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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것은 가고 새것은 아직 오지 않은 - 신자유주의 헤게모니의 위기 그리고 새로운 전망
낸시 프레이저 지음, 김성준 옮김 / 책세상 / 2021년 2월
평점 :
이 책의 저자는 미국 뉴스쿨 사회과학대학원 교수이자 현대 정치철학 연구자로서 여성주의 이론, 비판이론과 정의론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세계의 석학입니다. 한나 아렌트, 위르겐 하버마스 등 유럽 사상가들을 비판적으로 계승해 새로운 차원의 정의론을 구축했다고 평가받고 있죠. 저자의 정의론에서는 정의가 적용되는 범위가 근대 주권국가가 이뤄진 토대인 ‘베스트팔렌 체제’와 ‘케인스주의’로부터 이뤄진 틀(framing)에서 비롯된 근대적인 영토국가 내부라는 인식이 오늘날 정의론을 위기에 빠뜨린 주범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저자는 지구화의 확대는 한 영토국가 안에서 경제적 부가가치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에 대해서 경제적인 차원에서의 ‘분배’ 또는 문화적인 차원에서의 ‘인정’ 등 일차원적인 문제들을 다룬 기존 정의론이 가진 내용과 방법, 실현방법 모두에 혼란을 가져왔다고 하며, 기존 정의론이 다뤘던 내용인 경제적 차원의 분배와 문화적 차원의 인정을 묶고, 여기에 정치적 차원까지도입해야 한다는 ‘삼차원적 정의론’을 제기합니다.
이 책은 이러한 저자의 철학의 연장선에서 미국의 정치에 대해서 분석한 책이라 하겠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는 가고 조 바이든이 왔는데, 미국 대통령이 바뀌었다고 세상이 달라질까? 저자의 논조에 따르면 세상이 그리 쉽게 바뀌지는 않을 듯합니다. 현재 헤게모니는 새로운 사회운동의 주류인 자유주의적 분파(페미니즘, 반인종주의, 다문화주의, 환경주의, 성소수자 인권 등)와 미국 경제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고급스러우며 ‘상징적’이고 부유한 부문(월 스트리트, 실리콘밸리, 할리우드)의 ‘위험한 동맹’으로 저자는 이를 ‘진보적 신자유주의’라고 부릅니다.
‘진보적 신자유주의’는 경제적으로는 신자유주의를 추구하지만, 차별 철폐와 사회 다양성 추구 등 매력적인 가치를 띠고 헤게모니를 차지했지만, 지난 수십 년간 미국 사회의 부의 불평등은 점점 더 심화되고, 노동계급과 중산계급의 삶의 수준 역시 계속 하락했고 서민들을 노리는 약탈적인 대출이 증가하고 좋은 일자리는 점점 사라져갔으며 제조업의 주요 중심지들이 붕괴했는데, 이는 트럼프의 등장을 이끌어냈다고 봅니다. 즉 트럼프는 위기의 결과이며 이는 조 바이든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어도 쉽게 바뀔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죠.
안토니오 그람시가 쓴 ‘옥중수고’의 “낡은 것은 가고 새것은 아직 오지 않은 사실에 위기가 존재한다. 이러한 공백 상태에서는 아주 다양한 병적인 증상이 출현한다.”에서 제목을 차용한 이 책은 100페이지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짧은 정치 팜플렛 형식이지만, 21세기의 중요한 사상가 중 한 명인 프레이저에 대한 입문서로도 기능할 수 있는 책으로 일독을 권합니다.
"본 서평은 리앤프리 카페를 통하여 책을 제공 받아 자료들을 참고해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