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플랄라
안니 M.G. 슈미트 지음, 아카보시 료에이 그림, 위정훈 옮김 / 파피에(딱정벌레)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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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 동화를 써보겠다고 몇 글자 끼적거린 적이 있었다. 책을 열면 마지막 장을 읽는 순간까지도 쉼 없이 그리고 재미나게 읽을 수 있는 동화의 매력에 빠져 동심의 세계 속에서 홀로 허우적거린 적도 여러 번 이었다. 헌데, 너무 겁 없이 덤볐던지 금세 좌절하고 말았던 기억이 난다. 모든 이에게 읽기 쉽고 아름답게 남을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드는 것은 어쩌면 대학 논물을 제출하는 것보다도 어려운 일일지 모른다. 인정하기 싫지만 스스로의 한계를 너무나 절실히 깨달았던 그 순간 이후부터 동화에 대한 사랑과 집착이 더 커졌던 것 같다. 그런데 힘겨운 일상과 타협해버린 것일까? 아름다운 이야기도 가슴 설레는 모험도 사치라고 느껴진 어느 순간부터 나는 하루하루를 살기에 급급했던 것 같다. 그러던 중 나에게 날아 들어온 [위플랄라]라는 동화는 잊고 있던 나의 소중한 마음과 열정 그리고 순수한 동심을 지그시 자극해주었다.

 위플랄라라는 종족은 마술(그들은 이것을 '재미있는 일'이라 부른다.)을 부릴 수 있는 작은 난쟁이들이다. 그들은 이름도 하나같이 같아서 그냥 모두 '위플랄라'라 불린다. 평범했던 브롬 씨의 집에 마술실력이 서툰 위플랄라가 찾아 온 것은 비단 우연만은 아닐 것이다. 조금은 무료한 일상을 보내고 있던 브롬 씨와 그의 아이들 넬라 델라와 요하네스는 위플랄라와 함께 상상도 못한 모험의 세계로 뛰어들고 작아진 몸으로 인간이었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온갖 고생과 두려움을 경험해야만 했다. 조금은 시시하게 문제가 해결되고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가지만 이것 또한 동화를 읽는 재미가 아닐까 생각하며 빙그레 웃어보았다.

 언제나 일에만 바빴던 브롬 씨와 아이들은 어딘가로 놀러가거나 재미난 일은 좀처럼 경험하기 힘든 이들이었다. 아빠인 브롬 씨는 몸이 작아져 아무 일도 할 수 없게 됨으로써 아이들과 더 오랜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었고 가족에 대한 굳건한 애정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나약한 어린이들에 불과했던 넬라 델라와 요하네스는 처음으로 인간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며 그들 앞에 놓인 각가지 난관들 속에서 지혜와 용기를 키워간다. (그래! 지혜와 용기, 사랑은 언제나 동화에서 빠지지 않는 감초다!!) 그들이 헤쳐나간 모험들이 너무 나이 들어버린 내가 읽기에 흥미진진하고 스릴이 넘치지는 않았지만 책에서 눈을 뗄 수 없었던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만일 내가 새끼손가락만큼 작아져서 브롬 씨 가족을 따라다녔더라면, 큰 재킷 주머니 속에 들어가 눈을 빠끔히 내밀고 바깥세상을 바라보았더라면 어땠을까? 즐거운 상상의 나래 속에서 어느새 나는 순수하고 아름답던 어린 시절의 나로 돌아간 것 같았다.

 어느 날 문득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이 너무 낯설게 느껴져 깜작 놀랄 때도 있고 머릿속으로 계산하며 행동하는 내 모습에 스스로 실망한 적도 많았다. 물론 앞으로도 그런 날이 아주 많은 테지만 그럴 땐 나를 모질게 질책하기 보다는 동화를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위플랄라]를 읽으며 얻은 기분 좋은 기운을 오래도록 가슴 속에 남겨두어야지. 그리고 어떤 사소한 이유나 스트레스로 인해 이 소중한 행복을 잊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위플랄라~ 너는 브롬 씨 가족 뿐 아니라 내 마음 속에도 마법을 걸어 두었구나. 귀여운 나의 꼬마친구!! 언제나 네가 보고 싶을 것 같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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