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잔티움 연대기 2 (양장) - 번영과 절정 비잔티움 연대기
존 J. 노리치 지음, 남경태 옮김 / 바다출판사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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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비잔티움 연대기 두 번째 권을 읽으면서 느끼는 건 역사에 정의 따위는 없다는 사실이다. 비잔티움은 전통적으로 군대의 힘이 무척 강했다. 과거 로마 제국 만큼은 아니지만, 지중해 동쪽의 부유한 속주들을 다스리려면 강군을 유지할 수 밖에 없었을 터. 그러다 보니 군의 권력이 막강하여 황제를 선출할 때도 병사들의 인정을 받아야 했다. 그래서인지 쿠데타도 무척 잦았다. 무능하거나 포악한 황제는 물론이고 제국을 잘 다스리던 황제의 권력도 쿠데타로 잔인하게 빼앗은 기록이 끊임없이 나온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건, 이렇게 무력으로 제위를 찬탈한 자들이 대부분 국정 운영을 잘 했다는 것이다. 제국을 부유하게 경영하거나, 원정을 떠나 영토를 크게 확장하거나, 뛰어난 외교 수완을 발휘하거나, 아니면 이 모든 걸 다 이룩하거나. 근세의 쿠데타들이 대부분 집권 기간 내내 유혈과 독재로 점철되었던 역사적 기억 때문일까.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2권에서 가장 인상적인 인물은 단연 바실리우스 2세이다. 이 황제의 이름을 들어보거나 기억하는 사람이 별로 없을텐데, 이 낯선 인물 바실리우스 2세의 인생 역정은 참으로 인상깊다. 아버지 로마누스 2세는 콘스탄티누스 7세로부터 최전성기의 제국을 물려받았으나 겨우 40개월만 황제 노릇을 하고 죽고 만다. 아들들이 너무 어린 탓에 당시 제국의 가장 뛰어난 장군 니케포루스 포카스가 황제의 대관을 물려받는다. 성실하고 강직한 니케포루스는 군사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지만 신민들에게는 특유의 비타협적인 성격 때문에 인기가 바닥인 황제였다. 결국 옛 전우 요한네스 치미스케스가 음모를 꾸며 포카스를 시해하고 제위에 오른다. 재미있는 건 니케포루스도 요한네스도 제국을 꽤 잘 통치했다는 점이다. 심지어 요한네스는 전임 황제와 달리 사랑받는 지배자였다. 요한네스는 러시아의 대군을 격파하고 불가리아를 무릎꿇린다. 그러나 요한네스는 동방 정벌에 나섰다 병사하고 만다.

자, 이제 우리의 주인공 바실리우스 2세가 등장한다. 아버지가 죽은 후 두 번이나 황제가 바뀐 다음에야 열 여덟 살의 나이로 제위에 오를 수 있었던 인물. 그러나 이미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던 외종조부와 호시탐탐 권좌를 노리는 장군들 때문에 그가 제대로 된 권력을 쥐기 까지는 13년이라는 세월이 더 필요했다. 그리하여 권력을 움켜쥐자마자 나선 불가리아 원정에서 참패를 당하고 만다. 자신의 능력에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있던 바실리우스는 능력을 보여줄 기회만 노리고 있던 터였기에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는다. 대개는 여기서 멘탈이 무너지기 마련인데, 바실리우스는 보통 인물이 아니었다. 하기야 권력을 손에 넣기 까지 수십 년을 인내했던 사람이 아닌가. 그는 불가리아를 정복하기 위해 직접 군대를 조련한다. 병사들 사이에서 먹고 자면서, 전술과 무기를 끊임없이 정비해 나간다. 결국 그는 30여년 만에 숱한 고난을 이겨내고 불가리아를 정복하고 만다. 비잔티움 제국 역사상 가장 뛰어난 황제이자 장군이었던 그는 오직 위대한 제국의 번영만을 생각한 이상적인 군주였다.그는 비잔티움의 마지막 위대한 황제였으나, 후사를 남기지 않는 바람에 바실리우스 사후에 곧바로 제국은 쇠퇴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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