책은 인류학자인 저자가 인류학과 여행의 유사성을 증명하고 독자들이 해외여행을 통해 최대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조언하려는 목적으로 씌어졌다.

이 책의 전반부는 인류학적 관점에서의 여행과 해외 여행의 역사, 여행자와 현지인 간의 권력 관계와 이데올로기 등을 다룬다. 후반부에서는 여행을 준비하는 구체적인 방법과 현지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의 대처법, 안전한 여행을 위해 명심해야 할 점, 여행의 경험을 기록하는 방법 등이 담겨 있다.

이렇게 보면 무척이나 재미있고 얻을 게 많은 책처럼 보이지만, 저자가 책 전반에 걸쳐 인류학적 연구 방법론을 여행과 너무 깊숙이 결합시키는 바람에 꽤 지루한 책이 되어버렸다. 물론 해외여행에서의 배변 문제나 입에 맞지 않는 현지 음식 맛있게 먹기, 짐을 가볍게 쌀 수 있는 방법 등등 다른 어떤 책에서도 접할 수 없는 실용적이고 흥미로운 내용들도 많이 나온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이 책이 인류학 연구 개론서인지 여행 안내서인지 잘 모를 정도라, 과연 이 책이 여행객들에게 도움이 될지는 그닥 자신이 없다. 즐거운 여행을 위한 참고서적으로는 지나치게 무겁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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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도킨스 자서전 2 - 나의 과학 인생 리처드 도킨스 자서전 2
리처드 도킨스 지음, 김명남 옮김 / 김영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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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도킨스의 자서전 제 2권. 출생부터 <이기적 유전자>를 출간하여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 시기까지를 연대기적으로 서술했던 1권과 달리, 2권은 그 이후의 그의 삶을 주제별로 묶어서 보여준다. 옥스포드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교수법부터 연구 차 세계 각지의 밀림을 돌아다닌 일화, 진화론에 대한 학문적 설명들, <확장된 표현형>, <악마의 사도> 같은 다른 저서들과 수많은 TV 강연, 그가 존경하고 숭배하는 위대한 진화생물학자들에 대한 소개, 그리고 그의 절친한 친구였던 더글러스 애덤스(<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쓴 그 사람)에 대한 회고, 그리고 그에게 <이기적 유전자>보다 더 큰 명성과 수많은 적을 만들어준 <만들어진 신>, 그리고 전투적 무신론에 대한 이야기까지. 일반적인 자서전의 형식을 따르지 않으니 마음내키는 대로 아무 장이나 읽어도 괜찮은 책이다.

도킨스 자서전 1, 2권을 모두 읽고 나니 리처드 도킨스는 적대적인 토론과 날선 비아냥을 즐긴다는 세간의 이미지(마치 진중권 같은)와 달리 실제로는 퍽이나 유머러스한 인물이라는 느낌이 든다. 문장 곳곳에 숨어 있는 위트가 너무나 많아서(때로는 비야냥거리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600 페이지 가까이 되는 분량인데도 지루할 틈이 별로 없다. 그는 시를 무척 사랑하는, 인문학적 소양이 풍부한 지성인이며, 기쁨과 슬픔을 무척 솔직하게 드러내는 지극히 인간적인 과학자이다.

"종교가 있든 없든 착한 사람은 착하게 행동하고 나쁜 사람은 나쁘게 행동하지만, 착한 사람이 나쁜 짓을 저지르려면 종교가 필요하다."

설득은 "내가 이렇게 사실을 알려줬으니까, 넌 바보거나 아니거나 둘 중 하나를 택해"라고만 말해서 되는 게 아닙니다. 설득은 "이것이 사실인데, 여기에 대한 네 감수성은 이렇구나"하고 말하는 것입니다. 사실과 감수성, 두 가지가 결합될 때 비로소 영향이 미칩니다.

신은 단순하거나 복잡하거나 둘 중 하나인데, 신이 단순한 경우 그는 우리가 찾는 복잡성의 설명을 제공할 지식도 설계 기술도 없는 처지가 된다. 반면 복잡한 경우 신은 사람들이 그를 끌어들여서 설명하려고 하는 복잡성 못지않게 그 스스로 설명이 필요한 존재가 된다. 우리가 신을 단순하게 만들수록, 신은 세상의 복잡성에 대한 설명이 될 자격이 없어진다. 반면 우리가 신을 복잡하게 만들수록, 신은 그 자체로 설명이 필요한 존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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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도킨스 자서전 1 - 어느 과학자의 탄생 리처드 도킨스 자서전 1
리처드 도킨스 지음, 김명남 옮김 / 김영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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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생물학계의 가장 저명한 스타 과학자이자 전투적 무신론의 창시자 리처드 도킨스. 두 권으로 이루어진 그의 자서전 중 첫 번째 책이다. 이 책에서는 도킨스가 2차 세계 대전 와중의 아프리카 케냐에서 태어났을 때부터 세상을 바꾼 걸작 <이기적 유전자>를 출간하는 시점까지의 그의 생애를 다룬다. 가문을 중시하는 영국인의 특징인지, 자신의 진화생물학적인 계보를 보여주려는 의도인지는 모르겠으나(아마 후자이리라), 이 책은 그의 6대조 조상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족보를 서두에 턱하니 보여주며 시작한다. 수많은 도킨스와 스미시스 - 스미시스는 그의 할머니 쪽 성씨이다 - 들이 등장하는 이 자서전의 첫 장은 흡사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을 방불케 한다(등장인물들이 누가 누구인지 알아보기 힘들다는 말이다).

그의 친가 쪽 집안은 대대로 아프리카 식민지의 관리였다. 그가 케냐에서 태어난 것도 그의 아버지가 케냐에서 군복무를 했기 때문이었다. 도킨스가 젊었을 적 버클리에 있던 시절에 짧게나마 베트남전 반전 운동에 참여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대대로 식민지 공무원으로 복무한 가문의 이력을 부끄러워 하지 않고 담담히 서술하는 그의 태도는 약간 놀랍다.

이 책에 담긴 그의 생애를 여기에 전부 옮겨 적을 필요는 없겠다. 여덟 살에 영국으로 돌아와 기숙학교를 다니고, 그의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다녔던 옥스포드 베일리얼 컬리지에 진학하고, 거기에서 동물학을 전공하고, 수많은 동료 학생과 교수를 만나고, 니코 틴베르헌이라는 걸출한 학자에게 수학하고, 첫 결혼을 하고, 진화론 모델 구성을 위한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매료되고, 마침내 <이기적 유전자>를 집필하여 학계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인 유명인이 되기까지의 인생에 대한 묘사엔 그만의 위트와 학문을 대하는 진지한 태도, 주변인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듬뿍 담겨 있다. 그래서 이 책은 꽤나 재미있고 술술 읽힌다. 물론 읽는 이가 진화론에 대해 어느 정도 기본적인 상식을 갖추고 있다는 전제 하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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