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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아빠의 자격 - 아마추어 아빠에서 프로 아빠가 되는 길잡이
서진석 지음 / 북라이프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좋은 아빠의 자격이 뭘까?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테고, 전문가들은 대답이 또 다를 테지만 노력하는 아빠라면 좋은 아빠가 아닐까? 부족해도, 서툴러도, 어색해도 좋은 아빠가 되고 싶어 노력하는 아빠, 그정도면 좋은 아빠라고 해줘도 좋을 거 같은데. 그렇다면 작가 서진석 씨는 좋은 아빠 같다. 좋은 아빠가 열풍이 불기 훨씬 전인 10년 전부터 육아일기도 쓰고 가족신문도 만들고 아이와 함께 여행 계획도 짜면서 그 경험을 바탕으로 [나에겐 가족이 있다], [얘들아~ 아빠랑 놀자], [내 아이가 보고 만지고 생각하는 체험 나들이], [환경아빠 서진석의 아이와 함께 떠나는 365일 자연 체험 여행] , [아빠와 함께 찾아가는 쓰레기 산의 비밀] 같은 책을 썼으니 프로 아빠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책이나 육아일기를 쓴 것도, 가족신문을 만들고, 아이와 여행 계획을 함께 짠 것도 결국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한 노력이었으니 노력을 한 것만으로도 좋은 아빠 같다.
이 책에는 작가 서진석 씨가 아빠에서 좋은 아빠가 돼가는 노력의 과정이 담겨 있다. 첫째 아이가 태어난 후 둘째 아이에 큰 욕심이 없었던 작가와 처음엔 작가와 같은 마음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꼭 둘째 아이를 원하게 된 작가의 아내가 동아일보의 '미즈&미스터'코너의 도움까지 받아 결국 둘째 아이를 낳기로 한 것부터 시작해 지동설을 순차적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작가는 아이가 태어나는 게 천동설이 지동설로 바뀐 것과 같았다고 한다. 결혼을 했을 때도 중심축이 크게 변하진 않았는데 아이가 태어나면서 생활의 축이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이다), 임신하자마자 엄마가 된 아내와 달리 아이가 태어난 후 6개월이 지난 후 비로소 아빠가 된 느낌이 들었던 일이며, 둘 다 부모지만 아내를 보며 결코 넘을 수 없는 엄마의 자리를 깨닫는 일 등 아빠이기에 느끼는, 엄마는 모르는 심경의 변화를 섬세하고 사려깊게 풀어놓는다.
책을 보며 많은 아빠들이 시간 핑계를 댈지도 모르겠다. 직장생활하는 것도 바빠서 죽을 거 같은데 아이들과 함께할 시간이 어디 있느냐고 할 수도 있는데 작가 자신도 현재 SK텔레콤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팀 팀장으로 직장생활을 하고 있고, 책까지 여러 권 쓰면서 좋은 아빠 노릇까지 하고 있으니 시간 핑계를 대지 말고 작가가 어떻게 시간을 만들어내고 활용하고 있는지 참고하면 좋겠다. 좋은 아빠가 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이라면 작가가 아이들과 해본 걸 하나 정도 따라해보면 어떨까. 살고 있는 곳 주변을 아이들과 함께 산책하고, 아이와 같은 취미를 갖고, 몸으로 부딪치며 노는 거, 사실 별로 어렵지 않다. 아, 먼저 TV부터 버리시길. 좋은 아빠가 되는데 왜 TV를 버려야하는 건지 궁금한 사람이라면 책을 보시라.
책이 쉽고 재미있어서 책장이 술술술 넘어간다. 책을 여러 권 낸 사람이라 문장도 눈에 거슬리는 게 없다. 작가의 실천은 대단했지만 글투가 워낙 조곤조곤하고 부드러워서 작가의 주장에 거부감 없이 마음을 열고 공감하게 된다. 예비 아빠가 읽어도 좋고, 이미 아빠가 된 사람이 읽어도 좋지만 이런 책 읽는 거에 거부감이 있는 남편을 둔 아내라면 엄마가 읽고 아빠가 육아에서 아빠의 몫을 제대로 해낼 수 있도록 현명하게 이끌어주는 것도 좋을 거 같다. 육아 전문가의 책도 좋지만 평범한 아빠의 이런 책이 보통의 아빠들에겐 더 공감이 갈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