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 오브 워터 - 흑인 아들이 백인 어머니에게 바치는 글
제임스 맥브라이드 지음, 황정아 옮김 / 올(사피엔스21)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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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작곡가이자 재즈 뮤지션인 제임스 맥브라이드는 작가이기도 하다. 아프리카계 미국인 아버지와 폴란드 출신 유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어머니와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1996년 출간된 후 2년이 넘는 동안 <뉴욕 타임즈>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던 이 에세이는 미국 전역의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교재로 사용되기도 했다.
 

 그의 어머니 루스 맥브라이드 조던의 원래 이름은 레이첼 데보라 실스키로 정통파 랍비 아버지와 장애를 가진 어머니 아래 태어났다. 두 살 되던 해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 와 버지니아 주 서퍽에 정착했다. 그녀는 어릴 적부터 아버지에게 성적 추행과 노동착취를 당하며 성장했다.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로 총으로 쏘아 죽여도 문제가 되지 않던 시대에 그녀는 두 번이나 흑인과 결혼했다. 첫 번째 남편과의 사이에 여덟 아이를 낳았고, 사별한 후 만난 남편과의 사이에서 네 명의 아이를 더 낳았고 역시 사별했다. 그녀는 열 두 명의 아이를 모두 대학에 진학시켜 의사, 교수 등으로 키워냈다. 백인 어머니와 흑인 아이들이라는 흔하지 않은 모습으로 그들은 늘 주목받아야 했다.

 

 총 25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아들인 제임스 맥브라이드와 어머니인 루스 맥브라이드 조던의 이야기가 한 장씩 교차되며 진행된다. 그러니 이 책의 '나'는 한 명이 아니다. 한 명의 '나'는 흑인으로 태어나 성장하고 자리잡은 남자이고, 다른 한 명의 '나'는 백인으로 태어나 성장하고 자신을 백인들로부터 분리된 사람으로 여긴 여자이다. 두 명의 '나'는 모자라는 관계로 서로의 삶을 겹쳐 살기도 한다. 몰래 학교를 땡땡이 치고, 집을 나가 연락을 끊고, 마약을 파는 아들로서, 형제들로부터 절연 당하고, 두 번이나 남편을 먼저 떠나 보내고, 사람들의 수근거림을 견뎌내는 어머니로서 말이다.

 

 사실 나에게는 낯 선 이야기다. 난 흑인 아이를 둔 백인 어머니도 아니고, 백인 어머니를 둔 흑인 아들도 아니니까. 더욱이 백인과 흑인의 인종 차별이 문제가 된 시대를 살지도 않았고, 내가 살고 있는 곳은 미국이 아니니까. 나에게는 공감할 수도 없고, 공유할 수도 없는 이야기지만 이해할 수는 있는 이야기 정도. 겉으로 보이는 피부색의 차이가 아닐 뿐, 우리 모두 사회 안에서 '다름'으로 소외당할 수 있다는 걸 생각한다면 결국 '나'의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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