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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잔티움 연대기 3 (반양장) - 쇠퇴와 멸망 ㅣ 비잔티움 연대기
존 줄리어스 노리치 지음, 남경태 옮김 / 바다출판사 / 2016년 6월
평점 :
콘스탄티누스1세 이후 700년, 제국은 시들어가기 시작한다. 몇몇 뛰어난 황제들의 뛰어난 기재와 수완으로 그 수명을 이어갔으나, 잇달아 등장하는 호적수들을 이겨내기는 벅찼다. 노르만, 시칠리아, 베네치아, 그리고 오스만 투르크까지. 거기에 4차에 걸친 십자군 전쟁은 비잔티움인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제국에 큰 상처를 남겼다. 오스만 투르크에 콘스탄티노플이 점령되어 완전히 멸망하기까지 제국은 400여년을 더 지속하였으나 그 나날들은 참으로 비참하였다. 십자군이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하여 수십 년간 제국이 갈기갈기 찢기는가 하면, 황제가 직접 서유럽 국가들에 병력과 자금을 구걸하러 다니고, 국고가 텅 비어 베네치아에 제관을 저당잡히기도 하고, 오스만 술탄의 가신이 되어 조공을 바치는 신세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제국의 마지막은 처연하고 장엄하였다. 오스만 투르크의 젊고 야심찬 술탄, 메흐메트 2세가 마침내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하기로 마음먹고 10만 대군을 동원해 쳐들어온 1453년. 천년 넘게 난공불락의 요새였던 콘스탄티노플이었지만, 1만명도 안되는 병력으로 원군도 없이 외롭게 싸워 겨우 45일을 버틴다. 제국 최후의 날, 당대 최고의 화포장이 만든 초대형 대포를 앞세워 성벽을 허물고 오스만 투르크의 최정예부대 예니체리가 밀고 들어온다. 마지막 황제 콘스탄티누스 11세 팔라이올로구스는 잠시 몸을 피해 후일을 도모하자는 신하들의 간언을 뒤로 한 채, 홀로 칼을 들고 싸움터로 몸을 날려 장렬히 전사한다. 잔인하고 난폭한 메흐메트 2세의 성격상, 항복하더라도 비참하게 목숨을 잃었을테니 팔라이올로구스는 차라리 명예로운 죽음을 택한 것일테다.
서유럽 제국들이 비잔티움을 도와 오스만 투르크를 막아냈다면, 지금의 유럽과 서아시아의 정치적·지리적 지형도 많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터키가 지금의 위상을 갖지 못했을 것이고, 발칸반도의 갈등도 그토록 참담한 지경까지 가지 않았으리라. 전 유럽이 홍역을 앓고 있는 이슬람 난민 문제도 그렇고. 과거의 대가를 유럽은 두고두고 치르고 있다. 이것이 역사의 교훈이 아니고 무엇이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