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에서 깊이로 (리커버 에디션) - 철학자가 스마트폰을 버리고 월든 숲으로 간 이유
윌리엄 파워스 지음, 임현경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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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저명한 칼럼니스트인 저자는 이 책에서 마치 지상 낙원과도 같은 디지털 마법에 흠뻑 빠져 있는 동안 우리는 시간을 두고 천천히 느끼고 생각하는 방법과 같은 매우 중요한 것을 잃었다고 말합니다. 그는 이를 ‘깊이’라는 한 단어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디지털 네트워크가 확장될수록 점차 우리의 사고는 외부 지향적이 되며, 내면을 살피는 대신 바깥 세상에 온 신경을 집중한다고 지적합니다. 클릭 몇 번으로 온 세상을 살펴볼 수 있으니 그래야만 할 것 같은 느낌에 사로잡히고, 누군가 내 소식을 기다릴 것만 같고 빨리 답장해야만 할 것 같이 여긴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인간에게는 연결되고자 하는 욕구와 벗어나고자 하는 욕구, 두 가지 충동이 공존하나 현대인의 삶은 급속한 디지털의 발전으로 균형을 잃은 채 모두 연결되어 있는 삶만을 향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즉 스크린 앞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그 앞을 떠나지 못한다는 것이죠. 

 

저자는 시간을 두고 천천히 느끼고 생각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2000년 전 과거로 돌아가 급변하는 시대에서 남다른 방식으로 사고했던 플라톤, 세네카, 셰익스피어, 구텐베르크, 벤저민 프랭클린, 소로, 맥루한 등 위대한 일곱 명의 철학자들과의 대화를 시도합니다.

 

플라톤은 새로운 기술(문자)이 인간의 마음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 걱정하고 군중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고찰하였고, 세네카는 분주한 세상 한가운데에서도 의식적으로 노력을 기울여 자신의 내면을 돌보며 자율성을 회복할 수 있었으며 인쇄술을 발명한 구텐베르크는 ‘책’이라는 내적 공간에 접속하는 도구를 만들어 군중들의 내적 읽기를 가능하게 했습니다.

 

셰익스피어는 햄릿에게 자신의 생각을 적는 테이블을 들려주었고 분주한 삶에 질서를 창조한 ‘13가지 덕목’의 벤저민 프랭클린 그리고 월든 숲에서 자신만의 은신처를 만든 소로, 분주해진 마음의 온도를 조절하기 위한 매클루언의 아이디어 등 변화의 기로에서 남다른 생각으로 시대를 이끈 일곱 철학자들의 옛이야기들은 그 자체로 재미있을 뿐 아니라 새로운 깨달음을 안겨 줍니다.

 

틈만 나면 문자메시지와 이메일을 확인하고 웹서핑을 하는 것은 물론 페이스북 담벼락을 살피고 트위터에 댓글도 달아야하는 디지털 중독의 세상에서 저자는 광야의 철학자처럼 가끔은 세상과 거리를 두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 보라며 멈추고 호흡하고 생각하고, 마음의 온도를 낮춰야 세상의 속도를 늦추고 때 없이 엄습하는 불안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 삶을 다시 되돌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주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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