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잔티움 연대기 1 (양장) - 창건과 혼란 비잔티움 연대기
존 J. 노리치 지음, 남경태 옮김 / 바다출판사 / 2007년 4월
평점 :
품절


유럽 역사 중에서도 유독 비잔티움, 즉 동로마제국의 역사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천년이나 지속되며 엄연히 로마 역사의 절반을 차지했던 제국인데도 말이다. 로마를 다룬 역사서를 꼽을 때 가장 먼저 나오는 것이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인데, 이 책에서도 비잔티움의 취급은 그리 좋지 않다. 로마제국이 쇠퇴하는 시대의 역사를 서술한 책이라 비잔티움의 역사가 대부분인데도 말이다. 읽는 내내 종교에 의한 타락과 혼란상만 줄줄이 나와서 좀 짜증이 났던 기억이 있다(물론 <로마제국 쇠망사>가 저술된 18세기에 유행했던 만연체 때문에 읽기 힘들기도 했지만).

하지만 이 책, <비잔티움 연대기>는 잊혀진 비잔티움 제국의 찬란한 역사를 화려하게 되살린다. 장대한 로마 역사의 끄트머리에 초라하게 명맥을 유지한 제국이 아닌, 로마의 정신과 문화, 경제, 군사적 역량을 그대로 승계한 강대국으로서의 비잔티움을 조명한다. 사실 로마의 전성기 때도 부유한 로마 경제를 뒷받침한 것은 동방의 풍요로운 속주들이었다. 그리스의 문화와 학문, 동방 속주들의 경제력을 이어 받은 비잔티움 제국이 그 이전 로마제국보다 못할 이유가 없다고 이 책은 강하게 주장한다(그래도 로마의 최전성기처럼 남유럽과 북아프리카의 지중해 지역을 전부 차지하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또한 비잔티움 제국이 이슬람으로부터 유럽 문명을 지켜낸 방파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면 지금 미국도 이슬람 땅이었을 거라고 저자는 말한다.

1권에서는 동로마제국하면 흔히들 연상하게 되는 네임드들이 거의 다 등장한다. 비잔티움 제국의 시작인 콘스탄티누스 대제, 고트족으로부터 비잔티움을 지켜낸 테오도시우스 대제, 유럽을 공포로 몰아넣은 훈족의 왕 아틸라, ‘유스티니아누스 법전’으로 유명한 유스티니아누스 대제 등등. ‘연대기’라는 이름이 붙은 만큼 이 책은 철저히 인물 중심의 역사로 흘러간다. 재미 면에서는 <로마제국 쇠망사>를 압도하며 지금까지 내가 읽어본 역사서 중에서도 손꼽을만하다(시오노 나나미의 책은 역사서라기 보다 <이문열 삼국지>같은 소설에 가깝기 때문에 논외로 한다). 2권이 무척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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