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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 : 완결 편
이케다 가요코 지음, 한성례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가만히 눈을 감고 아무런 생각도 떠오르지 않도록 마음을 다스려본다. 그리곤 이내 편안해진 마음으로 무념무상의 상태를 즐기다가 눈을 뜨는 순간 이 모든 노력은 순식간에 날아가고 다시 치열한 생존의 현장으로 돌아온다. 세상사는 일이 쉽지가 않다는 이유로 언제나 칼날을 곤두세우고 일 분 일 초의 순간순간을 다투며 치열하게 살아가는 동안 어느새 행복을 위한 일부의 수단으로 돈을 버는 것인지 돈이 있어야 행복해지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행복'이라는 말은 마치 판도라의 상자 속에 홀로 남아있던 '희망'이라는 말처럼 좀처럼 느끼기 힘든 감정으로 여겨졌다. 작고 소소한 일상에서 얻을 수 있는 수많은 행복들이 스스로를 괴롭히며 얻은 스트레스와 여러 상황들에 의해 거북이 등처럼 쫙 말라붙어 버린 것이다. 왜 나는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일까? 어째서 다른 사람들은 나보다 더 많이 가진 거지? 이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욕심들이 바보 같은 열등감과 자괴감으로 이어져 깊고 깊은 우물로 나를 밀어 넣었던 적도 있었다. 헌데 <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이라는 68억 명의 인구가 살고 있는 지구를 100명의 마을로 축소시킨 이 이야기 속에서 나는 모든 것을 가진 부유하고도 선택받은 사람이었다. 어느 누가 알았겠는가? 내가 이렇게 많이 가진 사람이었을 줄, 그리고 우리가 이리도 행복하고 풍족한 삶을 누리고 있었을 줄을 말이다.
68억 명의 세계 인구를 100명으로 축소한다면 나는 도시에 살고 있는 51명 중 한 사람이고 그 51명 중 부유한 나라에 사는 11명에 속했다. 그리고 자연재해의 위험 없이 살아가는 25명에 속했으며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74명중 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깨끗한 물을 먹을 수 있는 82명에 들었다. 1년에 사는 돈이 1300만 원 이상 드는 가장 부유한 16명에 속했으며 젊은 사람 18명 중 대학에 다닌 2명에 속했다. 그리고 젊은 사람을 100명으로 하면 일이 있는 86명에 꼽혔으며 100명 중 0.7명을 차지하는 한국인들 중 한 사람이었다. 문자를 읽을 수 있는 80명의 사람들 중 한 자리를 차지했으며 휴대전화를 갖고 있는 13명에 속했다. 책에서 제시한 조건에서 어느 한 문항도 나쁜 쪽에 속하지 않았던 나는 그간 내가 얼마나 바보 같은 삶을 살아왔는지 절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갖고 싶은 것은 조금만 노력하면 손에 넣을 수 있고 배가 불러 음식을 버리고 때로는 무관심과 부주의함으로 음식을 상하게 해버리는 때도 있었다. 지식에 대한 욕구라는 명목 하에 수많은 책들을 사들이고 잠시라도 행복하고자 여러 번의 외식을 하며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고 밤이 무섭다는 이유로 전기를 켠 채로 잠이 들기도 했었다. 이 얼마나 부유하고 나태한 삶인가. 나는 하나뿐인 지구에서 걱정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상의 20%에 드는 사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행복을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책을 읽고 나서 잠시 할 말을 잃었던 나는 조심스럽게 일상의 소소한 행복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우선 거실의 한 쪽 벽면을 한가득 메우고 있는 나의 책들과 평생을 다해도 다 읽지 못할 넘쳐나는 신간 서적들, 땀을 뻘뻘 흘리며 깨끗이 빨아 보송보송한 햇살을 머금고 하얀 빛을 자랑하는 흰 운동화, 내 옆에서 언제나 미소지어주는 사랑하는 남자친구, 말은 잘 안 듣지만 언제나 든든한 남동생,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 휴대용 게임기, mp3와 같은 전자 제품들, 다달이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급들, 문을 열고나서면 따사롭게 맞아주는 햇살부터 푸르른 나무들까지 나는 정말 많은 것을 가진 사람이었다. 불필요한 비교과 스스로 만들어낸 열등감들 속에 자신을 가두고 힘들게 해왔던 시간들. 이젠 어느 누가 뭐라고 해도 '행복'이라는 두 글자를 온 마음으로 느끼며 살아갈 자신이 생겼다. 100명의 작은 마을 지구촌에서 나는 누구보다 가진 것이 많고 행복한 사람임을 이젠 아니까.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갈 힘이 샘솟는다.
총 네 권의 책으로 되어있는 <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 시리즈 중 마지막 이야기인 이 책의 뒷부분은 보다 현실적인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다. 유엔 정상회의 개발목표들과 가난한 나라에 살고 있는 하노이 투이 씨의 가족 이야기, 그리고 세계를 바꾼 사람들의 가슴 벅찬 업적들, 세계가 좀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좋은 뉴스들, 그리고 여러 통계 자료들로 우리가 살고 잇는 지구의 상황을 보다 중점적으로 알려준다. 세계가 단지 100명의 작은 마을이라는 재미있는 가설로 여러 사람들에게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를 알게 해주고 눈에 보이는 사실적인 자료들로 타인에게 무관심한 우리들에게 작지만 따스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한 손에 들어오는 작은 책 속에 이렇게나 힘차고 대단한 이야기가 들어있을 거라고 누가 상상할 수 있었을까? 이 순간 넘쳐나는 행복 에너지를 절대로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와 함께 솟아나는 이 기운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다.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역시 글! 그리고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깨달음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껴본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