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파스 1
오진원 지음 / 풀그림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처음 [파파스 1권]을 만나게 되었을 때 외국 소설 분위기가 물씬 풍겨 작가가 누구인지 살펴보았다. 허나 웬걸 나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이 소설은 한국의 한 작가가 시리즈로 펴낸 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시리즈라고는 하지만 각각 다른 이야기로 진행되어서 2권이나 3권을 따로 읽어도 무난하다는 이 책, 도대체 어떤 내용의 이야기일지 기대되었다. 사실 내가 이 책에 대해 지대한 궁금증과 기대를 갖게 된 이유는 표지에 적혀 잇는 '3일 안에 아빠를 사람으로 만드는 방법'이라는 문구 때문이었다. 어찌 보면 너무도 건방지다 느껴지는 이 책, 어떤 사연이 담겨 있을지 알고 싶은 마음에 조급해졌다.

 한국소설이라고는 하지만 주인공들은 외국인이었다. 그리고 차마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을 상상 속의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엄마를 잃고 괴로워하던 아빠가 술에 절어 아이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견디다 못한 아들이 간절히 외운 주문에 개가 되어 버린다. 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이야기인가. (3일 안에 아빠를 사람으로 만들어야 하는 이유와 그 방법은 말하지 않기로 하겠다.) 하지만 그 내용이 재미있고 그림 또한 예뻐 손에서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작가가 그런 무리한 설정을 통해서라도 우리에게 알려주고 싶었던 것이 무엇인지 잘 알 것 같다.

사랑하는 부인을 잃게 된 아빠의 심정을 잘 알지 못한 아이들이 있다. 변해버린 아빠의 모습에 힘겨워했을 아이들의 입장을 미처 헤아리지 못한 아빠는 아들이 외운 주문을 통해 개로 변해버린다. 그 시점으로부터 그들은 서서히 서로를 이해해간다. 너무나 고통스러웠을 아빠의 마음을 그리고 변해버린 아빠로 인해 상처받았을 아이의 마음을 알아가며 상대가 입었을 자그마한 상처들을 따스하게 감싸준다. 개로 변해버린 아빠와 아이들의 마음이 통하기 시작하자 나는 자꾸만 눈물이 흘렀다. 다섯 살 난 딸아이가 엄마 냄새라며 걸어준 재스민 꽃목걸이를 보며 가슴이 뜨거워지고 눈시울이 달아올랐다.

 그래, 우리는 언제나 행복해지길 바란다. 그러한 마음이 때로는 우리를 조급스럽게 만들어 판단력을 흐리게 한다. 하지만 좀 더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소중한 것 하나를 잃었다고 해서 당신의 모든 것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미 손 안에 가지고 있는 행복마저 놓쳐버리는 바보 같은 짓은 하지 말자. 그리고 조금만 더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서로를 배려한다면 세상은 더 따뜻해질 것이다.

 엄마를 잃고 절망했을 아빠의 마음, 폭력이 두렵고 예전의 따스했던 아빠가 사라져버렸다는 생각에 아픔을 겪은 아이들, 그리고 엄마는 비록 죽었지만 가슴 속에서 영원히  살아있다는 것을 알게 된 그들의 앞길에 앞으로는 핑크빛 행복만이 가득하길 빌어주었다. 동화를 읽으면서도 울다니 나는 아직 애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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