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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욱 찾기
전아리 지음, 장유정 원작 / 노블마인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그녀 효정, 스물 아홉. 취직을 해도 1년을 넘기지 못하고 늘 뛰쳐나오더니 이번 출판사에서는 2년 가까이 일했다. 여행 주간지 부서가 적성에 맞았기 때문인데 나흘 전 편집장이랑 싸우고 그만 뒀다. 몇 달 공들인 터키 여행 기사를 편집장이 다른 사람에게 통째로 넘겨준 게 이유였다. 코스 요리가 나온다길래 친구 원피스 빌려 입고 고등학교 동창의 호텔 결혼식에 갔다. 신랑신부 친구들 뒤풀이에서 어떤 진상이 흑장미 해달라고 덤비길래 질겁했는데, '당신의 첫사랑을 찾아드립니다'라는 전단지 홍보문구를 찾아 간 사무실 주인이 그 진상이었다. 인도에서 만났던 첫사랑 김종욱 찾기를 입사시험으로 삼기로 하고, 일단 막무가내로 그 사무실에 취직했다. '2005년에 인도여행을 갔던 31세 김종욱'을 그래서 찾았냐고? 찾았다. 사실, 이미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겁 나서 모른 척 했던 사람은 효정 자신이었다.
그 성재, 서른 셋. 광고회사에 뼈를 묻을 각오로 열심히 일했는데, 회사 사정 좋지 않다는 소문 돌면서 5년 다닌 직장에서 잘렸다. 이 기회에 사업이나 해볼까 싶어서 시작한 소규모 광고대행업체의 첫 일감은 고리대금업을 하는 동네 아줌마의 광고전단지 만들기였다. 그러나 아줌마가 계돈을 몽땅 들고 도망가는 바람에 보기좋게 물먹었다. 어영부영 아줌마가 일하던 사무실에 엉덩이 붙이고 있으려니, '당신의 첫사랑을 찾아드립니다'라는 홍보문구에 흥신소인 줄 알고 어떤 여자가 찾아왔다. 입사 테스트 겸 김종욱을 찾으러 다니다보니 예쁜 편이지만 여자같지 않고, 단순한 그 여자가 자꾸 좋아진다.
또 다른 그녀, 송나리. 일러스트레이터로 수입 좋고, 알뜰하고, 음식 잘 하고, 청바지에 하얀 티셔츠 하나만 입어도 태가 날 만큼 몸매 좋고, 게다가 예쁜 그녀 역시 스물 아홉이다. 어릴 때 강남, 홍대 클럽 죽순이였다는 게 흠이면 흠이지만 지금은 청산했다. 결혼이 목표인데 잘 되지 않는다. 한때 잠깐 사귀었던 남자 상필과는 상부상조하는 사이로, 서로 점 찍은 이성이 생기면 질투 붙이기 용으로 몫을 톡톡히 해낸다. 물론 가끔 잠도 자는데, 그러다 덜컥 임신이 됐고, 결혼을 하게 됐다.
또 다른 그 효섭, 삼수생인데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상속 많이 받은 여자애와 연애를 하더니 결혼만 시켜달라고 한다. 결국 성형외과 의사되면 봐주겠다는 여자에게 차이고는 눈물, 콧물 질질 흘리며 대성통곡이다.
그녀와 또 다른 그의 아버지, 해병대 출신이라는 과거 하나로 목에 깁스를 하고 사는 가장이다. 무뚝뚝한 이 아버지가 결혼기념일 이벤트를 해보겠다고 삼수생 아들내미한테 아이디어를 얻어 하긴 했는데,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다고 처음 한 이벤트는 날짜부터가 틀렸다.
연애는 직장 있는 미혼남녀만 하는 게 아닌가 보다. 결혼해서 30년이 지난 부부도 하고, 삼수생도 하고, 실업자도 한다. 겁 나서 도망도 갔다, 큰 맘 먹고 고백도 했다, 번지수 잘못 찾아 헤매기도 했다, 잠깐 어긋나기도 했다 그러면서 말이다.
창작 뮤지컬로 30만 관객을 동원했던 [김종욱 찾기]가 공유, 임수정 주연의 영화로 개봉을 기다리고 있고, 이렇게 소설로도 출발선 대기 중이다. 나는 뮤지컬을 보지 않아서 원작과 소설이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소설 속 그와 그녀들은 사랑스럽다. 나이, 직업, 성적 취향 상관 없이. 올해 두 달도 안 남았는데 여전히 모태솔로 팔자 벗어나지 못했다고 낙담하고 있는 인생이 있어 대리만족이 필요하다면 안성맞춤이다. 재미있게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