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회
장인어르신의 작고로 여름휴가를 가지 못했다. 중간고사가 모두 끝나고 아내를 위해 모처럼
늦은 여름휴가를 떠났다. 아내는 용인 민속촌에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며 봄부터 가보자고
했었다. 그걸 기억했다가 조금 덜 바쁠 때 떠나려고 매번 과제물 내는 마지막 날에 제출하
곤 했는데 첨으로 첫날 제출을 했다. 아내는 어린아이처럼 좋아했다. 나는 한번 가본 곳이
라 그 닥 내키지 않았지만 가서 보니 예전과는 완연히 달랐다. 덕분에 모처럼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회전목마도 타고, 4D 입체영상에 기차타기, 귀신의 집, 바이킹 체험을 했다. 마음
은 10대인데 몸은 40대인지라 바이킹을 타고 속이 울렁거려 한참 혼이 났다. 맛 집 탐방에
즐거운 볼거리 먹거리 탈거리 에 기분이 좋았는데 속이 울렁거리는 바람에 컨디션이 급 하
강했다. 벌써 폐장 시간이 다가오고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겼다. 무사히 증평으로 돌아왔다
아내가 빵이 먹고 싶다고 해서 빵을 사와 라면과 함께 대충 저녁을 때웠다. 그리고 바로 전
화벨이 울렸다. 배달 간 마늘산집에서 2만 5천원짜리 물건인데 2만 3천원짜리 물건 아니냐
며 2만원을 더 깎아 달라는 전화였다. 장사 하루 이틀 하는 거 아닌데 사람을 그렇게 못 믿
으셔서 되느냐 속일게 따로 있지 그건 다른 물건이다. 옆에 다른 분도 있고 증인도 있지 않
느냐며 몇 번을 설명해도 계속 자기 말 만 했다. 전화로 이러시면 뭐 할 거냐고 다음 장에
오셔서 해결 하시라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아내는 우리 신랑을 뭘로 보냐며 분개했다. 오
늘 그 사람이 왔다. 오해를 풀어주고 톨 마늘 (떨어진 마늘) 한 접 가량을 들러 보내는 걸
로 해결했다. 아버지 생신 상에 아내에게 얘기 해주니 엉덩이를 두드려주며 잘했다고 칭찬
해줬다. 더위가 아쉬운 듯 다시 한 번 힘을 발휘하는 건지 꽤 덥다. 명절 전 대목장이라 장
이 좀 덜 되는데 ,(제사 물건 사느라 마늘은 덜 산다 ) 작년에 왔던 손님들이 제법 많이 오
시고, 잘 먹었다고 씨가 좋아 농사가 잘됐다고 일부러 오신 손님들이 고마웠다. 어떤 손님
은 부부가 작년에 샀던 데가 여기가 맞나 내기 까지 하셨다고 한다. 남편 말이 맞았다고
하며 웃으셨다. 씨 마늘로 20접을 산분이 있었는데 15접을 연거푸 써느라 허리가 휘청하고
갈비뼈가 움찔움찔했다. 대게 씨 마늘을 사면 자르지 않고 그냥 가져가는데, 대박 일거리가
당첨된 거다. 손님은 고맙다며 일부러 호떡을 사가지고 와서 주셨다. 날이 추울 때 맛있는
호떡이지만 더워도 맛있었다. 손님의 고마운 마음이 담겨 있어 그런 거 같다. 좋은 마늘 매
입해서 손님들이 만족할 때 참 마늘 장수로서 보람을 느낀다. 오늘 하루도 잘 보내고 장기
한수에 시름을 더는데 아내가 눈에 불을 켜고 책을 본다. 맨부커 상을 받았다는 채식주의자
이다. 글을 쓰는 아내는 어떻게 쓰면 상을 받는지 궁금하다고 사본다고 했었다. 조치원장에
는 이동식 도서관이 돌아다닌다. 조치원장에 갈 때 마다 책을 한두 권씩 빌려보는데 채식
주의자가 있었고, 아내 말이 생각나 빌려온 것이다. 여자 주인공은 어릴적 가부장적인 아버
지 밑에서 아동학대를 받고 자란다. 자기주장을 펴지 못하고 조용한 성격의 소유자로 커서
평범한 남자와 결혼을 하고 어느 날 혐오스러운 도살장면과 육식에 대한 꿈을 꾸고 나서 채
식주의자가 되고 잠을 안자고 계속 채식주의로 일관하며 남편에게도 육식을 주지 않는다.
집에 있는 모든 육 고기 생선을 버리고, 언니의 집들이 날 친정아버지의 강압적으로 탕수육
을 입으로 집어넣고 딸의 뺨을 때리면서 주인공 영혜는 칼로 손목을 긋고 정신병동에 갇히
게 된다. 남편과 이혼 후 언니네 집에 있다가 독립한다. 형부의 부탁으로 누드모델이 되고,
형부와 부적절한 관계를 갖게 되고 , 둘이 포르노 영상을 찍고 그리는 등 엽기적인 행각을
버린다. 이를 안 언니가 형부와 여동생을 정신병원에 집에 넣는다. 형부는 정신감정상 멀쩡
하다고 판단되어 입원 하지 않고 쇠고랑을 찬다. 그리고 여동생은 정신병동에 갇혀 점점 회
복할 기미가 안보이고 말라가며 자기는 식물로 생각해서 먹지 않는다. 병원도 손쓸 방법이
없다고 큰 병원으로 옮겨지는 것이 끝이다. 막장이 따로 없다. 내가 오기 전 중간까지 읽었
는데, 더럽다고 했다. 결말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서 아내는 빛의 속도로 속독으로 읽은
것이다. 아내는 글은 잘 쓴 글인데 내용이 영 아니라며 내 스타일 아니라고 말해줬다. 내용
을 전혀 모른 체 상 받았다는 이유로 읽었던 아내는 그렇게 평가했다. 나는 그 책이 평가가
극과 극이라고 했다. 아동학대와 정신병원, 나와 무관한 주제가 아니었기에 유쾌하지 않게
보았다. 모든 어린이들이 가정과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행복하게 살았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