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1 위대한 화가 - 미술계 거장들에 대한 알기 쉬운 안내서
스티븐 파딩 지음, 박미훈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많은 취미를 갖고 있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책읽기이다. 때문에 취미를 물어보는 사람들 덕분에 곤혹스럽기도 한데, "취미가 뭐에요?"라고 묻는 말에 아무런 거리낌 없이 "독서요."라고 말했을 때의 그 표정 때문이다. 마치 외계 생물체를 대하는 것 같은 표정, 내지는 "애 뭐지?"라고 묻고 싶은 듯 어색하게 웃는 얼굴들. 이제는 너무 자주 겪는 일이라 만성이 되었는지 그들의 표정을 보며 오히려 내가 웃음이 난다. 헌데 그림을 바라보고 있는 내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는 사람도 나와 같은 마음은 아닐까? 책 읽는 것만큼이나 그림 구경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아이러니하게도 까막눈이다. 그림을 봐도 "우와~ 잘 그렸다. 멋지다!"만 연발할 뿐 이것이 어느 시대의 누구의 그림이고 이 그림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고민들 덕분에 그림을 바라보는 동안 나의 얼굴을 미묘하게 어그러지곤 하는데 이런 내 표정을 보는 이도 독서에 대한 상대방의 반응을 재밌어하는 나처럼 내 모습을 보며 미소 지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그림 까막눈 탈출 프로젝트로 한 달에 한 권씩 미술에 관한 책을 읽기로 했고 이 달에 읽게 된 책이 11월이라는 달 수 만큼이나 넉넉한 책 <501 위대한 화가>란 책이었다.

 

 이 책을 처음 만나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우와~ 정말 두껍다."였다. 1500년 이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중요하다 생각되는 작가들을   시대별로 정리한 이 책은 501명의 화가들에 대한 이야기와 그들의 작품이 싣고 있다. 정리해야할 화가들도 그들에 관한 이야기들도 너무나 많기에 꼭 알아야할 중요한 부분들만 정리해 놓았는데도 640페이지나 되는 두꺼운 책이 되었다. 처음엔 그 무게에 압도되어 조심스럽게 목차만 살펴볼 뿐 막상 책을 읽기 시작할 수는 없었다. 알기 쉽게 가나다순으로 정리된 목차를 보며 내가 아는 몇몇의 이름들을 찾아 골라 읽어보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시작으로 "고흐"와 "고갱", "피카소"에 이르기까지 아는 이름들은 하나하나 골라서 다 읽어본 것 같다. 그리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천천히 차를 음미하듯 읽어간 것 같다. 책의 띠지엔 "미술계 거장들에 대한 알기 쉬운 안내서"라 적혀있는데 정말 적절한 표현이라 생각된다. 이것은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돌 때 우리가 한 권씩 챙겨가는 가이드북과 같은 역할을 해준다. 지금 내가 가는 곳이 어디이며 적어도 이것만은 알아두어야 한다는 그들의 당부처럼 이 책은 우리가 그 화가의 작품들을 대하며 알아야할 최소한의 사실들과 그 작품들을 담고 있다. 한 권을 다 읽고 나니 동시대 화가들의 관계와 작품성향들이 조금 정리가 되는 것 같았다.

 

 지면에 허락된 공간은 한정적이다 보니 미처 작품이 함께 실리지 못한 화가들도 꽤 되는 것 같다. 그래도 이 한 권으로 우리가 꼭 알아야 할 501명의 화가들을 다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어디인가! 지금까지 한 작가들의 일생과 미술관, 혹은 미술사에 대한 이야기들만 읽다가 이렇게 시대별로 화가들을 정리해 읽고 나니 복잡했던 머릿속에 앞으로 나아가야 할 이정표를 얻게 된 기분이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인생 속에서 방황하는 청춘처럼, 나침반을 잃어 어디로 가야할지 길을 잃은 한 척의 배처럼 이리저리 흔들리던 나의 미술에 대한 소소한 지식들은 이제 조금씩 자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앞으론 어떠한 작품을 보고 알게 된 화가의 이름을 바로 이 책에서 찾아보면 되니 그림을 즐기기가 한결 더 수월해질 것 같다. 오랜 시간 좋은 친구가 되어줄 <501 위대한 작가>! 두꺼운 무게만큼이나 오래도록 내 곁에 남아 세월의 흔적과 추억들을 함께 해주길 바라며 따스한 손길로 책을 한 번 쓰다듬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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