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쩌면 할 지도
김성주 사진.글 / 카멜북스 / 2018년 12월
평점 :
제목: 어쩌면 할
지도
사진 & 글:
김성주
펴낸 곳:
카멜북스
"어쩌면 산다는
건
각자의 세상을 여행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책을 손에 쥔 순간 표지에 박힌 저
세 줄의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인생은 여행이다.'라는 말을 이토록 멋지게 표현하다니. 이 작가 심상치 않다. 책 제목을 살펴보자. 『어쩌면
할 지도』. '할'이라는 글자 앞에 밑금을 그어두어 독자의 상황에 따라 다양한 상상을 할 수도 있고 '할 지도'의 지도에서 세계 여행을 떠올리게
되니 다분히 계산된 제목이 아닐까 생각했다. 김성주 작가의 손에서 탄생한 글과 사진을 보며 만나게 될 세계는 어떤 모습일지 첫 장을 펼치기
전부터 가슴이 두근두근. 어딘가를 바라보는 듯한 모습도 저 멋진 글귀도 마음에 들었기에
합격점!
죽은 아내를 대신하여 함께하기로 했던
크루즈 여행길에 홀로 오른 남편, 카르타헤나 댄서들이 건넨 심심한 위로, 프라하 체코에서 떠올린 사춘기 시절 좋아했던 소녀, 여행할 마음을 먹게
해준 이탈리아의 리보르노에서 만난 노신사,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서 맞은 두 번째 크리스마스, 호기심 하나로 충분했던 그 시절의 교토,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고 싶게 만드는 도시, 프라하. 영화 <카후를 기다리며>를 떠오르게 하는 오키나와. 일본 후쿠오카에서 맛본 최고의 우동
등등. 김성주 작가의 눈과 귀로 만난 세계는 내가 알던 그것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왔다. 외국 여행을 한 경험이 많지 않은 나로서는 바람처럼
가볍게 세계 곳곳을 누비는 작가의 행보가 그저 부럽기만 했다. 어쩌면 가장 부러웠던 건 여행에 대한 열정과 함께 그 장소에서 느낀 감성과 추억을
켜켜이 쌓아 엮어낸 한 권의 책이 아니었을까? 그저 세계 곳곳의 명소를 묘사하고 여행 당시의 감상과 정보만 늘어놓는 보통의 여행 에세이와 달리
이 책엔 한 편의 문학 작품을 떠올리게 하는 감성과 탄탄함이 서려 있다. 읽으면 읽을수록 글을 이 작가 글을 참 잘 쓴다. 커피 한잔 혹은
간단한 식사를 주문하고 여지없이 펼쳐 들었을 수첩. 빈 페이지에 깨알같이 적은 까만 글씨를 그러모아 소중한 찰나를 놓치지 않고 온전히 내게
나눠준 작가에게서 따스함을 느끼며 가벼운 동경심이
일었다.
<인생이 쓸 때, 모스크바>라는 책에 이어 『어쩌면 할 지도』가 두 번째 작품인 듯한데,
전작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쏟아냈을지 상당히 궁금하다. 모스크바의 차디찬 겨울과 음산한 지하철을 경험해본 동지로서 첫 번째 책도 꽤 재밌게 읽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어쩌면 김성주 작가와 난 좋은 친구가 될지도 모르겠다. 순간순간 담아냈다고 하기엔 너무나 주옥같은 문장이 많아서
여행에서이라기보단 소설 같았던 책. 그가 이야기해주는 추억에 귀 기울이며 가만히 눈을 감으면 어느새 그 순간, 그 장소에서 함께 있는 기분이라
더없이 행복하고 즐거웠다. 이것이 바로 소확행이 아닐지! 아직 그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음을 알기에 지금 이 순간 내 가슴을 여전히 설렌다.
다음 책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