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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걸과 초식남의 세상, 도쿄 - 일본 JP뉴스 기자의 톡톡 튀는 일본 남녀 엿보기
안민정 지음 / 창해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일본이란 나라를 직접 가본 적은 없다. 배낭 여행객들이 모이는 숙소에서 일본인 친구들을 여럿 만난 적은 있지만, 내가 그녀들 혹은 그들을 만난 곳은 일본이 아니었기에 그녀들 혹은 그들의 일본색은 그다지 도드라지게 느껴지지 않았다. 같은 동양인이지만 한 눈에 구별되는 외모나 옷차림, 매 식사마다 맥주를 즐기고, 모든 음식에 간장과 설탕으로 간을 하는 식습관 정도가 다르다면 다른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인과 일본문화는 우리와 참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그 다름들 중에는 문화적 상대성으로 쉽게 이해되는 것들도 있고, 내 눈에는 그저 신기하게만 보이는 것들도 있다. 아마 이 책의 작가도 나랑 비슷하지 않았을까 싶다.
작가 안민정은 졸업 후 인터넷 신문사와 방송사, 엔터테인먼트사를 거쳐 2006년 일본으로 어학연수를 떠났다. 일본어를 배우고 한국으로 돌아올 생각이었으나 혼자 살기 좋은 도쿄의 매력에 푹 빠져 남은 20대를 몽땅 도쿄에서 보냈다. 그녀도 처음에는 나처럼 일본인과 일본문화가 그저 낯 설고 신기하게만 느껴졌다고 한다. 하지만 몇 년 간의 시간을 그곳에서 보내면서, 여행객은 알 수 없는 일본을 조금은 이해하게 됐다고 한다. 그런 그녀가 우리와는 많이 다른 일본을 짧게 짧게 풀어놓았다.
맨 얼굴을 남자친구에게 절대 보여줄 수 없어서 동거를 하는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얼마 동안 화장을 하고 잠을 잤다는 사람부터, 자연스런 옷차림에 숲 속에서 사는 듯한 모리걸(우리나라에서도 인기 있는 배우, 아오이 유우가 대표적인 인물이다)의 유행, 귀여움에 목숨 걸기에 일부러 안짱다리로 걷기도 한다는 일본 여자들 이야기며, 골격이 작은데도 불구하고 가슴은 있는 편인 일본 여자들 뒤에는 딸의 큰 가슴을 위해 음식을 챙겨먹이고 마사지까지 직접 시켜준 엄마들이 있다는 이야기, 공짜를 거부해서 시식문화가 없는 일본에서 돈을 약간 내고 값비싼 음식을 시식하는 코너가 인기 있다는 거며, 혈액형에 매우 집착하고 인테리어와 화장이 행운을 부른다고 해서 꼼꼼히 챙기는 여자들이 있다는 이야기며, 일본에서 사랑하는 사이란 함께 자는 사이를 의미하기에 일단 자고 나서 사귀기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는 거며, 이유도 모르는 채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으면 무조건 따라서고 보는 문화까지 '대단하다' 싶은 것부터 '도대체 왜?' 싶은 것까지 자잘하지만 읽다 보면 '신기'하게 느껴지는 젊은 일본 남녀 이야기가 가득하다.
물론 작가의 눈을 통해 접한 단편적인 이야기거리들이 곧 일본 전체라고 볼 수는 없다. 각 이야기마다 작가가 붙인 나름의 해석에서는 고개 끄떡여주기 어려운 해석도 종종 눈에 들어온다. 그러므로 이 책을 읽으며 얻은 지식으로 '일본 사람들이 이러이러는 거는 이러이러해서 그래'라고 단정짓지 않기를 바란다. 그저 우리와는 다른, 재미있고 어떨 땐 신기한 이야기 정도로 읽으면 좋겠다. 사람은 보고 싶은 걸 본다고 하지 않던다. 진짜 일본은 내가 직접 보는 게 제일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