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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나심 탈레브 스킨 인 더 게임 - 선택과 책임의 불균형이 가져올 위험한 미래에 대한 경고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지음, 김원호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9년 4월
평점 :
처음 이 책의 제목인 ‘스킨 인 더 게임’을 들었을 때 이 책의 원제이기도 한 ‘Skin in the game’이 과연 무슨 뜻인지 궁금했습니다. 저자에 따르면 이 문구는 ‘자신이 책임을 안고 직접 현실(문제)에 참여하라’는 뜻을 가진 용어로, 흔히 어떠한 선택과 행동에 내포된 위험과 실패를 회피하는 현상을 지적할 때 언급된다고 합니다.
즉 저자는 자신의 선택이 낳은 결과를 책임지지 않는 자리에 있는,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들이 만드는 이 문제 현상이 세계 경제, 정치, 학계, 언론 등 사회 다방면에 걸쳐 나타나 심각한 사회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고 보고, 이 책을 통해 궁극적으로 얘기하고자 했던 ‘책임이라는 것은 리스크 관리의 기본이면서, 우리 사회 모든 측면에서 진지하게 다루어져야 하는 가치’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즉 제목이 이 책의 핵심 주제를 모두 담고 있는 것이죠.
이 책의 키워드는 크게 네 가지로 살펴 볼 수 있는데, 먼저 ‘지식’이라는 키워드를 통해서 상식과 과학적 지식이 가진 불확실성과 신뢰성의 문제를 짚어 보고, 일명 지식인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내뱉는 헛소리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둘째로 정의, 책임, 공정성, 상호성reciprocity 등에 있어서 간과되기 쉬운 ‘균형’의 문제를 다룹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균형을 '사회를 유지시키는 힘'이라고 하여 특히 강조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어떤 생명체가 됐든, 조직화된 사회를 구성하고 같은 사회 안에서 다른 존재들과 교류하면서 살아야 하는 생명체들에게 있어서 자신의 행동에 책임지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존재 방식이자 법칙이라고 지적합니다. 행동에 대한 책임을 다른 존재에게 전가하는 사회는 존속될 수 없으므로 행동과 책임이 함께해야 한다는 것은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균형'이라는 것이죠.
그러나 언제나 균형을 추구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결과의 영향력이 사소한 경우에는 더욱 그러한데, 미국의 간섭주의자들의 결정이 자신의 국가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자신의 삶과 무관한 다른 나라에 사는 수많은 사람의 죽음을 야기하기도 하므로 판단과 책임의 균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한편 의사결정에 조언하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 위로 차원에서 건네지는 친구의 의견이라든지 점쟁이들의 점괘에 관해서까지 판단과 책임의 균형을 요구할 필요는 없고, 판단과 책임의 균형이라는 문제의 초점은 직업적으로 혹은 구조적으로 중대한 결과를 만들어 내는 판단에 관여하면서 그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는 사람들에게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물론 실제 직접 책임은 지지 않으면서 중대한 판단을 내리는 일에만 관여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전체를 봤을 때 언제나 극소수이고, 우리 일상에서 만나는 대다수의 사람은 거의 다 자신의 잘못된 판단이나 실수에 상응하는 책임을 진다고 말합니다.
세 번째 키워드는 거래에서의 ‘정보 공유’이고 마지막으로 자연계를 구성하고 있는 여러 구성 성분 간의 다양하고 유기적인 상호작용에서 비롯되는 복잡한 현상들의 집합체를 의미하는 복잡계complex system과 현실 세계의 ‘합리성’을 들고 있습니다. 이 네 가지 개념은 서로 분리해서는 생각할 수 없는 것들로, ‘누구라도 현실 문제에 참여할 때는 그 결과에 대한 책임도 함께 져야 한다’라는 하나의 주제로 수렴된다고 지적합니다.
저자는 토마 피케티와 폴 크루그먼, 조지프 스티글리츠 등 수많은 학자들이 사회 현장을 변두리에서 지켜보면서 그에 대해 무어라고 말만 할 뿐이라고 비판하며 책 전반에 걸쳐 ‘바보 지식인’ ‘대리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저자가 그리는 동적 평등 상태는 사회 하층부에 있는 사람들을 조금 끌어올리기보다 상위 1%의 부자들이 자신이 내린 판단의 결과로 현재 위치에서 떨어져 나갈 수 있는 리스크가 존재하는 사회를 말합니다.
또 저자는 ‘행동과 책임의 불균형’이 축적되다 보면 어느 순간 세상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는 예상치 못한 큰 사건을 뜻하는 ‘검은 백조(블랙 스완)’가 출현한다고 경고합니다. 결국 행동과 책임 사이의 불균형을 깨려면 큰 판돈을 걸고 게임을 하면 자만심을 가질 수 없는 것처럼, 책임지는 사람이 판단해야 하며, 자신의 핵심 이익을 건 사람이 사안에 직접 관여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래서 책임이 면제된 의사결정자들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는 분권화, 지방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말을 하는 사람은 행동해야 한다. 오직 행동하는 사람만이 말을 해야 한다."고 하며 책임을 강조하는 저자의 일침은 우리나라의 권력자들이나 정치인 등이 귀담아 들어야할 지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