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 잘돼도 내 탓, 못돼도 내 탓
20일 만에 마늘을 사러 갔다. 일주일 후면 시험인데, 공부도 완벽하게 안하고 장사도
안 되고 이래저래 스트레스가 쌓인다. 내일은 영하로 떨어진단다.
사온 마늘을 다시 푸르고 집에 일부 내려놓았다. 마늘을 평평하게 만들고 얻어온 부직포를
덮었다. 가장자리에 철사가 꼬여있고, 가위로 잘라가며 정리하고 마늘을 덮었다.
아내에게 도움을 청해 같이 밀차로 나르고 부직포를 붙들고 철사를 때냈다.
낑낑거리고 사다리를 타고 올라서 부직포를 덮는 순간 가슴속 화가 훅 올라왔다.
날 추운데 일한 만큼 생산성도 안 나는 이 일을 해야 하나. 하며
인상을 확 구기고 엄한 옆에 있던 아내에게, 당신이 일을 안 해서 겨울에 내가 이 고생을
한다고 되도 안는 막말로 아내의 맘을 아프게 했다.
아내가 한번도 10년을 살면서 겨울에 나가서 마늘 장사하란 소리 한번 하지 않았다.
처음엔 하루 종일 게임만 하는 남편이 한심스러워 저 인간하고 살 수 있을까 라고
생각했었는데, 아버지가 그리 살았기에 이해하기로 했단다. 그런데
작년에 아내가 아프면서 어디서 그런 생각을 하고 용기를 냈는지 겨울 장사를 하기로 하고,
작년부터 처음으로 1년 내내 쉬지 않고 일한 것이다.
내가 선택한 내 일인데 왜 아내 탓을 하는가?
물론 아픈 아내 땜에 그런 결심을 한 것도 없지 않아 있다.
그렇게 나간 겨울 장사는 내게 또 새로운 재미를 주었다.
집에서 겨울 내내 게임만 하는 것 보다 생산적이었다.
나가면 책도 보고 공부도 하고 겨우내 공부해서 다음해 장학생이 되었다.
정말 놀랄 만한 재밌는 일이었다. 아내가 응원해주고 기뻐하니 나는 더 뿌듯해서 일했다.
당신 인생에서 혁명 같은 일이라며 격려해주었다.
워낙 장사도 잘됐지만, 내가 마늘 장사 한 이래로 최고의 돈을 벌었다.
아내는 속상했는지 일한다고 말하고, 돈을 모으면 어떤 장사를 할 건지 물어봤다.
나는 금방 대답을 못했다.
아내는 내가 뭘 할 건지 확실히 목표를 잡으면, 그걸 위해 몸이 부서져도 도와준다고 했다.
내가 잘 하는 게 뭔지 , 뭘 하면서 살면 행복한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겠다. 아내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아무리 힘들어도 다시 한 번 생각 하고 말해야겠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천재 심리학자인 대니얼 카너먼이 쓴 ‘생각에 관한 생각’이라는
책이 있다 교수님이 수업시간에 추천해 주셔서 읽어 보았다.
살면서 우리는 그때그때 받는 느낌과 인상에 따라 행동하고, 자신의 직관과 기호에 의존해
행동을 정당화 하지만 그 결과가 항상 옳진 않다.
매우 자주, 우리는 틀린 것도 옳다고 우긴다.
그렇기에 나 자신보다는 객관적 관찰자가 내 잘못을 더 잘 지적해 낼 수 있다.
책을 보면 그것을 실천 하는 삶이 진정으로 그 책을 봤다고 할 수 있다.
아무리 훌륭한 책을 보아도 그것을 실천 하지 않으면 읽었다고 말할 수 없다고 한다.
나부터도 생각하지 않고 무심코 튀어나온 말에 생각하기 전에 아니,
생각함에 있어 한 번 더 생각해야 한다는 생각에 관한 생각의 글귀를 다시 한 번 새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