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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마지막 히어로
엠마뉘엘 베르네임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19년 1월
평점 :
제목: 나의 마지막
히어로
글쓴이: 엠마뉘엘
베르네임
옮긴이:
이원희
펴낸 곳:
작가정신
『나의 마지막 히어로』. 책을 받은
순간 당황했다. 여느 시집 두께의 작고 가벼운 책인데 소설이라니... 그래, 단편이면 그럴 수도 있지. 책을 휘리릭 넘기다 보니 이럴 수가!
60페이지에서 끝나는 소설. 그다음으로는 <옮긴이의 말>과 <이다혜 기자와 이종산 소설가의 대담>이 이어진다. 짧은
단편이니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보자고 하기엔 짧아도 너무 짧은 소설. 그런데 웬걸, 이 짧은 소설의 첫 장에서 난 이미 마음을
뺏겨버렸다.
한때 할리우드를 주름 잡았던 인기
스타, 실배스터 스텔론. 그가 과거형이 아닌 현재형으로 주인공 리즈의 시간과 맞물려 우리 눈앞에 등장한다. 최고 흥행작으로 손꼽히는 <록키
3>의 주인공으로! 나태하게 되는 대로 살다가 챔피언 타이틀을 잃게 된 록키. 혹독한 훈련을 재개하고 초심으로 돌아간 록키는 잃었던 챔피언
타이틀을 탈환한다. 파란만장한 록키의 삶에 오롯이 집중했던 리즈는 강한 충격을 받고 굳은 결심을 하게 된다. 의대를 그만두고 병원 비서로 일하던
이 안일한 삶과 결별하기로. 그저 한순간의 객기는 아닐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았던 주인공 리즈의 행보는 기대 이상으로 단호하고 결연했다.
이런 선택을 한 자신을 이해 못 하는 애인, 미셸과 결별하고 낮에는 대학, 밤에는 야간근무를 하며 공부를 이어가는 리즈. 록키처럼 복싱도
배운다. 그리고 체육관에서 운명의 반쪽인 장을 만나 결혼에 골인. 행복한 결혼 생활을 이어가다가 어린 두 아들을 남기고 눈을 감게
되는데...
아... 대체 이 소설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짧지만 옹골차고, 단순하지만 깊은 울림이 있는 미묘한 소설. 간결한 문체와 냉정하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담담하게 풀어낸 리즈의 삶
속엔 인생의 모든 희로애락이 담겨 있다. 주인공 리즈가 그 상황에서 어떤 심정이었는지 굳이 일일이 묘사해주지 않음에도 흐르고 흐르는 영화 같은
인생에 푹 빠져 어느새 그녀의 마음을 읽고 있더라는... 참 읽을수록 신기하고 생각할수록 대단했다. 이 책의 저자 베르네임은 1983년 1월,
친구들과 함께 <록키 3>을 보러 갔다가 고열로 몸져눕고, 이후 <잭나이프>라는 소설을 발표하며 소설가로 변신했다고 한다.
결국 이 소설 『나의 마지막 히어로』는 저자의 자전적 이야기로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선사해준 실배스터 스텔론에 대한 감사와 애정의 표현이자 제2의
인생을 맞이한 자신이 그간 걸어온 노력의 순간을 되새기는 작품인 것이다. 엠마뉘엘 베르네임의 다른 소설도 짧기로 유명하다는데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지 궁금하다. 꼭 찾아서 읽어보기로 하자. 단편 소설이라기보다는 영화 한 편을 짧게 요약한 스토리 같았던 작품. 담담하게 흘러가지만 기쁜
일엔 미소 짓고 슬픈 일엔 울컥하며 리즈의 삶을 공유할 수 있어 행복했다. 마음에 쏙 드는 멋진 작가 발견! 참, 책 뒤편에 실려 있는 이다혜
기자와 이종산 소설가의 대담 덕분에 책을 2번 읽은 기분이라 이번 독서는 뭔가 더 특별했던 것 같다. 거참. 이래저래 마음에 드는
책이로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