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석 - 6주, 당신이 행복해지는데 필요한 시간!
소냐 류보머스키 & 제임 커츠 지음, 박정효.송단비 옮김 / 책마루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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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는 행복해지는데 얼마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취직이 되면? 애인이 생기거나 결혼을 하면? 아이가 대학에 들어가면? 내 집을 사면? 승진하면?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오고 나면? 꼭 사고 싶은 명품 가방을 사고 나면? 다이어트에 성공해서 44size를 입게 되면? 종자돈 1억이 생기면? 영어를 잘 하게 되면? 이 책의 작가들은 6주면 된다고 말한다.
 

 이 책은 이미 국내에서 발간되었던 [HOW TO BE HAPPY, 행복도 연습이 필요하다]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실전응용 워크북이다. 이 책의 저소냐 류보머스키가 바로 그 책의 저자이기 때문이다. 리버사이드 캘리포니아 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2002년에 템플턴 긍정심리학 상을 수상한 소냐 류보머스키는 유명한 긍정심리학자다. 학생지도와 상담의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의 교수 및 올해의 교수 멘토 상을 수상하기도 했는데 현재 긍정심리학저널의 부편집장을 맡고 있다. 포모나 컬리지 심리학 과정의 방문 조교수인 공동 저자 제임 커츠 역시 행복의 심리학에 대한 강연을 기획해 가르치는 행복 전문가다.

 

 그럼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행복이란 무엇일까?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이니, 12가지 전략을 알기 전에 행복의 정의부터 확인하고 넘어가는 게 맞겠다.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행복이란 긍정적인 일은 많이, 부정적인 일은 적게 경험하는 삶을 의미한다. 또한 산다는 것이 기쁘고, 살 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끼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잔잔하고 담담한 마음부터 미칠 듯 기쁜 감정까지 모두 행복의 범주에 속하는 것이다. 중요한 건 사람마다 행복을 느끼는 정도가 모두 다르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행복이란 배울 수 있는 걸까? 행복 연구자들은 사람마다 유전적으로 정해지는 행복의 기본값이 있는데 이것은 행복의 50% 정도만 결정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우리가 행복해지기 위해 충족되어야 한다고 믿는 환경이나 조건은 행복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겨우 10%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니까 40%의 행복은 노력에 의해 얻을 수 있단 계산이 된다. 다행이다.

 

 요 40%를 채우기 위해 작가가 제안한 전략은 모두 12가지다. 감사하기,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과도하게 생각하지 않기와 비교하지 않기, 친절 베풀기, 돈독한 인간관계 맺기, 잘 대처하기, 용서하는 법 배우기, 몰입하기, 인생의 기쁨 음미하기, 목표를 향해 노력하기, 종교생활 하고 영성 키우기, 건강 챙기기. 어떤가? 다 어디서 한 번 정도는 본 거라 "그거 별로 효과 없어."라는 대뜸 대답하고 싶은가. 자, 흥분하지 말자. 친절하게도 작가들이 각 전략마다 실천방법을 알려준다. 처음부터 말하지 않았나. 이 책은 실전응용 워크북이라고. 하나만 예를 들겠다. 첫 번째 전략 '감사하기'를 보자. 먼저 자신이 얼마나 감사하는 사람인지 확인할 수 있는 설문지가 나온다. 그리고 자신의 삶에서 감사한 일 다섯 가지 적어 보기라는 생활 연습이 나온다. 그리고 실제 감사하기를 통해 변화를 경험한 사람의 경험담과 작가 자신의 경험담이 소개된다. 마지막에는 금주의 핵심포인트로 요점 정리까지 해주고, 추가 읽을거리와 심화 읽을거리까지 소개해준다. 마무리 확실하다.

 

 그러고 보니 올해가 6주 조금 부족하게 남았다. 이 책을 따라해보면 어떨까? 그럼 적어도 2010년의 마지막 날, "난 올해 좀 더 행복해졌어."라고 말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밑져야 본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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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Zone
차동엽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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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는 너무나 유명해진 문장이 있다. 스티브 잡스가 2005년 스탠포드대학교 졸업 축사에서 언급한 "Stay hungry. Stay foolish."라는 문장 말이다. 그의 연설문 전부를 읽지 못했기 때문에 그가 어떤 의미로 이 두 개의 문장을 사용했는지는 모르겠다. 그저 나는 내 마음대로 이렇게 해석했다. 자신이 바보라고 생각하고 배워라, 자신이 바보라고 생각한다면 다른 사람은 늘 자신보다 나은 사람일테니 어떤 사람에게서도 무언가를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자만심을 버려라, 겸손한 자세로 늘 책을 읽고 배워라, 세상에 나보다 뛰어난 사람을 얼마든지 많다, 내가 다 안다고 생각할 때 나의 성장은 그 때부터 끝이다, 끊임없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나는 아직 부족하다는 겸허한 자세가 필요하다, 이거저거 다 재는 똑똑이가 되기 보다는 다른 건 포기하더라도 내가 진짜 원하는 거에 미쳐봐라, 바보에게 세상은 온통 신기한 일 투성이일 테니 늘 바보의 눈으로 세상을 처음 만난 듯 봐라 등등.
 

 이번엔 차동엽신부님이 바보가 되라고 하신다.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디젤도 "Smart? No! Be stupid!"라는 브랜드 광고를 내놨다는데 바보가 새로운 유행거리라도 되나?

 

 차동엽신부님은 누구에게나 바보지대라는 게 있으며, 그것이 새로운 시대에서 성공하는 비결이란다. 그러면서 '바보철학 12훈'을 제안하는데 상식을 의심하라, 망상을 품으라, 바로 실행하라, 작은 일을 크게 생각 여기라, 큰일을 작게 여기라, 미쳐라, 남의 시선에 매이지 마라, 황소걸음으로 가라, 충직하라, 투명하라, 아낌없이 나누라, 늘 웃으라가 그것이다. 슥 읽어봐도 그다지 새로워 보이는 건 없어 보인다. 그럼 차동엽신부님은 이걸 어떻게 풀어낸 걸까.

 

 작가는 다양한 이야기거리를 들며 각 원칙의 당위성을 주장한다. 예를 들어 바보 철학 3훈인 '바로 실행하라'를 읽어 보면 작가의 어릴 적 경험이 등장하는데 이렇다. 작가가 어렸을 적 동네에 '재만'이라는 바보가 있었다고 한다. 어느 날 그의 아버지가 심부름시킬 일이 있어 재만을 부른 뒤 "고잔 좀 갔다 오너라."라고 말하고 심부름 내용을 알려주려고 아들을 찾았는데 보이지 않더라는 것이다. 몇 시간이나 지나 아들이 나타났기에 화가 나서 어디 갔다 이제 나타났냐고 물었더니 들은 대로 고잔에 다녀왔다고 하더란다. 고잔이란 곳은 그 동네에서 20~30리나 떨어진 곳이었는데 말이다. 그 뒤로 그 마을에는 "저 놈 하는 행동이 꼭 재만이 고잔 갔다 오듯 하다"는 속담이 생겼다고 하는데 작가는 이 실례를 통해 즉시 이행의 중요성을 전달한 셈이다.

 

 이렇듯 풍부한 실례 덕분에 책은 쉽게 읽힌다. 그리고 작가가 주장하는 '바보'의 개념이 새로운 것이 아니란 걸 알게 된다. '큰 지혜는 어리석음과 같다'는 의미의 '대지약우(大智若愚)'가 노자의 말에서 유래된 걸 보면 말이다. 사전적 의미의 바보가 아니라 확장된 의미로서의 바보는 허허실실의 도가 트인 도인이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바보가 성공하는 건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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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딕 라운지
박성일 지음 / 시드페이퍼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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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 이 지구상에 한국사람의 발바닥이 찍히지 않은 곳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나는 단언한다. 처음 해외여행이 자유화되었을 때, 주요 여행지는 미국과 유럽이었다. 그러다 그곳에서 너무 많은 한국어가 들리기 시작하자 여행자들은 다른 곳을 찾기 시작했다. 좀 더 낯선 곳, 좀 더 외진 곳, 좀 더 새로운 곳. 그러면서 여행서도 쏟아졌다. 처음엔 여행안내서 정도이더니 여행 에세이, 쇼핑 안내서, 카페 안내서, 특별한 숙소 안내서까지 '돈은 있지만 시간이 없는 직딩들'이라면 가보지 않고도 아는 척 할 수 있을 만큼의 책이 쏟아졌다.
 

 여기 한 권의 여행 에세이가 있다. 글 쓰고 사진 찍은 박성일은 작곡자이자 음반 및 공연 프로듀서다. [네 멋대로 해라], [눈의 여왕]을 비롯해 최근에는 [성균관 스캔들]의 OST를 프로듀스했다. 월드비전의 재능기부자로 떠나는 봉사여행까지 포함해 여행하기 위해 일한다고 말할 정도로 여행을 사랑하는 그가 북유럽 2개국 2도시(핀란드의 헬싱키와 스웨덴의 스톡홀롬)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 감성을 기록한 결과물이다. 여행의 테마는 라운지 음악 기행으로 현지인처럼 지내다가 오기가 목표였다. 그래서 이 책에는 관광지 설명이나 역사 소개가 없다. 그가 들렸던 카페의 아름다운 여주인, 식사거리를 해결했던 백화점 대형 마켓, 아름다운 건축물, 들렸던 음반가게, 책 구입의 애환, 빙판길을 조깅하는 현지인들에 대한 놀라움, 살인적인 교통비로 인해 웬만한 거리는 걸어다닐 수 밖에 없는 환경 등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할 뿐이다.

 

 혹시 작가의 직업 때문에 뭔가 색다른 걸 기대한 독자가 있다면? 있다. 우리나라처럼 카페 등에서 인터넷을 사용하는 건 꿈도 못 꾸는 나라라 늘 숙소에 들어와 작업했던 작가는 직접정신을 살려 낮에는 여행을 하고 밤에는 그 감성 그대로 음악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을 독자들과 함께 공유하기 위해 에피소드 옆에 QR 코드로 담아냈다. 그러니까 책을 읽는 그대가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다면 책을 읽으면서 옆에 실린 QR 코드를 통해 바로 음악을 재생할 수 있다는 것. 오호, 신세계구나.

 

 개인적으로는 영화 [카모메 식당]에 관련된 에피소드, 스웨덴의 아동 교육(아이들이 유치원에 입학하자마자 첫 번째로 배우는 것은 부모가 체벌을 할 때 신고를 하는 법이라고 한다)에 관한 소개가 재밌었다. 그대는 어떤 부분이 재미있었나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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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의 마음을 훔친 병아리 - 자신을 사랑하는 기술, 큐헴
이동환 지음 / 대림북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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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이동환은 가정의학과 전문의다. '만성피로전문클리닉'을 운영하며 원인도 모른채 고통받고 있는 환자들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심신의학, 양자의학, NLP, EFT, 에릭슨최면, 코칭, 정신-신경-면역학을 공부하게 됐고, 그 결과로 휴먼에너지관리 프로그램인 큐헴(QHEM)을 개발했다. 큐헴(QHEM)은 양자 인력 경영(Quantum Human Energy management)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고, 더욱 행복해질 수 있도록 육체와 뇌, 마음의 에너지를 조절하는 여러 기법들을 일상생활에서 적용하기 쉽게 만든 관리법이다. 사실 큐헴은 새로운 이론이 아니다. 이미 수많은 학자들이 증명해낸 사람의 에너지에 관한 이론과 심신의학과 심리치료에서 사용하는 기법들을 쉽게 실천할 수 있도록 정리해놓은 것이다.
 

 책은 소설의 형식으로 큐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5년의 직장생활을 거치며 불면증, 정신과치료, 알코올의존증 등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미진은 세림그룹 마케팅팀의 직원이다.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상황까지 몰린 미진은 황민혁 팀장에게 사표를 제출하는데, 그는 끈질기게 그녀를 설득하며 윤병후박사를 소개한다. 심한 우울증으로 여러 번 자살시도를 했던 그의 아내가 불의의 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된 후에도 행복한 모습을 할 수 있는 것도 모두 윤박사를 통해 배운 큐헴덕분이라며 말이다. 미진은 윤박사를 통해 큐헴을 배우고 실천하며 신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프리젠테이션 때마다 긴장하던 모습에서도 벗어나게 되고,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도 찾게 된다는 게 큰 줄거리다.

 

 소설속에서 미진이 윤박사를 통해 배우는 큐헴의 관리법은 4단계이다. 자기계발서적을 몇 권 읽은 사람이라면 한번 정도는 접했던 개념들과 방법들이다. 여러 책을 통해 접했던 방법들을 보기 좋게 정리해놓았으니 개념을 정립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소개된 방법들을 처음부터 모두 완벽하게 해보겠다는 욕심 대신 가장 접근하기 쉬운 거 하나를 선택해서 꾸준히 실천해보기를 권한다. 

 

 1단계: 심신관리능력

 ①큐헴 이완요법: 스트레칭, 호흡재훈련, 점진적 근육이완법, 자기암시

 ②행복단추: NLP 이론에 나오는 중요한 기법으로 심리적인 감정 상태와 육체의 일부분에 조건을걸어놓아 조건반사를 이용해서 원하는 감정상태를 불러오는 기법. 예를 들어 가장 행복감을 느끼는 순간에 목의 뒷부분을 살짝 눌러주는 톡특한 자극을 조건화시킨 뒤 가장 행복한 상태가 되었을 때 독특한 자극을 반복적으로 주다보면 그 자극만으로도 행복한 상태로 바뀌는 것

 ③마인드 바디 연결 테스트(슈브률의 추): 실에 추를 매달아 마음이 원하는 대로 추가 움직이도록 하는 것

 ④알파파 만들기

 

 2단계: 공감적 목표수립능력

 ①가치관 질문기법: 자신의 가치관을 잘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가치관을 찾아내고 내면을 정확하게 통찰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질문법

 ②잠재의식을 파악하는 오링테스트: 자신의 의식에서 잠재의식이나 무의식에 남아 있는 믿음들을 확인해보기 위한 근반응 검사 중 하나

 ③EFT: 몸에 에너지가 흐르는 자리를 손가락으로 두드리면서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소리내어 말함으로써 해소하는 방법(www.eftkorea.net참조)

 ④리얼리티 모델: 프랭클린 사가 만들어낸 현실인식 모델로서 인간의 욕구에 의해 믿음이 생기고, 그 믿음에 따라 행동이 만들어지고, 그 행동으로 결과가 이루어지는 과정을 분석하는 것

 

 3단계: 신념성숙노력

          RVD 기법, 시각화 기법, 시나리오 기법

 

 4단계: 계획적 실천능력

 ①지배가치와 분야 만들기: 프랭클린 사에서 만들어낸 방법으로 사람이 한쪽의 목표만으로 과도 하게 치우쳐서 살아가는 위험을 바로잡기 위한 것

 ②계획적 시간 관리: 플래너 활용

 

 [로봇의 마음을 훔친 병아리]라는 책 제목은 프랑스 의사의 실험에서 나온 것으로, 상자에 무작위로 돌아다니는 로봇을 넣었을 때는 동선이 상자 전체에 골고루 그려지더니 로봇을 본 병아리를 상자 밖에 두었더니 병아리 근처로 동선이 모여졌다고 한다. 조류는 처음 본 움직이는 대상을 어미로 생각하는 습성이 있는데 로봇을 본 병아리가 그것을 엄마로 생각하고 끌어당겼다는 것이다. 초두효과가 없는 병아리로 실험을 했을 때는 처음처럼 로봇의 동선이 상자 전체에서 이루어졌다고 하니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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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욱 찾기
전아리 지음, 장유정 원작 / 노블마인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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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 효정, 스물 아홉. 취직을 해도 1년을 넘기지 못하고 늘 뛰쳐나오더니 이번 출판사에서는 2년 가까이 일했다. 여행 주간지 부서가 적성에 맞았기 때문인데 나흘 전 편집장이랑 싸우고 그만 뒀다. 몇 달 공들인 터키 여행 기사를 편집장이 다른 사람에게 통째로 넘겨준 게 이유였다. 코스 요리가 나온다길래 친구 원피스 빌려 입고 고등학교 동창의 호텔 결혼식에 갔다. 신랑신부 친구들 뒤풀이에서 어떤 진상이 흑장미 해달라고 덤비길래 질겁했는데, '당신의 첫사랑을 찾아드립니다'라는 전단지 홍보문구를 찾아 간 사무실 주인이 그 진상이었다. 인도에서 만났던 첫사랑 김종욱 찾기를 입사시험으로 삼기로 하고, 일단 막무가내로 그 사무실에 취직했다. '2005년에 인도여행을 갔던 31세 김종욱'을 그래서 찾았냐고? 찾았다. 사실, 이미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겁 나서 모른 척 했던 사람은 효정 자신이었다.

 

 그 성재, 서른 셋. 광고회사에 뼈를 묻을 각오로 열심히 일했는데, 회사 사정 좋지 않다는 소문 돌면서 5년 다닌 직장에서 잘렸다. 이 기회에 사업이나 해볼까 싶어서 시작한 소규모 광고대행업체의 첫 일감은 고리대금업을 하는 동네 아줌마의 광고전단지 만들기였다. 그러나 아줌마가 계돈을 몽땅 들고 도망가는 바람에 보기좋게 물먹었다. 어영부영 아줌마가 일하던 사무실에 엉덩이 붙이고 있으려니, '당신의 첫사랑을 찾아드립니다'라는 홍보문구에 흥신소인 줄 알고 어떤 여자가 찾아왔다. 입사 테스트 겸 김종욱을 찾으러 다니다보니 예쁜 편이지만 여자같지 않고, 단순한 그 여자가 자꾸 좋아진다.

 

 또 다른 그녀, 송나리. 일러스트레이터로 수입 좋고, 알뜰하고, 음식 잘 하고, 청바지에 하얀 티셔츠 하나만 입어도 태가 날 만큼 몸매 좋고, 게다가 예쁜 그녀 역시 스물 아홉이다. 어릴 때 강남, 홍대 클럽 죽순이였다는 게 흠이면 흠이지만 지금은 청산했다. 결혼이 목표인데 잘 되지 않는다. 한때 잠깐 사귀었던 남자 상필과는 상부상조하는 사이로, 서로 점 찍은 이성이 생기면 질투 붙이기 용으로 몫을 톡톡히 해낸다. 물론 가끔 잠도 자는데, 그러다 덜컥 임신이 됐고, 결혼을 하게 됐다.

 

 또 다른 그 효섭, 삼수생인데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상속 많이 받은 여자애와 연애를 하더니 결혼만 시켜달라고 한다. 결국 성형외과 의사되면 봐주겠다는 여자에게 차이고는 눈물, 콧물 질질 흘리며 대성통곡이다.

 

 그녀와 또 다른 그의 아버지, 해병대 출신이라는 과거 하나로 목에 깁스를 하고 사는 가장이다. 무뚝뚝한 이 아버지가 결혼기념일 이벤트를 해보겠다고 삼수생 아들내미한테 아이디어를 얻어 하긴 했는데,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다고 처음 한 이벤트는 날짜부터가 틀렸다.

 

 연애는 직장 있는 미혼남녀만 하는 게 아닌가 보다. 결혼해서 30년이 지난 부부도 하고, 삼수생도 하고, 실업자도 한다. 겁 나서 도망도 갔다, 큰 맘 먹고 고백도 했다, 번지수 잘못 찾아 헤매기도 했다, 잠깐 어긋나기도 했다 그러면서 말이다.

 

 창작 뮤지컬로 30만 관객을 동원했던 [김종욱 찾기]가 공유, 임수정 주연의 영화로 개봉을 기다리고 있고, 이렇게 소설로도 출발선 대기 중이다. 나는 뮤지컬을 보지 않아서 원작과 소설이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소설 속 그와 그녀들은 사랑스럽다. 나이, 직업, 성적 취향 상관 없이. 올해 두 달도 안 남았는데 여전히 모태솔로 팔자 벗어나지 못했다고 낙담하고 있는 인생이 있어 대리만족이 필요하다면 안성맞춤이다. 재미있게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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