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회 개권(?)이 먼저 인가? 인권이 먼저 인가?
아침이라 쌀쌀하다. 가스에 불을 붙이고 화장실에 주전자에 물을 담으러 갔다.
화장실에서 물을 받고 나와서 내 일자리로 가고 있는데, 강아지가 나를 물으려고 대들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발을 뻗었다. 근데 강아지가 숨 넘어갈듯 내동댕이쳐졌다.
어디서 튀어 나왔는지 개 주인이 우리 애기 죽는다며 , 난리를 쳤다.
목줄도 안 매어진 사나운 개, 무의식중에 발을 뻗었는데, 개가 죽는 시늉을 해서 나도 놀
랐다. 자칫 개 값 물어줄 판이었다.
중년 부인 은 내 일자리에 와서 의자를 집어 던지고 , 마늘을 내팽겨 쳤다.
가스버너는 쓰러지고, 접이식 식탁은 내동댕이쳐졌다. 내 멱살을 잡고 밀쳐서 땅 바닥에 주
저 앉혔다. 남편을 부르고 경찰을 불렀다. 나는 풀러진 개 땜에 내가 다칠 뻔 했지만 , 나로
인해 개가 죽을 뻔했으니, 화풀이 할 만큼 하라고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 나도 기물 파손에
심리적 피해가 있었기에, 나도 경찰을 불렀다. 경찰차가 두 대 왔고, 조서를 썼지만, 처벌은
바라지 않는다고 했다.
개는 무사히 본래 대로 돌아왔다. 개 주인은 추후 개가 잘못되면 법 적 조치를 취한다고
엄포를 놓고 돌아갔다. 무서울 거 하나 없었다.
목줄 안 매고 돌아다니게 한 주인의 잘못과 , 사람을 물려고 한 동물을 보호하는 것이 먼
저인지, 물리면 광견병과 패혈증에 노출 되 자칫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사람 인권이 먼전
지 따 져 볼 노릇이다.
멱살을 잡히고 온갖 욕을 얻어먹으면서도 가만 히 있었던 내 자신을 보며,
그전에 나 같으면, 화내고 같이 멱살 잡고 난리도 아니었을 텐데,
‘참 인격적으로 많이 성숙 했구나.’ 했다.
나는 원래 남에게 먼저 욕을 하거나 해코지를 하는 사람이 아니다 .
상대가 나에게 부당한 일을 했을 때나 상대가 먼저 싸움을 걸때나 대응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그렇게 참았다는게 정말 놀라웠다.
얼마나 놀랍고 스스로 감격했는지 집에 와서 아내에게 한 얘기 또 하고 또 하고 한 30분
은 떠들었다. 아내는 같이 분노하며 , 성인군자 나셨다며, 울 여보 훌륭하다고 , 놀래서 청
심환 사먹어야 하지 않냐고 하였다. 얼굴이 하얗게 떴다고 , 얼굴을 만져 주었다.
만감이 교차하는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