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회 초보 나눔의 좌충우돌
‘공부하기 싫어, 공부하기 싫어.’하며
그래도 새벽5시에 눈을 뜨면 출석수업 시험공부를 한다. 얼른 지나갔으면 ,
얼른 지나갔으면 했는데 벌써 2주가 지나고 어제 시험이 끝났다.
묵은 체증이 뚫어지듯 시원했다. 시험도 끝나고 가벼운 마음으로 장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주변 상인들과 삼겹살을 구워 먹기로 했다. 야외용 석유난로에 함석 통을 올려놓고,
그 위 에 알루미늄 호일을 깔고 구우면 딱 이다. 맞은편에 장사하는 소쿠리 파는 아저씨가
김치를 갖고 오기로 하고 삼겹살만 간단히 구워 먹으려고 했다.
아내한테 얘기했더니, 상추도 준비하고 아침부터 어묵국도 끓였다.
전날 나는 시험 끝나고 세상모르고 자는데 밤 10시까지 밥그릇과 국그릇, 수저 등
7-8인분 준비를 하고 잔 것이다.
밥은 식당에서 시켜먹는다고 해놓고, 아침에 가서 밥을 해먹는다고 말했다.
선짓국 끓여놓은 작은 압력밥솥 안 씻어 놨다고 아내에게 한마디 했다.
아내는 몸 아픈데, 언제 그걸 비우냐고 사먹는다더니 진즉에 얘기하지 바꾸냐고 나무랐다.
할 수없이 20명이 먹어도 되는 큰 압력 밥솥을 가져가기로 하고, 상추를 씻어 주었다.
어묵만 빼고 국을 끓여서 물에 쌀에 짐이 피난민처럼 장난 아니게 많았다.
나는 간단하게 아내에게 장에 가서 구운 거 당신은 먹기만 하면 되 하고 말했는데,
시작하고 보니 간단한 게 아니었다.
짐을 내려놓고 어묵국도 끓여왔다고 주변상인에게 얘기했다,
그럼 지금 어묵이랑 한잔 하자고 뻥튀기사장님과 소쿠리사장님은 말한다.
아내는 삼겹살이랑 같이 먹으려고 준비 한 건데, 참 눈치도 없다.
아무튼 술을 사가지고 와서, 어묵 한 팩을 끓은 국에 털어 넣었다.
어묵 적다고 아내에게 또 한소리 했다. 고기 먹는데 이정도면 충분하다고 모자라면 당신이
사오라고 한다. 겨울 찬바람이 서늘한 아침 어묵국은 시린 상인들의 몸을 녹였다.
12시가 넘어 삽겹살을 사다 고기를 구웠다. 아내는 밥하고 국 올려놓고 연신 고기를 굽는
다. 나도 옆에서 고기를 계속 굽는다 . 친정엄마가 농사지은 햅쌀이 정말 맛있다며 칭찬이
다. 큰 밥은 안해 봤다는 아내가 밥물을 보라기에 봐줬다.
아내가 불조절을 하고 뜸을 들였다.
시간을 맞추고 둘이 합작으로 만든 작품이 아주 걸작으로 나왔다.
자취생활 수년에 밥하기 도인이 된듯하다.
말콤 글레드웰의 아웃라이어에 나오는 1만 시간의 법칙이 생각난다.
하루 3시간씩 10년을 투자하면 그 분야의 달인이 된다고 한다.
그렇게 보면 나는 마늘 판매의 달인인데, 베품에는 아직 애기다. 흐흐...
아내는 연신 호일을 깔고 굽고 걷어낸다. 옆에 있던 뻥 사장님이 호일을 여려 겹으로 깔아
서 한 개씩 걷어내면 편하다고 말씀하신다.
나는 “ 뭘 해 봤어야지요.”
아내도 옆에서 “아 그렇구나. ” 하고,
미쳐 생각해 보지 않은 좋은 아이디어에 맞장구를 친다.
그래서 많은 경험이 필요하고 , 사람은 평생 배우며 살아야 한다.
겉은 뚝뚝하지만 속정 많은 뻥튀기 사장님이 객만 먹고 주인은 먹지도 못한다며 ,
우린 배부르게 잘 먹었으니, 어서 먹으라며 고기를 구우셨다.
중국이 좋아 중국여행을 가고 ,거기다 평생교육으로 중국어까지 배우며, 회화가 되고
자기 잘못을 미안하다고 말 할 줄 아는 뻥튀기 사장님께 배울 점이 많다.
근묵자흑(近墨者黑)이라고, 나도 중국어 공부도 하고 중국에도 가봐야 하지하는 생각이 들
었다. 더 나이 들어 다리에 힘 빠지기 전에, 해외로 나가 견문을 넓히고 싶다는 생각을 한
다. 원랜 김치에 고기 구워 먹는게 포인트였는데 김치가 별로였다. 가져오기로 한사람이 가
져온 김치가 우리 입맛엔 버리기 일보 직전인 맛이었다.
아내는 “믿는 이 대감을 믿지, 내가 김치를 안 가져 온 게 잘못이지.” 하며
자책하기에 예전 같으면 이런 말을 안했을 내가
“우리나 입맛이 안 맞지, 그 사람 입장에선 묵은 지라고
자기 입맛에 젤 맛있는 걸 가져 왔을 수도 있지.” 라고 말했고, 아내는
“하긴 그럴수도 있지. 나와 남은 다른거니까.” 하고 답했다.
그런데 그 김치는 줄지가 않았다.
큭큭큭 이것저것 부족한 게 많았지만 담에 하면 더 잘 할 수있을 거 같다.
좀 번거롭고 힘들었지만, 아내는 재밌는지 담엔 어디? 진천장 떡국 낸다고 ?
그래 한번 해보지 뭐 달려! 우리는 붕붕이와 함께 즐거운 나의 집으로 달렸다.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갑작스런 비에 당황했지만, 날씨 좋을 때 고기파티가 잘 끝나서
다행이다. 아내는 비가 와서 일찍 간다며 좋아한다.
아내가 건네주는 약과가 참 맛있다. 맛있는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