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 몸, 마음, 영혼을 위한 안내서
아잔 브라흐마 지음, 류시화 옮김 / 이레 / 200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술 취한 코끼리를 본 적이 있는가? 아마 그렇다고 대답할 사람은 적어도 내 주위엔 단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럼 질문에 앞서 약간의 설명을 곁들여 보자. 당신은 스스로를 이길 수 없어 울며 소리치고 자신에게 상처 준 적이 있는가? 자꾸만 커져가는 욕심에 정작 손에 쥐고 있는 행복은 보지 못하고 자신을 괴롭히지는 않았는가? 다스려지지 않는 인간의 마음은 술 취한 코끼리만큼이나 위험하다. 다시 한 번 묻겠다. 당신은 술 취한 코끼리를 본 적이 있는가? 내 대답은 "네, 본 적이 있습니다. 바로 제 자신을 보았습니다."일 것이다.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는 내내 잔잔하다. 물결하나 일지 않는 잔잔한 호수처럼 조용히, 하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 옷이 흠뻑 젖도록 가슴 속 깊이 밀려온다. 짧은 이야기들 하나하나가 모여 커다란 깨달음을 주고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술을 좋아하고 화를 잘 내며 포기라는 단어를 인정할 수가 없어 아집을 부리던 나의 모습들이 부끄러운 영상으로 다가오며 자꾸만 고개가 숙여졌다. 나는 무엇을 위해서 살고 있는가? 그리고 내가 살아가며 추구해야 할 진정한 삶의 진리는 무엇인가? 도대체 어찌하면 최선을 다 해 잘 살았다는 말을 할 수 있는가? 등의 끊임없는 질문의 끝은 굳이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해답과의 조우로 사그라진다. 이토록 잔잔하게 그리고도 명확하게 사람의 마음을 꿰뚫는 책이 또 있을까?

 바쁜 일상 속에서 스스로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볼 기회를 준 시간이었다. 보통 영혼의 울림을 위한 책은 재미없게 마련인데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는 정말이지 재미있고 유익한 책이었다. 간간히 나오는 작은 종이에 그려진 삽화는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고 그 글 역시 그림 못지않게 아름답고도 의미가 깊어 잠시 읽기를 멈추고 입 속에서 토르르 토르르 혀를 굴리며 속삭여보기도 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사람이라는 말이 있는데 그렇다면 내 자신도 그 속에 속할 터, 내가 나를 이기지 못한다면 세상살이가 쉽지도 즐겁지도 않을 것이다. 살면서 많은 일들을 겪게 되겠지만 그 중 상당수는 스스로의 화가 불러들인 일일 것이다. 그럴 때면 화를 내고 발을 동동 구르기보다는 이 책을 다시 꺼내 가만히 새벽이슬을 맞으며 나를 다스려봐야겠다. 잘 해낼지 자신은 없지만 지금의 기분으로는 못할 것이 없을 것 같기에 자신감이 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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