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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라리 on the Pink
이명랑 지음 / 세계사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어리다고 놀리지 마라요~ 수줍어서 말도 못하고." 그래, 이 노래는 우리가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이승철의 '소녀시대'야. 최근엔 소녀시대라는 그룹이 리메이크하기도 했지. 근데 이 노래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본 적 있니? 요즘 어린아이들이 과연 가사 속 주인공처럼 저렇게 순수하고 순진할까? 내 대답은 절대 아니올시다야. 요즘 아이들이 얼마나 무서운지 그건 겪어보지 않아도 잘 알 수 있지. 고딩보다는 중딩이 무섭고 중딩보다 초딩이 더 무개념인 이 세상 속에서 어쩌면 그들을 고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건 애초부터 힘든 일인지도 몰라. 하지만 우리가 그 나이일 때를 생각해봐. 우리 그땐 어른들이 너무도 우리를 이해해주지 못한다며 투정을 늘어놓고 나는 이미 다 컸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었니? 그걸 기억하지 못한다면 너는 너무나 아까운 추억을 놓아버린 걸 거야. 난 우연히 우리 시절에도 있었던 소위 날라리라고 불리던 아이들을 만났어. 바로 [날라리 on the Pink]라는 책을 통한 만남이었지.
갓 고등학교에 올라온 아이들이 세상을 알아가는 이야기, 조금은 비뚤어지고 그릇된 방향이지만 나름대로의 소신과 생각을 갖고 있는 아이들의 속사정을 들었어.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상업 고등학교의 학생이 어른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의 문제아가 되기까지 그 시간은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더라고. 한 1년 정도? 근데 생각해보니 애초부터 그 아이들을 문제아의 틀에 가둔 건 다름 아닌 우리들이 아닐까라는 의문이 생기는 거야. 15,16의 나이에 입시를 치르게 하고 인문계와 실업계라는 두 갈래 길을 선택하라니. 조금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공부를 못한다는 이유로 가고 싶은 학교를 못 간다니 조금 황당하잖아. 무슨 대학도 아니고 고등학교부터 말이야. 그런 사회적 틀 속에서 한 번 분류된 아이들이 탈선의 길로 쉽사리 빠지게 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
아이들은 처음엔 자기 학교 옆의 여대에서 담배를 빨거나 몰려다니며 소주나 홀짝이는 정도의 탈선을 일삼았어. 그 정도는 솔직히 그리 심각하다고 보이지가 않았지. 너도 나도 학교 다닐 때 다 한 번쯤 해본 일이잖아. 그치? 하지만 아이들의 수위가 점점 심해지는 거야. 다 같이 가출을 해서 거리로 나가고 남자아이들의 방에 얹혀 지내며 몸을 주고 마음엔 상처를 입고 결국은 학교로 다시 끌려와 문제가 시작되었던 그 곳에 다시 앉아 있더라고. 마음이 너무 아프더라. 이야기 속 아이들이 골이 비었다느니 미친x라느니 욕하는 사람들 분명 있었을 텐데. 나는 정말이지 마음이 아프더라고. 누구는 이 소설을 읽고 유쾌하고 재미나 다더라. 근데 나는 있지. 이 소설 재미있지가 않았어. 나는 나름 심각했다는 말이지. 아이들이 받았을 상처와 그들도 생각이라는 걸 할 줄 아는 (단지 좀 지나친 방황을 했을 뿐) 한 사람의 인격체라는 걸 우리가 좀 알아주었으면 했어.
싸움의 기술을 알려주는 동아리에서 교복을 입고 기술을 익히며 학교 선생님이 자신들을 보러 와주길 바랬던 그 아이들처럼 어쩌면 지금도 너무나 많은 아이들이 거리에서 우리가 마음을 열고 다가와 주길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서슬 시퍼런 눈과 걸레를 문 듯 걸게 내뱉는 말을 자신의 방어구라고 생각하면서 말이야. 아이들을 돌아왔지만 마음의 상처와 처녀성을 잃었다는 무거운 생각은 쉽사리 사리질 것 같지가 않았어. 그런데도 심각하기보다는 가볍고 유쾌해 보이는 그 아이들이 나는 정말이지 신기해서 100% 이해하기는 힘들더라.
친구야, 우리가 보냈던 질풍노도의 역동적이었던 어린 시절은 기억하니? 같은 또래의 친구들에게 위협하듯 말을 내뱉고 삥을 뜯지는 않았어도 선생을 욕해보거나 한 번쯤 가출을 꿈꾼 적은 있었잖아. (뭐 가출까지 해보았다면 나보다 한 수 위겠지만.^^) 이 이야기는 방황하는 청춘들의 이야기야. 부디 꼼꼼하게 읽고 우리의 그 시절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어. 더불어 요즘같이 심각한 청소년 문제의 사회에 대한 적절한 비판도 잊지 말고 말이야. 겪어봤기에 더욱 이해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십대시절, 방황하며 거리로 나갔던 우리의 친구들을 떠올리며 그 아이들이 지금은 어떤 모습일지 너무나 궁금해지는 밤이다. 그 아이들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갑자기 너무 보고 싶어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