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소통의 법칙 67
김창옥 지음 / 나무생각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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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강의를 우연히 TV에서 본 적 있다. 양치질 하는 3분 동안 어슬렁거릴 때였다. 주부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였던 걸로 기억한다. 작은 일에도 깔깔깔 잘 웃는 주부들은 그의 말에 "맞아, 맞아" 공감도 하고, 고개도 끄덕거렸다. 남자 진행자는 자신이 권위적인 아버지라고 고백하며 반성의 모습도 내비쳤다.
 

 경희대학교 성악과를 졸업한 작가 김창옥은 현재 성악가 대신 소통전문가로 불린다. 자신만의 목소리로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강의하는 게 그의 직업이다. 그가 처음 이 일을 하기로 결심했을 때, 학생은 밥까지 사주며 꼬신 지인 정도였지만 이제 그는 대기업을 비롯해 고려대학교 최고경영자과정, 이화여대 등에서 강의도 하고, 방송에 출연도 하며, 책고 추간하는 스타 강사가 됐다.

 

 이 책에서 그는 소통의 법칙 67가지를 제안한다. 각 원칙은 한 쪽에서 세 쪽 정도의 짧은 분량으로 소개한다. '메틴가스를 에너지로 써라', '반 잔의 커피를 남겨라', '마블링을 즐겨라'같은 원칙들은 내용을 읽지 않고는 작가가 주장하는 것이 무엇인지 짐작하기 어렵다. 반면 '1분만 기다려라', '마음의 소리에 반응하라', '열등감의 때를 벗겨라'같은 원칙들은 굳이 내용을 읽지 않아도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일지 짐작 가능하다.

 

 이야기를 쉽게 풀어쓰고, 한 가지 원칙의 내용을 길게 잡지 않고, 이해하기 쉬운 말을 사용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미 다른 책에서 인용됐던 사례들이 종종 등장하는 점은 아쉽다. 신선함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 책을 통해 (의사)소통의 구체적인 방법을 배우고자 원했던 사람들에게 그가 제안하는 원칙들은 '듣기 좋은 그러나 돌아서면 쉽게 잊혀질 수 있는' 이야기 정도라는 점에서 더 아쉽다. 소통전문가라는 직업을 가진 작가가 제안하는 구체적 지침이라기 보다는 '좋은 생각' 류의 착한 이야기 모음집 정도로 이해된다. 나 역시 작가의 직업이 소통전문가라고 해서 실질적 도움을 배울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했는데 전혀 다른 방향으로 씌여진 책을 읽으며 아쉬움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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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못 버리는 사람 - 풍수와 함께 하는 잡동사니 청소, 2008 원서개정판
캐런 킹스턴 지음, 최지현 옮김 / 도솔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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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필 [인연]에서 수필가 피천득씨는 아사코를 세 번 만났다고 했다. 세 번째는 만나지 않는 게 좋았을 것이란 고백도 했다.

 나도 이 책을 세 번 만났다. 몇 년 전 동생에게 부탁해 대학 도서관에서 초판을 빌려 읽었고, 몇 달 전 집 근처 도서관에서 다시 빌려 읽었고, 100만부 판매 기념으로 15% 정도 추가된 내용으로 재발행 된 2010년 판을 세 번째로 읽었다. 그리고 다행히 난 피천득씨가 했던 후회는 하지 않았다. 운이 좋았다.

 작가인 캐롤 킹스턴이 풍수 전문가라 어떤 이들은 이 책에 대해 거부감을 가질 지도 모르겠다. 관심도 없고, 믿지도 않는 풍수 따위에 대한 책이라니. 그런데 이렇게 말을 바꾸면 거부감이 덜 할까? 신체적, 감정적, 영적, 물리적 잡동사니 청소. 이제 좀 이 책이 편안하게 느껴지는가?

 "난 잡동사니 따위 안 키워."라고 주장할 누군가를 위해 작가가 정의하는 잡동사니의 개념부터 알아 보자. 아마 당당하게 "난 해당사항 하나도 없어."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 아마 없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다.

 쓰지 않거나 좋아하지 않는 물건들
 조잡하거나 정리되지 않은 물건들
 좁은 장소에 넘쳐흐르는 물건들
 끝내지 못함 모든 것

 앞의 세 가지는 그나마 눈에 보이는 것들이라 모른 척 하기 쉽지 않지만 마지막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이라 무시하기 쉬울 것이다. 하지만 그 영향력은 상상을 초월하니 앞의 세 가지에 절대 뒤지지 않을 것이다. 

 책은 크게 세 단계로 진행된다. 먼저 잡동사니가 무엇인지 이해하고, 그것들을 찾아낸 뒤, 마지막으로 청소하는 것이다. 친절하게도 청소 방법도 몸 청소, 마음 청소, 시간 청소, 감정 청소로 나눠 상세히 가르쳐 준다. 좋은 선생이 있으니 따라하기만 잘 하면 좋은 학생이 될 것이다. 나도 좋은 학생이 되기 위해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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섀도 키스 - 내가 선택한 금지된 사랑 뱀파이어 아카데미 시리즈 3
스콜피오 리첼 미드 지음, 전은지 옮김 / 글담노블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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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열 여덟살 생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름은 로즈, 수호 아카데미의 초보 수호인으로 졸업을 앞두고 있다. 댐퍼(반은 인간, 반은 모로이)로 어머니 역시 아주 뛰어난 수호인이다. 한 번 죽었다 리사의 도움으로 살아난 뒤 '나'는 결속으로 리사와 맺어졌고, 졸업 후는 물론이고 6주간의 실전 테스트에서도 그녀의 수호인이 될 거란 사실을 의심한 적이 없다. 사실 성질이 좀 더러워서 그렇지 실력은 최고로 인정받고 있다. 몇 달 전, 몇 명과 함께 스트리고이(불사의 존재로 모로이나 댐퍼, 인간을 노려 피를 뺏는다. 스크리고이가 희생자의 피를 마신 후 다시 강제로 스트리고이의 피를 마시게 하면 희생자는 스트리고이가 된다. 모로이가 인간이나 댐퍼의 피를 고의로 많이 마셔 상대방이 죽을 경우 모로이가 스트리고이가 되기도 한다.)에게 끌려갔다 메이슨이 죽었다. 그는 나를 사랑했기에 죄책감을 말 할 수 없이 큰데 자꾸 그의 유령이 보인다. 그러나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학교 선생님이며 가장 뛰어난 수호인인 드리트리다. 졸업 후 드미트리와 리사의 수호인이 될 것이라 우리의 사랑은 불가능하다고 믿고 있는데 난데없이 실전 훈련에서 리사의 남자친구인 크리스티안을 맡게 됐다.
 

 리사는 드래고미르 가문의 공주로 유일한 생존자다. 영적 마법을 쓸 수 있는 한 명이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여왕은 리사를 자신의 친척이며 역시 영적 마법을 쓰는 에이드리안과 결혼시킬 계획이지만 안타깝게도 에이드리안은 '나'를 사랑한다. 모로이인 리사와 댐퍼인 나는 한 팀이라고 생각한다.

 

 드리트리는 수호 아카데미의 가장 뛰어난 교사이다. '나'를 사랑한다. 하지만 둘의 사랑은 비밀이다. 선생과 제자라는 관계, 내가 아직 미성년인 점. 두 사람 모두 장차 리사의 수호인이 될 거란 점 등에서 우리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다. 심지어 결속 관계인 리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카데미의 보호벽을 뚫고 스트리고이 무리가 침입했고, 많은 희생자를 냈다. 끌려간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스트리고이들이 숨어 있는 동굴을 급습했다, 디미트리는 잡혀 스트리고이가 된다. 스트리고이가 되기보단 죽는 게 낫다고 말했던 그를 위해 나는 그를 죽이러 떠난다. 학교는 자퇴한다.

 

 크리스티안은 자발적으로 스트리고이가 된 부모님들을 둔 까닭에 학교 내 왕따다. 처음에 그의 수호를 맡았을 때 6주를 어떻게 버티나 싶었는데 막상 겪어보니 괜찮다. 리사와는 열렬히 사랑하는 사이고 불의 마법을 다루는데 스트리고이들이 아카데미를 공격한 날, 모로이는 마법을 쓰지 않는다는 불문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마법을 사용해 전투에 참여했다. 크리스티안이 불의 마법으로 스트리고이에게 불을 붙이면 내가 은말뚝을 심장에 박는 콤비 플레이였다.

 

 에이드리안은 리사와 더불어 영적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모로이다. 영적 마법 사용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늘 술을 입에 달고 산다. 미남인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나를 좋다고 한다. 나는 스트리고이가 된 드리트리르 죽이기 위해 아카데미를 떠날 때, 돈이 필요했고 나를 좋아하는 그의 마음을 이용해 돈을 빌렸다. 나를 좋아하는 그의 마음은 진심이지만 받아들일 수 없다.

 

 이 책은 [뱀파이어 아카데미]시리즈 6권 중의 세 번째 권에 해당한다. 1, 2권은 읽지 않고 3권인 [섀도 키스]를 읽었지만 내용을 이해하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다. 사람들과의 관계, 그들이 서로에게 가지는 감정, 그들 사이에 있었던 사건들, 호칭, 개념들을 작가가 이 책 한 권에도 충분히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기 전, 뱀파이어류의 책은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를 읽어본 게 전부였다.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는 10대 소녀들이 열광하는 뱀파이어 시리즈와는 달랐기 때문에 [트와일라잇] 시리즈가 큰 인기를 끌었지만 전혀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 내가 10대도 아니지만 10대 무렵에도 그런 소재에는 흥미가 전혀 없었다. 그래서 나에게 [아카데미 시리즈]의 일부인 이 책은 새로운 장르에 대한 접근이었는데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477쪽이라는 적지 않은 분량이 지루하지 않게 읽혔고, 시리즈의 다른 책들까지 궁금해졌다.

 

 깊은 여름 밤, 도시에서 휴가 기분을 내고 싶을 때 난 추리소설을 선택했었는데 뱀파이어 시리즈를 선택해도 좋을 것 같다. 머리를 식혀주는 기분이다. 책 읽기가 늘 진지하고 심각하고 무거울 필요가 있나? 나 역시 책 읽기를 즐기는 한 사람이지만 요즘처럼 여름이 길고 지루하게 느껴지는 때, 딱 읽기 좋은 책이란 생각이 든다. 그건 그렇고, 이거 1, 2권과 나머지 4, 5, 6권을 읽어야겠는데,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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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 오브 워터 - 흑인 아들이 백인 어머니에게 바치는 글
제임스 맥브라이드 지음, 황정아 옮김 / 올(사피엔스21)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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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이자 재즈 뮤지션인 제임스 맥브라이드는 작가이기도 하다. 아프리카계 미국인 아버지와 폴란드 출신 유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어머니와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1996년 출간된 후 2년이 넘는 동안 <뉴욕 타임즈>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던 이 에세이는 미국 전역의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교재로 사용되기도 했다.
 

 그의 어머니 루스 맥브라이드 조던의 원래 이름은 레이첼 데보라 실스키로 정통파 랍비 아버지와 장애를 가진 어머니 아래 태어났다. 두 살 되던 해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 와 버지니아 주 서퍽에 정착했다. 그녀는 어릴 적부터 아버지에게 성적 추행과 노동착취를 당하며 성장했다.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로 총으로 쏘아 죽여도 문제가 되지 않던 시대에 그녀는 두 번이나 흑인과 결혼했다. 첫 번째 남편과의 사이에 여덟 아이를 낳았고, 사별한 후 만난 남편과의 사이에서 네 명의 아이를 더 낳았고 역시 사별했다. 그녀는 열 두 명의 아이를 모두 대학에 진학시켜 의사, 교수 등으로 키워냈다. 백인 어머니와 흑인 아이들이라는 흔하지 않은 모습으로 그들은 늘 주목받아야 했다.

 

 총 25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아들인 제임스 맥브라이드와 어머니인 루스 맥브라이드 조던의 이야기가 한 장씩 교차되며 진행된다. 그러니 이 책의 '나'는 한 명이 아니다. 한 명의 '나'는 흑인으로 태어나 성장하고 자리잡은 남자이고, 다른 한 명의 '나'는 백인으로 태어나 성장하고 자신을 백인들로부터 분리된 사람으로 여긴 여자이다. 두 명의 '나'는 모자라는 관계로 서로의 삶을 겹쳐 살기도 한다. 몰래 학교를 땡땡이 치고, 집을 나가 연락을 끊고, 마약을 파는 아들로서, 형제들로부터 절연 당하고, 두 번이나 남편을 먼저 떠나 보내고, 사람들의 수근거림을 견뎌내는 어머니로서 말이다.

 

 사실 나에게는 낯 선 이야기다. 난 흑인 아이를 둔 백인 어머니도 아니고, 백인 어머니를 둔 흑인 아들도 아니니까. 더욱이 백인과 흑인의 인종 차별이 문제가 된 시대를 살지도 않았고, 내가 살고 있는 곳은 미국이 아니니까. 나에게는 공감할 수도 없고, 공유할 수도 없는 이야기지만 이해할 수는 있는 이야기 정도. 겉으로 보이는 피부색의 차이가 아닐 뿐, 우리 모두 사회 안에서 '다름'으로 소외당할 수 있다는 걸 생각한다면 결국 '나'의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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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라이프 - 카모메 식당, 그들의 따뜻한 식탁 Life 라이프 1
이이지마 나미 지음, 오오에 히로유키 사진 / 시드페이퍼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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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카모메 식당]을 본 사람들은 모두 영화에 등장한 음식을 보며 침을 꼴깍꼴깍 삼켰을 것이다. 내가 그랬다. 아우- 도대체 무슨 맛인지 궁금했다. [안경]을 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을 거라고 짐작한다. 내가 그랬다. 누가 나 좀 저렇게 밥상 차려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니, 한 번이라도 저 음식들을 맛보고 싶었다. 그냥 눈으로 보고 넘어가기에는 아까웠다. 아마 [남극의 셰프]나 [심야식당]을 본 사람의 반응 역시 다를 것 없으리라 생각한다. 난 두 편 모두 아직 보지 못했지만 내 반응이야 뻔할 것이다. '정말 음식 고문이 따로 없구나-' 하겠지. 이 모든 영화와 드라마 뒤편에는 이이지마 나미가 있다. 푸드 스타일리스트 출신으로 영화 전문 음식감독이 된 그녀.

 

 이 책은 레시피책이며, 에세이집이며, 사진집이라고 할 수 있다. 이이지마가 제안하는 음식과 레시피, 맛 내는 비법 뿐만 아니라 유명인들의 음식에 얽힌 에세이, 작가의 짧은 글이 예쁜 사진과 함께 실려있다. 특히 요리과정을 세세하게 사진으로 찍어 초보자들도 접근하기 쉽도록 배려했다. 책 디자인이 딱 일본책스럽게 예쁘고, 군더더기 없어서 요리에 관심 없는 사람이라도 눈 호강 삼아 꽂아 두고 보고 싶을 정도이다.

 

 그녀가 음식감독을 맡는 영화의 staff가 되지 않는 이상 내가 그녀의 음식을 맛 볼 날이 올 지는 모르겠다. 그러니 꿩 대신 닭이라고 그녀 이름 단 영화라도 자주 만나고 싶다. 아- 음식고문을 감당하는 건 오로지 내 몫이다.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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