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에서 만난 세계사 라임 틴틴 스쿨 13
손주현 지음 / 라임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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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동물원에서 만난 세계사

지은이: 손주현

펴낸 곳: 라임 출판사


 동물을 직접 본 적이 언제더라? 개와 고양이는 아파트 단지에서 쉽게 만날 수 있지만, 다른 동물은 못 본 지 한참 된 것 같다. 시골이 아니라서 동물원에 가야만 동물을 볼 수 있으니 놀이동산에 갔던 아주 오래전 어느 날이 마지막이었나보다. 동물을 참 좋아하지만 직접 기를 기회도 친해질 기회도 없었던 난 늘 아쉬운 마음으로 TV에서 방영하는 동물 다큐에 빠져들곤 했다. 어쩌면 인간보다 더 오래 이 땅의 주인이었던 동물. 인간이 도구와 불을 사용하기 전까지 두려움의 대상이었을 그 동물이 가축으로서 인간을 위해 힘겹게 일하고 식량으로서 고기를 내어주는 유구한 역사의 시작은 어디일지 궁금했다. 그러던 중 눈에 띈 책, 『동물원에서 만나 세계사』! 좋아하는 주제인 동물과 세계사의 결합이라 쾌재를 부르며 망설임 없이 선택했고 결과는 성공적!

 

 

 

 

 『동물원에서 만난 세계사』는 라임 출판사에서 출간하는 <라임 틴틴 스쿨> 시리즈다. 청소년을 위한 책이지만 내용과 깊이 면에서 성인이 읽기에 부족함이 없어 십 대 자녀와 함께 읽으면 더없이 좋을 틴틴 스쿨 시리즈. 일전에 <경성에서 보낸 하루>를 정말 재밌게 읽었는데 이번 책도 대만족! 인간이 남긴 동물에 대한 최초 기록을 찾아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니 까마득한 선사시대에 도착.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듯 생동감 넘치게 새겨진 말, 매머드, 사자 등의 동굴 벽화를 보니 무사히 사냥하길 기원하며 두려운 마음을 애써 억누르는 선사시대 사람의 모습이 떠오른다. 이집트 하트셉수트 여왕이 만든 최초의 동물원(정확히는 동물 우리라지만)에서는 동물을 신성하게 여기고 권력을 다질 유용한 방편으로 삼았던 시절을 엿보았다. 이집트 신들을 왜 동물 모습으로 표현했는지 비로소 이해함. 식량으로 여겨지던 동물이 경외감의 대상이 되고 오락과 외교 활동의 수단으로 자리 잡아가는 과정이 어찌나 흥미롭던지!

 

  한국 작가가 쓴 책이기에 중간중간 한반도 역사도 등장하여 뭔가 뿌듯한 기분. 외국 작가가 쓴 책이라면 한국 역사가 등장이나 했을까? 삼국 시대에 이미 동물을 가둬 기르며 유희를 즐겼다는 기록에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구나 싶었다. 동물을 곁에 두고 보고 싶은 마음은 변함없이 같구나. 전쟁에 이용된 코끼리 이야기와 인간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여러 맹수 이야기까지, 읽다 보니 인간이 저지른 몹쓸 악행에 동물에게 하염없이 미안해지는 순간도 여러 번. 대체 인간은 무슨 권리로 이리 동물을 괴롭히는가! 이 땅에서 함께 살아가야 마땅한 존재이거늘, 참 부끄럽고 슬픈 일이다. 인간이 동물에게 저지르는 악행에 마음 아프고 속상한 점만 빼면 동물을 통해 만난 세계사는 굉장히 알차고 재밌었다. 컬러풀한 사진과 그림 자료 덕분에 읽는 내내 눈이 즐거웠던 책. 책장에 잘 꽂아두고 생각날 때마다 자주 꺼내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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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시작 5AM 클럽 - 내 안의 무한한 잠재력을 깨우는 아침
로빈 S. 샤르마 지음, 김미정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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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변화의 시작 5 AM 클럽

지은이: 로빈 샤르마

옮긴이: 김미정

펴낸 곳: 한국경제신문

 

 한때 엄청난 이슈로 자기계발 붐을 일으켰던 '아침형 인간'. 하루를 일찍 시작하는 사람이 목표한 바를 이루고 결국 성공한다는 즉,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 같은 그 개념이 올빼미인 내게 반갑게 들렸을 리 없다. 당시엔 입을 쭉 내밀고 '그럼 일찍 일어났다가 잡아먹힌 벌레는 뭔데?'라며 마음껏 냉소를 날렸던 20대의 나. 사실 그렇게 말하긴 했어도 하루를 일찍 시작하는 부지런한 삶에 대한 동경은 언제나 가슴 속의 작은 불씨로 살아남아 있었다. 1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올빼미인 내 모습을 보며 습관의 무서움을 깨닫고 이대로는 안 되겠구나 싶어 부지런한 삶을 이끌어줄 책을 읽기로 했다. 일단 동기 부여가 중요하니까! 작년에 출간된 <아침 5시의 기적>이란 책도 그렇고 이번에 출간된 <변화의 시작 5 AM 클럽>도 그렇고 너도나도 '새벽 5시'에 집중하는 그 이유가 뭘까? 참으로 궁금했다.


 <변화의 시작 5 AM 클럽>은 일단 저자의 약력이 상당히 화려하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빈곤층을 돕는 비영리 벤처 기업 설립자. 리더쉽 전문가로도 널리 인정받는다는 로빈은 여러 기업, 억만장자, 왕족 등을 상대하고 다양한 곳에서 연사로 초청받아 강연한다고 한다. 뭔가 대단한 사람이란 느낌이 팍팍. 부디 귀한 깨달음을 얻길 간절히 바라며 책의 첫 장을 펼쳤다. 그런데... 어라? 내가 생각했던 책과는 좀 달랐다. 새벽 5시에 일어나면 어떤 기적 같은 변화가 찾아오는지 간단명료하고 알기 쉽게 설명한 책일 거란 기대가 무색하게 상당히 많은 내용으로 꽉 차 있었다. 어떻게든 다양한 지식을 재밌는(?) 이야기로 전달하고자 한 작가의 욕심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과하게 몰아치는 활자의 습격에 집중력은 자꾸만 흐려지고 굳이 이렇게 길게 써야 했을까 의구심만 커졌다. 이야기 형식의 자기계발서로 분류하기엔 이 책은 양이 너무 많고 살짝 지루하다. 자신이 일굴 사업을 잃을 위기에 처한 여성 사업가와 평범한 화가 그리고 한 노인의 만남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정작 중요한 새벽 5시의 기적을 다루기까지 장장 86페이지를 소요한다. 본론으로 바로 들어가고 싶은 분은 87페이지부터 읽기를 추천한다.

 

 

 

 마치 하늘에서 정해준 기회인 것처럼 딱 맞춰 찾아온 억만장자와의 만남. 사업가와 화가 사이에 급격하게 피어나는 로맨스. 아름다운 모리셔스 해변에서 펼쳐지는 인생 수업. 정말 아름답고 훈훈한 요소지만, 과연 이런 천금 같은 기회를 거머쥘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한마디로 현실성이 떨어졌다. 어쨌든 완벽하게 다듬은 이 아름다운 세트장에서 뭔가 건져야 했기에 포기하지 않고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요점을 정리해가며 열심히 읽었다. 우선 왜 새벽 5시인가? 5시에 기상하면 집중력이 극적으로 향상하여 몰입 상태를 촉진한다. 창의력이 올라가고 에너지는 2배 증가, 생산성은 3배가 증가한다고 한다. 그럼 그냥 일찍 일어나기만 하면 되는가? No! 새벽 5시에 기상한 후 귀한 1시간을 계획적으로 보내야 하는데, 20/20/20 공식에 따라 20분씩 정해진 활동을 해야 한다. 예를 들면 운동, 학습, 물 마시기, 심호흡한 후 일기, 명상, 계획 등을 세우고 목표 검토, 독서, 온라인 스터디를 하는 식으로 새벽 6시까지 상당히 타이트한 활동이 이어진다. 정말 이렇게 해야 성공하는 것인가 싶을 정도로 지독하고 체계적인... 이 책에서도 그런 말이 등장했었다. 95%가 하지 않는 부지런하고 어려운 습관을 정복해야 성공한 5%가 될 수 있다고 말이다. 과연 나는 상위 5% 될 수 있을까? 뭔가 전하고자 하는 내용은 많았지만 나와는 좀 맞지 않는 느낌. 엄청난 성공을 이루겠다는 야망보다는 그저 부지런하고 알찬 하루를 보내고 싶은 소박한 사람이기에 좀 더 편하고 재밌게 다가올 이야기였다면 좋았을 거란 아쉬움을 가득 남긴 독서였다. 사업가나 멘토가 읽으면 좋을 책. 내용을 조금만 줄이고 생활 밀착형으로 접근했다면 어땠을까? 아쉽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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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할 지도
김성주 사진.글 / 카멜북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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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어쩌면 할 지도

사진 & 글: 김성주

펴낸 곳: 카멜북스


"어쩌면 산다는 건

각자의 세상을 여행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책을 손에 쥔 순간 표지에 박힌 저 세 줄의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인생은 여행이다.'라는 말을 이토록 멋지게 표현하다니. 이 작가 심상치 않다. 책 제목을 살펴보자. 『어쩌면 할 지도』. '할'이라는 글자 앞에 밑금을 그어두어 독자의 상황에 따라 다양한 상상을 할 수도 있고 '할 지도'의 지도에서 세계 여행을 떠올리게 되니 다분히 계산된 제목이 아닐까 생각했다. 김성주 작가의 손에서 탄생한 글과 사진을 보며 만나게 될 세계는 어떤 모습일지 첫 장을 펼치기 전부터 가슴이 두근두근. 어딘가를 바라보는 듯한 모습도 저 멋진 글귀도 마음에 들었기에 합격점!


 죽은 아내를 대신하여 함께하기로 했던 크루즈 여행길에 홀로 오른 남편, 카르타헤나 댄서들이 건넨 심심한 위로, 프라하 체코에서 떠올린 사춘기 시절 좋아했던 소녀, 여행할 마음을 먹게 해준 이탈리아의 리보르노에서 만난 노신사,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서 맞은 두 번째 크리스마스, 호기심 하나로 충분했던 그 시절의 교토,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고 싶게 만드는 도시, 프라하. 영화 <카후를 기다리며>를 떠오르게 하는 오키나와. 일본 후쿠오카에서 맛본 최고의 우동 등등. 김성주 작가의 눈과 귀로 만난 세계는 내가 알던 그것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왔다. 외국 여행을 한 경험이 많지 않은 나로서는 바람처럼 가볍게 세계 곳곳을 누비는 작가의 행보가 그저 부럽기만 했다. 어쩌면 가장 부러웠던 건 여행에 대한 열정과 함께 그 장소에서 느낀 감성과 추억을 켜켜이 쌓아 엮어낸 한 권의 책이 아니었을까? 그저 세계 곳곳의 명소를 묘사하고 여행 당시의 감상과 정보만 늘어놓는 보통의 여행 에세이와 달리 이 책엔 한 편의 문학 작품을 떠올리게 하는 감성과 탄탄함이 서려 있다. 읽으면 읽을수록 글을 이 작가 글을 참 잘 쓴다. 커피 한잔 혹은 간단한 식사를 주문하고 여지없이 펼쳐 들었을 수첩. 빈 페이지에 깨알같이 적은 까만 글씨를 그러모아 소중한 찰나를 놓치지 않고 온전히 내게 나눠준 작가에게서 따스함을 느끼며 가벼운 동경심이 일었다.


 <인생이 쓸 때, 모스크바>라는 책에 이어 『어쩌면 할 지도』가 두 번째 작품인 듯한데, 전작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쏟아냈을지 상당히 궁금하다. 모스크바의 차디찬 겨울과 음산한 지하철을 경험해본 동지로서 첫 번째 책도 꽤 재밌게 읽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어쩌면 김성주 작가와 난 좋은 친구가 될지도 모르겠다. 순간순간 담아냈다고 하기엔 너무나 주옥같은 문장이 많아서 여행에서이라기보단 소설 같았던 책. 그가 이야기해주는 추억에 귀 기울이며 가만히 눈을 감으면 어느새 그 순간, 그 장소에서 함께 있는 기분이라 더없이 행복하고 즐거웠다. 이것이 바로 소확행이 아닐지! 아직 그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음을 알기에 지금 이 순간 내 가슴을 여전히 설렌다. 다음 책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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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마지막 히어로
엠마뉘엘 베르네임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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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나의 마지막 히어로

글쓴이: 엠마뉘엘 베르네임

옮긴이: 이원희

펴낸 곳: 작가정신


 『나의 마지막 히어로』. 책을 받은 순간 당황했다. 여느 시집 두께의 작고 가벼운 책인데 소설이라니... 그래, 단편이면 그럴 수도 있지. 책을 휘리릭 넘기다 보니 이럴 수가! 60페이지에서 끝나는 소설. 그다음으로는 <옮긴이의 말>과 <이다혜 기자와 이종산 소설가의 대담>이 이어진다. 짧은 단편이니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보자고 하기엔 짧아도 너무 짧은 소설. 그런데 웬걸, 이 짧은 소설의 첫 장에서 난 이미 마음을 뺏겨버렸다.


 한때 할리우드를 주름 잡았던 인기 스타, 실배스터 스텔론. 그가 과거형이 아닌 현재형으로 주인공 리즈의 시간과 맞물려 우리 눈앞에 등장한다. 최고 흥행작으로 손꼽히는 <록키 3>의 주인공으로! 나태하게 되는 대로 살다가 챔피언 타이틀을 잃게 된 록키. 혹독한 훈련을 재개하고 초심으로 돌아간 록키는 잃었던 챔피언 타이틀을 탈환한다. 파란만장한 록키의 삶에 오롯이 집중했던 리즈는 강한 충격을 받고 굳은 결심을 하게 된다. 의대를 그만두고 병원 비서로 일하던 이 안일한 삶과 결별하기로. 그저 한순간의 객기는 아닐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았던 주인공 리즈의 행보는 기대 이상으로 단호하고 결연했다. 이런 선택을 한 자신을 이해 못 하는 애인, 미셸과 결별하고 낮에는 대학, 밤에는 야간근무를 하며 공부를 이어가는 리즈. 록키처럼 복싱도 배운다. 그리고 체육관에서 운명의 반쪽인 장을 만나 결혼에 골인. 행복한 결혼 생활을 이어가다가 어린 두 아들을 남기고 눈을 감게 되는데...


 아... 대체 이 소설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짧지만 옹골차고, 단순하지만 깊은 울림이 있는 미묘한 소설. 간결한 문체와 냉정하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담담하게 풀어낸 리즈의 삶 속엔 인생의 모든 희로애락이 담겨 있다. 주인공 리즈가 그 상황에서 어떤 심정이었는지 굳이 일일이 묘사해주지 않음에도 흐르고 흐르는 영화 같은 인생에 푹 빠져 어느새 그녀의 마음을 읽고 있더라는... 참 읽을수록 신기하고 생각할수록 대단했다. 이 책의 저자 베르네임은 1983년 1월, 친구들과 함께 <록키 3>을 보러 갔다가 고열로 몸져눕고, 이후 <잭나이프>라는 소설을 발표하며 소설가로 변신했다고 한다. 결국 이 소설 『나의 마지막 히어로』는 저자의 자전적 이야기로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선사해준 실배스터 스텔론에 대한 감사와 애정의 표현이자 제2의 인생을 맞이한 자신이 그간 걸어온 노력의 순간을 되새기는 작품인 것이다. 엠마뉘엘 베르네임의 다른 소설도 짧기로 유명하다는데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지 궁금하다. 꼭 찾아서 읽어보기로 하자. 단편 소설이라기보다는 영화 한 편을 짧게 요약한 스토리 같았던 작품. 담담하게 흘러가지만 기쁜 일엔 미소 짓고 슬픈 일엔 울컥하며 리즈의 삶을 공유할 수 있어 행복했다. 마음에 쏙 드는 멋진 작가 발견! 참, 책 뒤편에 실려 있는 이다혜 기자와 이종산 소설가의 대담 덕분에 책을 2번 읽은 기분이라 이번 독서는 뭔가 더 특별했던 것 같다. 거참. 이래저래 마음에 드는 책이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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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상대는 추첨으로
가키야 미우 지음, 이소담 옮김 / 지금이책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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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결혼 상대는 추첨으로

글쓴이: 가키야 미우

옮긴이: 이소담

펴낸 곳: 지금이책


 정부지로 치솟는 물가,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듯 어려운 취업, 부모님 부양, 과중한 세금을 내느니 아르바이트나 하며 살겠다는 청년들. 이런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기엔 차라리 혼자인 게 편하다며 연애와 결혼은 물론 출산까지 포기해버리는 삼포세대.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렸던 이 대란이 지금 우리 눈앞에 닥쳤다. 급속도로 떨어진 출산율과 혼자 살기를 택한 독신의 증가. 이 상태로 이어지면 가분수 인구 피라미드 구조를 이루며 노인만 가득한 나라가 되고 말 텐데, 이런 현실에 집중한 가키야 미우 작가가 독특한 발상으로 재미난 소설을 써냈다. <결혼 상대는 추첨으로>라는 이 소설에서는 저조한 출산율로 인한 경제 쇠퇴를 걱정한 정부가 <추첨 맞선 결혼법>을 시행하여 25에서 35세 남녀의 결혼을 강제로 추진한다. 상대를 3번 거절하면 자동으로 아웃되어 테러박멸대, 즉 군대에 가게 된다는데... 과연 이 법안을 현실화할 수 있을까?

 

 이 책엔 여러 인물이 등장하지만 요시미와 나나, 란보와 다쓰히코라는 청춘남녀를 주축으로 흘러간다. 술만 마시면 엄마를 때리던 아빠의 가정폭력으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지니고 있는 요시미. 사별하고 하나 있는 딸, 요시미에게 매달리는 엄마가 어쩐지 부담스럽고 벗어나고만 싶어 간호사인 요시미는 도쿄로 탈출을 꿈꾼다. 요시미와 동갑인 서른 살 나나는 라디오국 스태프로 엄마와 끈끈한 유대감을 지닌 아가씨다. 2년 사귄 남자친구 란보에게서 허영심 강한 마마걸이라며 이별을 통보받고는 울며 겨자 먹기로 정부가 시행한 맞선을 보게 되는데, 이거 어째 나오는 남자마다 해도 해도 너무한다. 유명한 집안 출신에 얼굴까지 잘생긴 란보는 자신의 화려한 조건과는 달리 수수하고 소탈한 여성을 찾아 헤매는데 맞선에서 운명 같은 여인을 만나게 되고 컴퓨터 소프트 회사에서 근무하며 연애 한 번 못 해본 숙맥 중에 숙맥 27살 다쓰히코는 이번 맞선 결혼법을 기점으로 자신도 가정을 꾸릴 수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며 열심히 맞선에 응한다. 처음엔 남남이었던 이들이 강제 맞선이란 계기를 통해 서로 인연을 맺어 가며 인생의 일부를 상대에게 내어준다. 마음에 들든 아니든, 사귀고 싶건 아니건 아슬아슬하게 이어지는 청춘남녀의 로맨스 아닌 로맨스가 생각보다 꽤 재미있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금방 읽게 되더라는...


 

 누군가는 '지옥'이라 말하는 이 세상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아이를 낳고 온전한 가정을 꾸리기가 이토록 힘들 줄이야! 결혼하고 싶지만 못 하는 사람, 비혼을 꿈꾸는 사람, 연애만 하고 싶은 사람, 자기 조건에 꼭 맞는 상대가 아니면 절대 싫은 사람 등등 각자 가진 사연은 다 다르지만 이 소설은 그런 청춘들이 왜 결혼이란 거대한 벽 앞에서 좌절하고 방황하는지 찬찬히 풀어낸다. 자칫 묵직하고 우울할 수 있는 주제를 유쾌하고 쉽게 풀어낸 작가의 필력에 감탄! 배꼽 잡고 웃을 만큼 재밌는 구석은 없었지만 지루할 새 없이 흘러가는 청춘남녀의 이야기에서 경쾌한 리듬감마저 느껴지는 소설. 물론 우울하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지만 말이다. 결혼 안 하고 노총각이 되어 가는 초식남, 남동생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지만 워낙 책 한 줄 안 읽는 녀석이기에 과연 읽어줄까 싶다. 제발 책 좀 읽으렴, 응? 기혼과 미혼 모두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 가볍지만 특별한 소설을 읽고 싶은 이에게 추천하고 싶다. 외로운 청춘에게 따스한 봄날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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