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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은 채식 밥상
김현경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사람들에게 자주 듣는 말이 몇 가지 있다. "산으로 들어가라", "도대체 고기 안 먹고 뭐 먹고 사냐?", "요즘엔 스님들도 고기 먹는다", "골고루 먹어라", "풀만 먹고 살 거냐?" 등등. 표현은 다르지만 요점은 한 가지다. 바로 왜 고기를 먹지 않느냐는 것. 그래, 그거다.
나는 스스로를 채식주의자라고 소개하지 않는다. 내가 고기를 먹지 않는 건, 많은 이들이 냄새가 싫다는 이유로 오이나 당근을 먹지 않는 것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나는 고기가 맛이 없기 때문에 먹지 않는 것 뿐이다. 그런데 그게 많은 사람들에게는 "왜?"라는 의문을 일으키나 보다. "뭘?" 먹고 사느냐는 궁금증도 함께 말이다.
고기를 먹지 않더라도 세상에는 먹을 게 참 많다. 곡류, 채소, 과일, 버섯. 고기를 구워서 쌈을 싸서 먹는 대신 버섯을 구워서 쌈을 싸서 먹을 수도 있고, 고기를 넣고 김밥을 마는 대신 매실 장아찌를 다지거나 김치를 볶아 넣고 김밥을 말 수도 있다. 칼국수 고명으로 볶은 고기를 듬뿍 올리는 대신 볶은 애호박을 올릴 수도 있고, 고기를 넣고 만두속을 만드는 대신 표고버섯을 넣어 만두속을 만들 수도 있다. 심지어 버터 대신 올리브 오일을 넣어 빵을 구울 수도 있다. 궁하면 통한다도 했던가. 다 방법이 생긴다는 말이다.
아무리 궁해도 통하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 머리를 슬쩍 빌리도록 해보자. 선택은 자유이니 요리연구가 김현경의 머리를 빌려도 좋겠다. 요리연구가 김현경은 종갓집 종부인 어머니를 보며 요리에 대한 관심을 키웠다. 프랑스의 유명한 요리 학교 코르동 블루의 요리와 제과 과정을 졸업했고, 궁중음식연구원 전통 음식 과정을 수료했다. 아버지의 입맛을 닮아 어릴 적 육식을 좋아했던 그녀는 요리를 업으로 삼으며 먹는 것에 신경을 쓰게 됐고, 자연스럽게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하게 됐다. 스위스 제네바 대표부에서 만찬 전문 요리사로 일한 적 있는 그녀는 세계 각국의 요리를 접하면서, 채식이 얼마나 다양할 수 있는지도 경험하게 됐다.
이 책에는 그런 그녀의 경험과 생각이 담겨있다. 총 109가지의 레시피가 소개되어 있는데, 모두 달걀, 생선, 육류를 사용하지 않는 100% 채식 레시피다. 채식의 기본인 밥짓기,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국과 찌개, 매일 먹는 반찬, 입이 심심할 때 찾게 되는 면요리와 분식, 특별한 날 준비할 수 있는 별미 요리, 손님을 초대했을 때 내놓을 수 있는 초대 요리, 간식으로 먹을 수 있는 주전부리, 직장인을 위한 도시락, 빵을 좋아하는 이들이 환영할 베이킹까지. 전문가의 비법이 궁금한 채식주의자뿐만 아니라, 막 채식을 시작해서 뭘 어떻게 먹으면 좋을지 고민되는 새내기와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들까지 모두 쉽게 따라할 수 있다. 재료도 주변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식재료 중심이니 따라하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난 채소라타투이와 무청유부된장지짐이 끌린다. 생각만 해도 침이 고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