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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톨로지 (반양장) - 창조는 편집이다
김정운 지음 / 21세기북스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노는 만큼 성공한다],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남자의 물건] 등을 쓴 문화심리학자 김정운의 신간이다. 적지 않은 나이에 만화
공부하려고 일본에 갔다 지금은 일본화를 배우고 있는데 나라와 교토에서 혼자 3년 살다 보니 이 책이 나왔다고 한다(일본에서 기러기 생활 3년의
결과물이 한 권 더 있다. [보다의 심릭학]이라고 번역서다). 이름은 많이 들어봤고 얼굴도 아는데 책은 이번에 처음 읽어봤다. 이게 무슨
심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읽고 싶은 책 목록에 [남자의 물건]을 적어놓고도 도서관 서가에 꽂혀있는 책에 어쩐지 손이 안 가서 아직 안 읽었다.
이렇게 신간으로 김정운 교수의 책을 처음 읽게 될 줄은 몰랐다. 작가나 책과도 인연과 타이밍이 있는 건가?
책을 읽는 내내 오디오북을 읽는 느낌이었다. 작가가 방송 출연한 걸 본 적이 없어서 목소리나 말투를 전혀 모르는데도 불구하고 글자를
읽는데 저절로 음성지원이 되는 거 같은 게 마치 작가가 활자로 수다를 떠는 기분이었다고 하면 이해가 될까. 쉬지도 않고 거침없이 막 활자로
떠드는데 좀 시끄러운 느낌은 있었지만 소음으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에디톨로지(editoligy)는 작가가 만들어낸 말이다. 영어나 유럽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주변부 지식인으로 살다 보니 억울한 일이
생겨서 이번에는 아예 전 세계적으로 먹힐 수 있게 아예 영어로 말을 만들었다고 한다. 우리말로 하면 '편집학'이라고 할 수 있는데 말콤
글래드웰이 말하는 에디팅(editing)과는 차원이 다른 이론으로 단순히 섞는 것도 아니고, 그럴듯하게 짜집기를 하는 것도 아니고 편집의 단위와
편집의 차원이 복잡하게 얽혀 들어가는 인식의 패러다임 구성과정에 대한 설명이 바로 편집학이라고 한다(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다면 프롤로그를
참조하기를). 쉽게 말하면 '창조는 곧 편집'이라는 뜻이라고.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1부는 '지식과 문화의 에디톨로지', 2부는 '관점과 공간의 에디톨로지', 3부는 '마음과 심리학의
에디톨로지'를 다뤘다. 1부, 2부, 3부는 또 각각 10개의 작은 이야기들로 구성돼 있다. 난 제일 먼저 3장을 읽었다. 목차를 보고 제일
궁금했던 게 3부였으니까. 작가가 3부의 제일 마지막 꼭지 '책은 끝까지 읽는 것이 아니다!'에서 말했듯이 난 목차를 보고 주체적 독서를 한
셈이다(책은 끝까지 읽을 필요가 없다, 모든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야 한다면 뭣 때문에 편집자가 친절하게도 목차와 찾아보기를 만들어
두었겠느냐는 게 작가의 주장이다. 그런데 네이버 지식인의 서재에서 이렇게 말했다가 악플이 수도없이 달렸었다고). 개인적으로는 특히 '‘나’는 내
기억이 편집된 결과다!'와 '천재는 태어나지 않는다. 편집될 뿐이다!', 항문기 고착의 일본인과 구강기 고착의 한국인'이 재미있었다. 작가의
말이 다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난 책을 읽으면서 '작가 말이 정말일까?' 항상 의심하며 읽는 편이다. 무조건 '믿습니다' 하는 편이 아님)
나로서는 처음 접하는 시각이라 '오호, 이렇게 볼 수도 있네'하며 즐겁게 읽었다.
인문학 책이기도 하고 분량도 적은 편은 아니지만 내용이 흥미롭기 때문에 머리 쥐어뜯을 각오하며 읽지 않아도 되는 책이다. 작가의 말대로
관심이 가는 주제부터 읽고, 재미있으면 나머지 부분도 읽으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으면 된다. 짬짬이 작은 꼭지 하나씩 읽으면서 '정말?',
'진짜?', '에이, 아닌 거 같은데' 이렇게 혼자 마음으로 이러쿵저러쿵 하면서 읽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