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을 권리 - 상처 입은 나를 치유하는 심리학 프레임
일레인 N. 아론 지음, 고빛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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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표지 그림이 인상적이었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 여자는 긴 치마를 걷어올려 스타킹을 신은 다리를 드러냈다. 다리는 가늘지만 종아리가 약간 휘었고 알이 박혀 '예쁘다'곤 말할 수 없어 보인다. 여자의 얼굴이 보이지 않아 나이는 짐작할 수 없다. 다만 가슴이 쳐진 듯 보이는 걸로 짐작하건대 어리거나 젊지는 않을 것 같다. 무슨 의미일까? 표지의 이 여자는 무엇을 말하고 싶은걸까? 궁금했다. 그리고 책을 다 읽고 난 후 조금 짐작할 수 있었다.

 

 여자는 '못난 나(The undervalued self)'를 형상화한 존재다. '상처 입은 나를 치유하는 심리학 프레임'이라는 부제처럼 긴 치마 밑에 감춰진 예쁘지 않은 다리를 보이며 자신이 부정하고 있던 나를 비로소 드러내어 치유를 시작하는 모습을 상징한다. 그녀의 긴 치마는 '못난 나'를 부정하는 방어기재로 보인다. 여자가 자신의 손으로 치마를 걷어 올린 모습은 누구의 손에도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을 인정하는 모습처럼 보인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 건 아마 자신의 진짜 모습을 잃어버렸기 때문일 것 같다. 아니면 어느 누구도 여자의 얼굴이 될 수 있음, 즉 우리 모두 '못난 나'를 가지고 있기에 특정 모습을 가지지 않은 것일 지도 모르겠다.

 

 일레인 N.아론은 임상 심리학자다. 심리치료사이자 사회심리학자로 '사랑'과 '호감'이라는 주제가 그녀의 전공분야였다. 20년 동안 상담을 진행하면서, 그녀는심리적 상처 속에는 공통적으로 작용하는 프레임이 있다는 사실을 포착했다. 바로 '못난 나', 스스로를 낮게 평가하는 심리 기제 말이다.

 

 이 책에서는 '못난 나'와 관련하여 두 가지 중요한 개념이 등장한다. '관계 맺기'와 '순위 매기기'인데 '사랑'과 '권력'으로 바꿔 이해할 수 있다. 두 단어는 1983년 정치심리학자 리안 아이슬러와 데이비드 로이가 처음 사용하며 등장했었다. 우리는 관계 맺기 대신 순위 매기기에 집중할 때 '못난 나'가 발달할 수 밖에 없다. 우리가 사용하는 방어기제는 총 여섯 가지로 최소화하기, 외부 요인 탓하기, 경쟁에서 빠지기, 과도하게 성취하기, 부풀리기, 투사하기다. 이 방어기제들은 독립적으로 발휘되기도 하지만 여러 개가 복합적으로 혹은 순차적으로 발휘되기도 한다. 때문에 방어기제라는 눈가리개를 걷어 내기 위해서는 매우 섬세한 관찰이 필요하다. 다행히 작가는 상세하게 방법을 제시한다. 이 책은 총 9장으로 이루어졌는데 작가는 각 장마다 끝에 실천방법을 제시한다. 직접 적고, 관찰하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치유하도록 돕기 위함이다. 그러니 연필과 메모지 또는 컴퓨터를 책 옆에 두고 읽기 시작하자.

 

 오래된 '못난 나'에서 벗어나는데 모든 사람이 이 책 하나로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작가가 자신하듯 분명 어떤 사람들은 이 책을 읽고, 작가가 제시한 실천사항을 하나씩 해나가며 스스로를 치유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문제란 스스로 자각함에서 치유가 시작되지 않던가. 이 책이 그런 당신을 도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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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로토닌의 비밀 - 불안과 우울을 치유하는 행복호르몬
캐롤 하트 지음, 최명희 옮김 / 미다스북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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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로토닌이란 단어가 생소한가? 기억을 되돌려 보자. 2005년 여름을 견디게 해줬던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의 시청자였나? 그렇다면 세로토닌은 낯선 단어가 아니다. 의대생이었던 희진(정려원 분)이 남자친구 진헌(현빈)에게 사랑에 대한 의학적 견해를 줄줄 읊어댔을 때 나왔던 단어들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현대 의학계에서 세로토닌은 기적의 호르몬, 태초의 화학물질, 행복물질, 21세기 호르몬 등으로 불린다. 엔도르핀이나 노르아드레날린 등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하나로 신체 호르몬의 한 종류인 세로토닌은 두뇌와 소화관 양 쪽에 작용한다. 주된 기능은 기분이 지나치게 들뜨거나 가라앉는 것을 조절하여 고요한 평상심으로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고, 신체 통증을 낮추고 완화시키며, 우리의 타고난 신체시계(24시간 주기)를 조절하고, 다른 신경전달물질의 영향력을 조정하고 관리하는 것이다.

 

  이런 역할을 하는 세로토닌에 이상이 생기면 우울증, 생리전증후군, 불면증과 같은 수면장애, 편두통을 포함한 두통들, 약물 및 알코올 중독, 과민성대장증후군, 섭식장애, 계절성우울증, 불안, 신경질, 공격성향, 충동조절 능력 약화, 통증에 대한 고도의 민감성, 강박충동행위, 편집증 등의 질병이나 신체적 장애를 경험하게 된다. 남성보다 여성에게 세로토닌 증후군이 더 많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연관이 있다고 한다.

 

 이런 세로토닌 증후군을 이겨내기 위해 작가인 캐롤 하트 박사는 규칙적인 운동과 복합탄수화물 식단을 해결책으로 제안한다.지나친 당분, 지방, 카페인, 인공감미료 글루탐산소다(MSG)의 섭취를 금하고 현미밥에 과일, 야채, 식물성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이다. 기분과 음식의 상관관계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작가의 말대로 '무드-푸드 일지'를 작성하는 게 도움이 될 것이다. 음식을 먹은 시간과 종류, 그 때의 기분, 활동을 일지로 작성해 스스로 확인하는 방법이다. 이를 통해 무심히 마시는 청량음료, 커피, 정제 탄수화물이 내 기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세로토닌 활성을 위한 운동법도 어렵지 않다. 규칙적이고 본격적인 운동은 물론 좋지만 여러 이유로 핑계를 대는 사람이라면 일상생활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3층 정도는 계단을 이용하고, 주차는 입구에서 가장 먼 곳에 하고, 지름길을 선택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심부름을 시키는 대신 직접 움직이고, 스트레칭을 하는 정도로도 충분하다. 이 작은 노력으로도 세로토닌은 활성화 되고 우리는 긍정적인 변화를 느낀다고 하니 투자 대비 남는 장사인 셈이다.

 

 세상에 공짜 없다는 건 새로울 것 없는 진리이다. 그리고 그 진리는 건강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손해볼 일 없다는 마음으로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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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트니스가 내 몸을 망친다
송영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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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낚이지 말자. 내용은 보지도 않고 '얼씨구나. 운동 하지 말라는 소리구나.' 한다면 그건 대단한 착각이다. 게다가 꽤 읽어볼 가치 있는 책 한 권을 통한 배움의 기회를 스스로 놓쳐버리는 행위이기도 하다.

 

 작가는 국민체력센터 운동처방실에 근무하며 국가대표를 비롯한 운동선수들과 일반인들의 운동 능력을 평가하고 처방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대학에서 운동처방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인간공학 및 재활보건학을 전공해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국스포츠의학회 임상운동전문가, 미국암협회와 스포츠의학회의 암 운동 트레이너 등을 비롯한 다수의 운동 전문가 자격과 실기지도자 자격도 보유했다. 한 마디로 이론과 실기를 겸한 전문가이다. 그래서 그가 이 책을 통해 전달하는 내용들에 신뢰가 간다.

 

 운동을 한 번이라도 마음 먹고 해 본 사람들은 모두 이런 '설'을 들어봤을 것이다. 공복에 운동을 하면 지방을 더 많이 태워서 운동 효과가 더 크다더라, 지방은 유산소 운동 30분 후부터 타니까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최소 30분 이상 운동을 해줘야 한다, 그러니까 근력 운동을 먼저 하고 유산소 운동을 하면 지방을 더 많이 태울 수 있다더라, 윗몸 일으키기가 뱃살 빼는데는 최고라던데, 훌라후프가 무거울수록 허리살 빼기 더 좋다더라 등등등. 온갖 '설'이 난무한다. 궁금해지는 것도 많아진다. 운동은 밤에 하는 게 더 좋을까, 아침에 하는 게 더 좋을까? 트레드 밀에서 뛸 때 모래주머니를 발목에 차거나 덤벨을 손에 들고 하면 효과가 더 크지 않을까? 근력운동과 유산소 운동 중 어떤 걸 먼저 하는 게 좋을까? 난 내배엽(혹은 중배엽이나 외배엽)인데 어떤 운동이 내게 더 맞을까? 등등등. 이 사람 하는 말 다르고, 저 사람 하는 말 다르니 참 헷갈린다. 

 

 여기 깔끔한 대답이 있다. 조목조목 잘도 설명해 놓았다. 운동 경력은 몇 년 되었지만 책 보며 공부한 적 없는 사람도 읽기에 무리 없다. 이런 책 읽기를 즐기는 사람으로서 평가하자면, 재미면에서 '상'이며 유용성면에서도 '상'이다. 난 재미있게 읽었다. 특히 나는 '코어근육'에 대한 글을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이 속층의 근육을 운동시키기 위해 첫 번 그림과 같은 상태를 취해야 한다. 복부의 약간 안쪽과 위쪽을 당긴 자세를 취한 상태이다.

이때 복부와 척추의 속층에 있는 근육이 자극된다. 쉽게 생각하면 복부 안쪽의 힘으로 배꼽을 당긴다는 느낌이 들도록 이 동작을 수차례 반복하거나 이 상태를 유지한다. 이 상태를 유지하면서 다른 동작을 병행하는 것이 흔히 소개되는 '코어운동'이다(중략).

다음 단계는 두 다리가 바닥에서 떠있지 않고 붙어 있는 상태로 운동을 하는 닫힌사슬운동이다.                                             232~233쪽

 

작가가 소개한 코어근육 자가 평가 방법은 결코 쉽지 않다. 해보면 알 것이다. 몸의 균형을 스스로 평가해 볼 수 있는 방법도 제안했는데 난 책을 읽다 말고 당장 해봤다.

평소 하던 거라 결과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확인 차원이었다. 만약 꾸준히 작가의 글을 읽고 싶다면 그의 블로그를 방문하면 된다. http://cansurvive.co.kr은 다음이 선정한 베스트 블로그다. 나도 방아간으로 삼아 틈틈히 드나들며 공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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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임팩트 맨 - 뉴욕 한복판에서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고 살아남기 1년 프로젝트
콜린 베번 지음, 이은선 옮김 / 북하우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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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다리 열 개 꼬리 하나'의 가족이 있다. 사는 곳은 거대도시 뉴욕이다. 이 가족의 가장인 역사 저술가 콜린 베번은 대단한 결심을 한다. 1년 동안 지구에 어떤 나쁜 영향도 주지 않고 살기 프로젝트다. 그것도 그들의 터전 뉴욕을 떠나지 않고 말이다. 자신뿐만 아니라 모피광인 아내 미셸과 기저귀를 차는 딸 이자벨라까지 동참시켰다.
 

 시작은 미미했다. 그리고 일이 이 정도로 커질 지도 몰랐다. 그가 뭘 좀 알고 시작한 건 더더욱 아니었다. 처음엔 점원의 "종이봉지에 담아 드릴까요? 비닐봉지에 담아 드릴까요?"라는 질문에도 올바른 답이 무엇인지 몰라 허둥대는 초보였다. 나중에는 시장바구니라는 정답을 내놓는 고수가 되지만 말이다. 총 7단계로 진행된 그의 프로젝트 1단계, '쓰레기 만들지 않기'였다. 종지기저귀 대신 사용할 천기저귀를 주문하고, 코 푸는데 필요한 키친 타월 대신 천을 준비하는 정도였다. 2단계, '교통수단 이용하지 않기'를 진행하며 비행기는 당연하고 지하철, 택시, 엘리베이터를 끊고 자전거와 계단을 선택했으며 아내는 삼륜자전거를 골랐다. 덕분에 두 사람 모두 체중이 줄었다. 3단계, '우리 고장에서 난 로컬 푸드를 먹기'를 단계에서는 공부를 많이 했다. 사는 곳이 그렇다 보니 고장의 범위를 400km로 결정한 후 커피만 포기한 게 아니었다. 샷을 세 개 추가한 에스프레소를 매일 마시는 아내를 위해 창가에 페퍼민트를 기르기 시작했고, 딸기가 그리웠지만 접었다. 심지어 지역에서 생산된 밀가루를 찾아내 빵까지 굽기 시작했고, 인근에서 생산돼 포장 없이 파는 식초가 없어서 만드는 방법까지 알아냈다.4단계, '쓸데없이 소비하지 않기'는 그나마 나은 편이었다. 딸의 생일 선물도 중고 가게에서 골랐는데 이자벨라는 "뭐든지 사주겠다"는 부모의 제안에도 불구하고 황금색 신발 딱 하나만 골랐고, 아내는 자신의 옷 안에서 쇼핑하는 법을 익혔다. 5단계, '집에서 사용하는 에너지 줄이기'는 대단한 결심이었다. 전기 차단기를 내렸으니까. TV는 팔았고, 충전된 태양에너지가 허락되는 만큼만 컴퓨터를 이용했고, 밀납양초를 구했다. 딸에게 먹일 우유가 상하는 걸 막기 위해 단지와 단지 사이에 젖은 모래를 채워 냉장고를 대신하는 법까지 시도했지만 결과는 시원치 않았다. 6단계, '물을 아끼고 오염시키지 않기'를 위해선 베이킹 소다를 적극 활용하는 법을 배웠고, 욕조에 물을 채워 발로 밟아 빨래하는 법을 가족 모두 실천했다. 7단계, '사회에 환원하기'를 위해선 친구와 함께 강가에서 쓰레기를 주웠고, 나무를 심고 싶었지만 그게 쉽지 않자 대신할 만한 단체를 찾아 자원봉사를 했다.

 




  방법을 소개하자면 먹다 남은 과일 - 사과 씨, 산딸기 찌꺼기, 기타 등등 - 을 대충 썬다. 물 1리터에 꿀 4분의 1컵을 넣고 젓는다. 먹다 남은 과일을 넣고 천으로 덮는다. 가끔 저어주면 발효될 때까지 2주에서 3주 동안 기다린다(179쪽).



 

  작가가 대단한 신념이 있는 사람이라 가능했던 게 아니다. 늘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고, 더 이상 도망다니기 싫어 시작한 일이었다. 1년이란 프로젝트 실행 기간 동안 그도 몇 번 정도는 실패했고, 약간의 융통성을 부리기도 했다. 계속 실천해야할 지 고민했고, 멀리 사는 가족들을 방문하지 못해서 서운한 소리를 듣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조금씩 자신의 실천 범위를 확장했고, 그의 블로그를 통해 연결된 전세계 사람들은 그의 선택에 동의하며 기꺼이 자신들도 선택하는 삶을 시작했다. "이 세상이 그렇게 하면서까지 구원받아 마땅한 곳이길.........." 바라면서.

 

 난 그의 바램에 기꺼이 "그럴 만한 곳이다"라고 대답했다. 그러니까 핑계대지 않고 그의 블로그 친구들처럼 선택할 것이다. 당신도 동참하고 싶다면 http://www.noimpactman.com을 방문해보라. 여전히 그는 정기적으로 환경에 대한 글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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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프 2 - 쉐프의 영혼
앤서니 보뎅 지음, 권은정 옮김 / 문예당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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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권 [쉐프의 탄생]에 이은 2권 [쉐프의 영혼]에는 그가 흠모한 쉐프들, 그의 도플갱어인 부주방장, 실력은 정말 끝내주지만 두통을 함께 선사하는 파티셰, 일본 체류, 책을 낸 후 변화된 그의 삶, 그가 책에서 언급한 사람들의 현재 생활, 요리사가 되기를 원하는 사람들에 대한 조언, 진짜 뉴욕의 맛집이 소개 된다.
 

 이 책에 소개된 사람들은 모두 개성에선 한 자리 하는 사람들이지만 특히 인상적인 사람이 있다. 앤서니 보뎅이 자신의 사악한 분신이며 정신적 이란성 쌍둥이이자 도풀갱어이고 비밀 첩보부 대장으로 임명된 그의 부주방장 스티븐이 바로 그 사람이다. 지위, 생김새, 성격 가리지 않고 치마 입은 여자라면 무조건 덤비는 데다, 온갖 외설적인 농담은 입에서 떨어질 날이 없고, 자신의 여드름과 문신까지 흥미 보이는 모든 사람들에게 옷을 훌렁 까보이며 정신을 쏙 빼놓지만 실력은 정말 빼어난 스티븐에 대한 이야기는 흥미진진하다. 자신의 요리를 완벽히 할 뿐 아니라 못 고치는 물건이 없고, 해결 못하는 문제 역시 없으며, 홀 직원들에게 요리해주는 걸 즐기는 유일한 요리사라니. (그는 현재 자신의 식당을 개업 준비 중이며 2세의 탄생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지구상에 또 하나의 스티븐 템펠이 존재할 것이란 생각만으로도, 특히 남자라면, 앤서니 보뎅은 공포스럽다나 뭐라나.)

 

 나만 그랬을까? 책을 읽으며 축구 선수 출신의 영국 스타 쉐프, 고든 램지가 종종 떠올랐는데(다혈질에 비방용 언어를 입에 달고 사는 걸로 유명하다. 그가 출연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시청한 적이 있는데 계속 네 글자 욕이 나오는 바람에 삑-삑- 하는 부저가 쉼없이 울려 댔다) 작가가 소개하는 주방의 언어를 읽고 나니 그만 탓할 게 아닌 것 같다. 세상엔 영어, 불어, 중국어, 일어 말고 주방어가 따로 존재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가족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표현은 엄격히 금시시되어 있고, asshole은 진짜 화났을 때만 쓰는 심각한 욕이라고 하니 이 세계의 언어에도 한계선은 존재하나 보다.

 

 혹시 요리사에 대한 꿈이 있다면 주방의 언어뿐만 아니라 대선배인 작가가 들려주는 조언에 귀 기울여 보자. 그는 요리사가 되려는 누군가에게 이것들을 요구한다. 완전히 헌신하라, 스페인어를 배워라(주방 보조들의 자리를 라틴 아메리카가 차지하고 있다), 훔치지 말라, 절대 리베이트나 뇌물을 받지 말라, 시간을 엄수해라, 절대로 변명하지 말고, 남을 비난하지 말라, 전화를 걸어 아프다는 핑계를 대지 말라, 게으름을 피우거나 농땡이를 부리거나, 손이 더딘 굼벵이는 저리 가라, 인간이 할 수 있는 온갖 어리석은 행위와 부정한 짓을 두 눈으로 직접 목격할 각오를 하라, 최악의 상황을 즐겨라, 거짓말을 하지 않도록 노력하라, 이력서에 대해 생각하라, 읽어라, 업주의 이름이 문 밖으로 나가는 레스토랑은 피하라, 유머감각을 가져라.

 

  휴- 총 550쪽이 넘는 작가의 속사포를 며칠 동안 읽었더니 귀가 멍멍하다. 완전한 만연체에, 드물지 않게 발견되는 오타들, 테스토스테론 넘쳐나는 작가의 글이 어찌나 시그럽던지 눈으로 읽었는데 피곤한 건 귀다. 올해 초 방영됐던 드라마 <파스타>의 최현욱쉐프가 괜히 탄생된 게 아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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