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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프 2 - 쉐프의 영혼
앤서니 보뎅 지음, 권은정 옮김 / 문예당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1권 [쉐프의 탄생]에 이은 2권 [쉐프의 영혼]에는 그가 흠모한 쉐프들, 그의 도플갱어인 부주방장, 실력은 정말 끝내주지만 두통을 함께 선사하는 파티셰, 일본 체류, 책을 낸 후 변화된 그의 삶, 그가 책에서 언급한 사람들의 현재 생활, 요리사가 되기를 원하는 사람들에 대한 조언, 진짜 뉴욕의 맛집이 소개 된다.
이 책에 소개된 사람들은 모두 개성에선 한 자리 하는 사람들이지만 특히 인상적인 사람이 있다. 앤서니 보뎅이 자신의 사악한 분신이며 정신적 이란성 쌍둥이이자 도풀갱어이고 비밀 첩보부 대장으로 임명된 그의 부주방장 스티븐이 바로 그 사람이다. 지위, 생김새, 성격 가리지 않고 치마 입은 여자라면 무조건 덤비는 데다, 온갖 외설적인 농담은 입에서 떨어질 날이 없고, 자신의 여드름과 문신까지 흥미 보이는 모든 사람들에게 옷을 훌렁 까보이며 정신을 쏙 빼놓지만 실력은 정말 빼어난 스티븐에 대한 이야기는 흥미진진하다. 자신의 요리를 완벽히 할 뿐 아니라 못 고치는 물건이 없고, 해결 못하는 문제 역시 없으며, 홀 직원들에게 요리해주는 걸 즐기는 유일한 요리사라니. (그는 현재 자신의 식당을 개업 준비 중이며 2세의 탄생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지구상에 또 하나의 스티븐 템펠이 존재할 것이란 생각만으로도, 특히 남자라면, 앤서니 보뎅은 공포스럽다나 뭐라나.)
나만 그랬을까? 책을 읽으며 축구 선수 출신의 영국 스타 쉐프, 고든 램지가 종종 떠올랐는데(다혈질에 비방용 언어를 입에 달고 사는 걸로 유명하다. 그가 출연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시청한 적이 있는데 계속 네 글자 욕이 나오는 바람에 삑-삑- 하는 부저가 쉼없이 울려 댔다) 작가가 소개하는 주방의 언어를 읽고 나니 그만 탓할 게 아닌 것 같다. 세상엔 영어, 불어, 중국어, 일어 말고 주방어가 따로 존재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가족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표현은 엄격히 금시시되어 있고, asshole은 진짜 화났을 때만 쓰는 심각한 욕이라고 하니 이 세계의 언어에도 한계선은 존재하나 보다.
혹시 요리사에 대한 꿈이 있다면 주방의 언어뿐만 아니라 대선배인 작가가 들려주는 조언에 귀 기울여 보자. 그는 요리사가 되려는 누군가에게 이것들을 요구한다. 완전히 헌신하라, 스페인어를 배워라(주방 보조들의 자리를 라틴 아메리카가 차지하고 있다), 훔치지 말라, 절대 리베이트나 뇌물을 받지 말라, 시간을 엄수해라, 절대로 변명하지 말고, 남을 비난하지 말라, 전화를 걸어 아프다는 핑계를 대지 말라, 게으름을 피우거나 농땡이를 부리거나, 손이 더딘 굼벵이는 저리 가라, 인간이 할 수 있는 온갖 어리석은 행위와 부정한 짓을 두 눈으로 직접 목격할 각오를 하라, 최악의 상황을 즐겨라, 거짓말을 하지 않도록 노력하라, 이력서에 대해 생각하라, 읽어라, 업주의 이름이 문 밖으로 나가는 레스토랑은 피하라, 유머감각을 가져라.
휴- 총 550쪽이 넘는 작가의 속사포를 며칠 동안 읽었더니 귀가 멍멍하다. 완전한 만연체에, 드물지 않게 발견되는 오타들, 테스토스테론 넘쳐나는 작가의 글이 어찌나 시그럽던지 눈으로 읽었는데 피곤한 건 귀다. 올해 초 방영됐던 드라마 <파스타>의 최현욱쉐프가 괜히 탄생된 게 아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