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스트, 노사라의 도쿄 플라워
노사라 지음 / 미래의창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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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처럼 플로리스트인 노사라 씨가 소개하는 도쿄의 꽃집, 꽃시장, 카페에 대한 책이다. 작가인 플로리스트 노사라 씨는 처음부터 꽃을 만지며 살 생각을 하진 않았다고 한다. 직장생활을 처음 시작한 곳도 꽃과 관련된 일은 아니었고, 처음 3년 정도는 직장에 다니면서 꽃도 만지는 생활을 했다고 한다. 그러다 회사를 그만두고 잠시 쉴 수 있는 시간이 생겼고 20대 중반에 진로 고민을 하며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뭘까 생각을 하다 결국 대학원에 진학해 꽃을 본격적으로 만지게 됐다고 한다. 작가는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형 플라워샵인 아오야마 플라워 마켓에서 플로리스트로 일한 경험이 있는데 시작은 단순했다. 바로 아오야마 플라워 마켓의 슬로건인 "Living with flowers everyday."라는 문장 때문. 꽃을 시작한 이후 갖게 된 소망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아오야마 플라워 마켓의 슬로건처럼 매일매일 꽃과 함께 사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아오야마 플라워 마켓에 반해 꼭 이곳에서 일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이것저것 알아보다 아오야마 플라워 마켓에서 운영하는 플라워 스쿨, 하나키치의 '플로리스트가 되기 위한 프로페셔널 코스'에 등록을 하게 된다. 이 코스는 두 달짜리 단기 프로그램으로 수강 자격은 따로 없지만 현장에서 일할 때 필요한 기술과 정보에 대해 배우는 과정이라 꽃을 다루는 기본적인 기술과 지식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어야 수업을 따라갈 수 있는데 작가는 두 달의 과정이 끝난 후 있는 실기와 이론 두 과목 시험에서 일본사람을 제치고 당당히 1등으로 합격을 했고, 과정 수료 후 두 달이 지나 소원대로 아오야마 플라워 마켓에서 플로리스트로 일을 하게 됐다고 한다.

 

책을 쓴 사람은 꽃을 직업으로 하는 플로리스트지만 책 자체는 전문가를 위한 책은 아니다. 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가 즐겁게 볼 수 있는 책으로 도쿄로 여행을 갈 기회가 있는데 꽃을 좋아한다면 참고 삼아 작가가 소개한 곳을 가봐도 좋을 거 같고, 도쿄로 여행을 갈 계획이 없는 사람이라도 책으로 도쿄의 꽃집을 대신 여행해도 좋을 거 같다. 현재 꽃집을 운영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단편적이긴 하지만 작가가 소개한 곳들의 운영법 같은 걸 보며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을 거 같다. 난 꽃을 다루는 일을 하지도 않고, 당분간 도쿄로 여행을 갈 계획도 없지만 책을 읽으며 눈이 즐거웠다. 우리와는 다른 일본의 꽃문화도 조금 엿볼 수 있었고, 소개된 곳마다 다른 분위기도 흥미로웠고, 아름다운 꽃과 나무 사진이 가득해 눈의 피로가 풀리는 느낌이었다고 할까. 사진을 통해서긴 하지만 꽃과 화분을 매치시키 법, 공간을 연출하는 법,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꽃을 볼 수 있었던 것도 즐거웠다. 서울에서도 도쿄에서처럼 개성이 뚜렷한 작은 꽃집들을 많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일상행활에서 꽃의 수요가 많지 않다 보니 동네 꽃집이 점점 줄어드는 상황인데 어디를 가도 볼 수 있는 똑같은 꽃집 말고 자신만의 개성이 분명한 꽃집이 많이 생긴다면 서울도 더 재미있는 도시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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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 드라이버의 자동차 아는 여자
정은란 지음 / 지식너머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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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이런 책 좋은걸. 장롱면허일지라도 운전면허증 없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웬만한 사람들은 다 운전면허증이 있고 운전을 하지만 정작 차 자체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 텐데 이런 실용적인 책을 하나 정도 사서 읽고 자동차등록증이나 자동차설명서 및 휴지 등 잡동사니를 넣어두는 글러브박스(조수석 앞에 있는 수납공간. 장갑을 넣어두던 박스란 말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이부분 명칭이 글러브박스인지 나도 이 책 보고 알았다)에 넣어두고 궁금한 게 있을 때나 필요할 때마다 꺼내서 읽으면 참 유용하고 든든할 거 같다. 뭐 급할 때는 책보다는 차에 대해 잘 아는 지인이나 자동차보험회사가 먼저 생각나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이런 책을 글러브박스에 넣어두고 시간 있을 때 짬짬이 꺼내보면서 익혀두면 갑작스런 상황이 닥쳐도 좀 덜 놀라고, 덜 당황스럽지 않을까 싶다. 아는 게 힘이라는 말도 있고.

 

작가 정은란은 여성 운전자 커뮤니티 ‘핑크 드라이브’의 운영자다. 운전경력 10년이 넘도록 오로지 운전만 하던 평범한 운전자였는데 생각하지도 못한 접촉사고를 겪은 후 자동차 상식의 필요성을 절감하며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여자들과 정보를 공유하고자 ‘핑크 드라이브’란 사이트를 만들었다고 한다. 여성 포털사이트 이지데이에서 여자 운전자를 위한 자동차 정보를 제공하고 드라이빙 스쿨 프로그램을 진행한 적도 있고, 다음(Daum) 자동차와 탑라이더 등에 칼럼을 쓰기도 했고, 대전교통방송에서 1년 정도 ‘핑크 드라이브의 초보 탈출 이렇게 하세요!’라는 고정코너를 진행했고, 오토살롱 자동차 전시회에 여성 운전자를 위한 부스를 마련한 적도 있다고 하니 이젠 전문가라고 말할 수 있겠다. 작가 자신이 보통의 여자 운전자들처럼 운전만 하고 다니다 하나씩 차근차근 차에 대해 몸으로 부딪쳐 배운 경우기 때문에 책 자체가 여자들의 눈높이에 딱 맞다. 자동차의 종류, 자동차 내부의 정확한 명칭, 에어컨 사용법, 오디오 시스탬 사용법, 각종 표시등과 경고등 같은 기초지식부터 시작해서 운전할 때 알아둬야 할 출발 전 준비사항, 운전 중 주의사항, 교통사고 대처법, 세차 잘하는 법, 나한테 맞는 자동차 고르는 법, 자동차보험 가입 방법을 비롯해 인테리어에 도움이 되는 자동차 소품들, 알아두면 좋은 튜닝 아이템, 피해야 할 자동차 소품들처럼 직접 해봐야지 알 수 있는 것들까지 뭐 하나 놓칠 게 없는 정보로 가득하다. 책 마지막 부분에는 여자 운전자들이 많이 하는 질문 30가지를 싣고 그에 대한 대답을 실었으니 운전하다 뭐가 이상하다 싶으면 일단 책 마지막 부분을 펼쳐보면 급한대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 같다. 각 내용마다 사진이나 그림, 도표, 만화를 실어 설명을 도왔기 때문에 글자만 가득한 책보다 이해하기도 쉽고 읽기도 지루하지 않다. 기계라면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픈 사람이라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을 정도다.

 

운전을 안 해서 내 차의 글로브박스에 이 책을 넣고 다니면서 꺼내서 보거나 도움을 받을 일은 없겠지만 주변의 누군가가 운전면허를 새로 따거나 차를 사거나, 운전한 지는 꽤 됐지만 차에 대해선 전혀 몰라서 도움이 될만한 읽을거리를 찾는다면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다. 남자친구나 남편이 여자친구나 아내에게 선물해줘도 좋을 거 같다. 그럼 여자친구나 아내의 SOS가 줄어들지 않을까? 모처럼 만난 유용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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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아빠의 자격 - 아마추어 아빠에서 프로 아빠가 되는 길잡이
서진석 지음 / 북라이프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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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아빠의 자격이 뭘까?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테고, 전문가들은 대답이 또 다를 테지만 노력하는 아빠라면 좋은 아빠가 아닐까? 부족해도, 서툴러도, 어색해도 좋은 아빠가 되고 싶어 노력하는 아빠, 그정도면 좋은 아빠라고 해줘도 좋을 거 같은데. 그렇다면 작가 서진석 씨는 좋은 아빠 같다. 좋은 아빠가 열풍이 불기 훨씬 전인 10년 전부터 육아일기도 쓰고 가족신문도 만들고 아이와 함께 여행 계획도 짜면서 그 경험을 바탕으로 [나에겐 가족이 있다], [얘들아~ 아빠랑 놀자], [내 아이가 보고 만지고 생각하는 체험 나들이], [환경아빠 서진석의 아이와 함께 떠나는 365일 자연 체험 여행] , [아빠와 함께 찾아가는 쓰레기 산의 비밀] 같은 책을 썼으니 프로 아빠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책이나 육아일기를 쓴 것도, 가족신문을 만들고, 아이와 여행 계획을 함께 짠 것도 결국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한 노력이었으니 노력을 한 것만으로도 좋은 아빠 같다.

 

이 책에는 작가 서진석 씨가 아빠에서 좋은 아빠가 돼가는 노력의 과정이 담겨 있다. 첫째 아이가 태어난 후 둘째 아이에 큰 욕심이 없었던 작가와 처음엔 작가와 같은 마음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꼭 둘째 아이를 원하게 된 작가의 아내가 동아일보의 '미즈&미스터'코너의 도움까지 받아 결국 둘째 아이를 낳기로 한 것부터 시작해 지동설을 순차적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작가는 아이가 태어나는 게 천동설이 지동설로 바뀐 것과 같았다고 한다. 결혼을 했을 때도 중심축이 크게 변하진 않았는데 아이가 태어나면서 생활의 축이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이다), 임신하자마자 엄마가 된 아내와 달리 아이가 태어난 후 6개월이 지난 후 비로소 아빠가 된 느낌이 들었던 일이며, 둘 다 부모지만 아내를 보며 결코 넘을 수 없는 엄마의 자리를 깨닫는 일 등 아빠이기에 느끼는, 엄마는 모르는 심경의 변화를 섬세하고 사려깊게 풀어놓는다.

 

책을 보며 많은 아빠들이 시간 핑계를 댈지도 모르겠다. 직장생활하는 것도 바빠서 죽을 거 같은데 아이들과 함께할 시간이 어디 있느냐고 할 수도 있는데 작가 자신도 현재 SK텔레콤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팀 팀장으로 직장생활을 하고 있고, 책까지 여러 권 쓰면서 좋은 아빠 노릇까지 하고 있으니 시간 핑계를 대지 말고 작가가 어떻게 시간을 만들어내고 활용하고 있는지 참고하면 좋겠다. 좋은 아빠가 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이라면 작가가 아이들과 해본 걸 하나 정도 따라해보면 어떨까. 살고 있는 곳 주변을 아이들과 함께 산책하고, 아이와 같은 취미를 갖고, 몸으로 부딪치며 노는 거, 사실 별로 어렵지 않다. 아, 먼저 TV부터 버리시길. 좋은 아빠가 되는데 왜 TV를 버려야하는 건지 궁금한 사람이라면 책을 보시라.

 

책이 쉽고 재미있어서 책장이 술술술 넘어간다. 책을 여러 권 낸 사람이라 문장도 눈에 거슬리는 게 없다. 작가의 실천은 대단했지만 글투가 워낙 조곤조곤하고 부드러워서 작가의 주장에 거부감 없이 마음을 열고 공감하게 된다. 예비 아빠가 읽어도 좋고, 이미 아빠가 된 사람이 읽어도 좋지만 이런 책 읽는 거에 거부감이 있는 남편을 둔 아내라면 엄마가 읽고 아빠가 육아에서 아빠의 몫을 제대로 해낼 수 있도록 현명하게 이끌어주는 것도 좋을 거 같다. 육아 전문가의 책도 좋지만 평범한 아빠의 이런 책이 보통의 아빠들에겐 더 공감이 갈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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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수술 없이 작은 얼굴 만들기 - 맨얼굴이 당당해지는 하루 3분 셀프마사지
정상효 지음 / 퍼플카우콘텐츠그룹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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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동과 압구정동에 있는 에스테틱에서 경락마사지 전문가로 일하다 현재 여의도에서 더봄 에스테틱을 운영하고 있는 정상효 씨가 쓴 책으로 '맨얼굴이 당당해지는 하루 3분 셀프마사지'란 부제답게 집에서 혼자 간단하게 할 수 있는 마사지법을 정리한 책이다. 제일 좋은 건 실력을 인정받은 전문가를 찾아가 상담을 하고 필요한 관리를 받는 거지만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되지 않을 경우 꿩 대신 닭이라고 이런 책을 보며 매일 꾸준히 마사지를 하면 안 하는 것보다 확실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손품은 좀 들겠지만 누릴 수 있는 혜택을 생각한다면 뭐 그쯤이야.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부분에서는 셀프마사지에 필요한 기초지식을 익히는데 얼굴 근육의 중요 명칭, 림프의 순환방향, 아름다운 피부를 만드는 필수관리혈 여섯 군데, 셀프마사지에 필요한 기본 손동작, TV를 보며 아름다운 몸매를 만들 수 있는 근육운동법을 배운다. 둘째 부분은 본격적인 셀프마사지법 안내로 광대 성형, 턱 성형, 이마 성형, 눈 성형, 코 성형, 입 성형, 목 성형, 생기 부여로 자세히 나눠져 있으니 자신에게 필요한 부분을 중점적으로 공부하면 좋을 거 같다. 광대 성형 같은 경우도 광대가 벌어져 얼굴이 커 보이는 경우, 처진 광대 때문에 얼굴이 길어 보이는 경우, 볼살이 많아서 심술 맞아 보이는 경우, 얼굴이 비대칭이라 나이 들어 보이는 경우로 사례를 세분했기 때문에 자신에게 해당되는 경우를 찾아 마사지를 할 수 있다. 마지막 부분인 세 번째 부분은 마사지 외에 아름다운 얼굴과 몸을 위한 전체적인 도움말을 다뤘다. 의자에 바르게 앉는 법, 똑바로 서는 법, 올바로 걷는 법, 피해야 할 음식, 숙면법, 예쁘게 웃는 법 등 소소하지만 습관을 들이면 좋을 것들에 대해 언급한다.

 

책을 보고 평소 관심 있는 분야의 마사지를 따라 해봤는데 동작도 단순하고 과정을 다 사진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어렵지 않았다. 마사지를 받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때 기억을 되살리며 해보면 더 쉬울 거 같고,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초보자라고 해도 사진과 설명만 꼼꼼히 챙긴다면 쉽게 따라할 수 있을 거 같다. 이 책을 보기 전에도 아침마다 꾸준히 하고 있는 간단한 마사지가 있는데 이 책에서 배운 걸 더해 앞으로도 꾸준히 해볼 생각. 그리고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건 매일 꾸준히 하는 것. 성실함을 이길 장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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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왜 존재하는가 - 역사를 관통하고 지식의 근원을 통찰하는 궁극의 수수께끼
짐 홀트 지음, 우진하 옮김 / 21세기북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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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을 보고 갸우뚱했었다. [세상은 왜 존재하는가] 라고? '세상은 어떻게 존재하는가'가 아니라? How가 아니라 Why라는 게 이해가 안 갔다. 왜 존재하냐니. '어떻게' 존재하는가는 궁금할 거 같은데 '왜' 존재하는가란 질문은 해본 적도 없고 해볼 생각도 한 적이 없는데, 나는. 대체 누가 이런 질문을 하는 걸까? 어떻게 이런 게 궁금할 수가 있지?

 

작가 짐 홀트는 [뉴요커]에 오랫동안 글을 기고해온 프리랜서 작가라고 한다. 끈이론(string theory, 만물의 최소 단위가 점 입자가 아니라 '진동하는 끈'이라는 물리이론), 시간, 무한, 숫자, 진실 등 다양한 주제로 글을 써왔고 [뉴욕타임스]와 [런던 북리뷰]에 정기적으로 글을 쓰며 현재 뉴욕에서 살고 있다. 존재에 대한 수수께끼를 처음 의식하게 된 건 고등학생 때인데 사르트르와 하이데거와의 만남 덕분이었다. 이 책은 그때 시작된 셈이다.

 

가톨릭 환경에서 성장한 작가는 고등학생이던 1970년대 초, 미국 버지니아 주 변두리에서 살고 있었다. 반항심 가득한 작가는 사춘기의 불안함을 해결해줄지도 모른다는 생각(그게 안 되면 최소한 좀 더 확실한 방향으로 이끌어줄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있었다)에 실존주의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특이하다. 나도 질풍노도의 시기란 사춘기를 지냈지만 실존주의에서 답을 얻을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 후에도 해본 적이 없다). 어느 날 동네에 있는 대학 도서관에 갔다 사르트르의 [존재와 무], 하이데거의 [형이상학 입문]을 보게 됐는데 하이데거의 책 첫 장에서 "왜 세상은 무(無)가 아니라 유(有)인가?(Why is there something rather than nothing at all?)"라는 질문을 접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역시 나랑은 다른 사람인가 보다. 난 하나도 충격적이지 않은데, 이런).

 

작가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철학자도 만나고, 종교철학자도 만나고, 과학사상가도 만나고,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와 유명한 수리물리학자, 우주학자, 사상가, 소설가를 만나며 계속 질문을 던진다. 작가가 만난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들이지만 그들의 대답 역시 하나로 일치하지는 않는다. 신의 존재로 작가의 질문에 대답하는 사람도 있고, 질문의 답을 찾을 수 있다고 긍정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 찾을 수 없다고 부정하는 사람도 있다. 510쪽에 달하는 책은 모두 이 질문에 대한 대답들이다.

 

그 논리를 다 정리할 자신은 없다. 능력 밖의 일이다. 대신 나처럼 한 마디로 정리하기 힘든 사람을 위해 작가가 친절하게 책 첫머리에 정리해놓은글을 옮기려고 한다. 510쪽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이 책을 쓴 작가 자신이 정리한 문장이니 헛소리는 아니다.

 

숨 가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무 대신 유가 존재해야 한다는 신속한 증명.

세상에 무가 존재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아무런 법칙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법칙도 '어떤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 법칙도 존재하지 않는다면, 모든 것이 허용될 것이다. 모든 것이 허용된다면, 무는 용납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무가 존재한다면, 무는 용납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무는 그 자체를 용납할 수 없다.

그러므로 무엇인가가 존재해야 한다. 증명 끝.

쉽지 않은 내용이라 번역가가 고생을 많이 했을 거 같다. 분량도 적은 편이 아니고. 문장도 크게 어색하지 않아 어색한 우리말 때문에 제동이 걸리는 일도 없었다. 다만 하나 눈에 거슬리는 게 있었다. 작가가 가톨릭 환경에서 성장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이라고 번역한 건데, 우리나라에선 개신교에서는 '하나님'이라고 하지만 가톨릭에서는 '하느님' 이라고 하는 걸 몰랐나 보다. 검색을 하지 않아 실수를 한 거라면 번역가로서 근무태만인 거고, 검색을 하고도 개인적 종교 성향으로 '하나님'으로 번역한 거라면 오만일 수도 있겠다. 남의 나라 말을 우리말로 옮기는 게 이래서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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