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살림의 여왕/좋은여행 나쁜여행 이상한여행>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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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여행, 나쁜 여행, 이상한 여행 - 론리플래닛 여행 에세이
돈 조지 지음, 이병렬 옮김 / 컬처그라퍼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은 아마 인상적인 brand naming의 세 손가락 안에 꼽힐 거라고 자신한다. 간단히 [놈, 놈, 놈]으로 불렸던 영화가 개봉된 후 [좋은 몸, 나쁜 몸, 이상한 몸]이라는 책이 나오더니 이번에는 [좋은 여행, 나쁜 여행, 이상한 여행]까지 등장했다. 영화에서 압권이 '이상한 놈'이었듯, 이 책에서도 압권은 역시 '이상한 여행'이었다.
이 책은 [론리플래닛] 여행작가들의 여행기 31가지를 30년간 [론리플래닛] 글로벌 여행 담당 에디터로 일해 온 돈 조지가 엮은 것이다. 그 자신도 전문 여행작가 겸 편집자인데, 그의 이탈리아 나폴리 여행기가 궁금하다면 88쪽에 실린 '요리의 카오스 법칙'이란 글을 읽어 보길 바란다. 그가 어떻게 문어가 통째로 담긴 파스타를 먹게 되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덕분에 난 세상에는 문어가 접시 밖으로 흘러 넘치는 파스타도 있다는 걸 직접 경험하지 않고 알게 됐다. 돈에게 감사한다.
이 책에 소개된 여행지는 참 다양하다. 체코 프라하, 아프리카 남부 보츠와나의 오카방고 삼각주, 인도 카자, 일본 후지산, 이탈리아 베네치아,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 방글라데시 핑크 궁, 태국 치앙마이, 미국 오스틴, 미국 버몬트 주,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 중국 티베트 고원, 스페인 이비사 섬, 코스타리카 오사 반도, 터키 셀주크, 이탈리아 스폴레토, 아프가니스탄 카불, 인도 캘커타, 프랑스 칸, 아르헨티나 우스아이아, 이탈리아 루카, 이탈리아 카라라, 캄보디아 바탐방, 멕시코 오아하카, 영국 런던, 미국 샌프란시스코, 에콰도르 라타쿵가, 오스트리아 빈, 호주 심프슨 사막까지. 내가 한 번 발자국 남긴 곳도 있고, 이름만 익숙한 곳도 많고, '역시 세계는 넓어' 깨닫게 되는 낯선 지명도 있다.
그곳에서 어떤 이는 펜 하나를 양 한 마리와 바꿨고, 어떤 이는 진짜 왕자(아쉽게도 이미 유부남이었다)를 만나 친구가 됐고, 어떤 이는 반자동 기관단총을 지닌 운전사의 환대를 받았다. 어떤 이는 시민권을 얻기 위해 친구의 남자친구와 결혼을 했고, 어떤 이는 벽과 천정이 뜯겨 나간 덕분에 담쟁이 덩굴과 호박 덩굴에게 침범당한 부엌에서 요리를 했고, 어떤 이는 처음 본 할머니에 의해 잠시 가게를 맡기도 했다. 또 어떤 이는 남편과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미성년이 포함된 어떤 가족에게 라이브 쇼로 관람시켰고, 어떤 이는 뱀을 몰래 운반하느라 기내 냉장고를 빌리기도 했고, 어떤 이는 카펫 말이 놀이를 하다 토하기도 했다.
이런 황당한 이야기들 틈에서 내 마음에 가장 들었던 여행기는 제프 그린월드가 인도 캘커타를 여행하고 쓴 '메모를 남겨 주십시오'다. 내 필력으론(더불어 저작권 문제도 있다.) 도저히 이 여행기를 제대로 전달할 수 없음이 안타깝다. 그의 여행기가 궁금하다면 덤덤공항을 방문해 보라. 아마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다. 내가 제프의 여행기를 읽으며 얼마나 낄낄거리고 웃었는지(진짜로 숨 넘어가게 웃었다.) 누가 봤다면 내 정신이 여행 갔다고 생각했을 거다.
아, 좋은 여행이면 어떻고, 나쁜 여행이면 어떻고, 이상한 여행이면 어떠랴. 여행은 여행 자체로 설레이는 걸. 인천공항만 눈에 들어와도 심장이 두근거리는 나는 나쁜 여행이나 이상한 여행이라도 기꺼이 동참하고 싶다. 또 발바닥이 근질거린다, 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