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빵빵빵, 파리
양진숙 지음 / 달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집으로 돌아가는 길 언제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좋은 향이 있다. 바로 빵을 굽는 냄새. 동네의 빵집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맛이 있고 장사도 잘 되는 그 가게를 보고 있자면 나도 제빵 기술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돈을 벌고 싶어서도 거창한 빵집을 가지고 싶어서도 아닌 그냥 단지 맛있는 빵을 만들어보고 싶어서이다. 눈앞에 펼쳐진 초콜릿, 눈부시도록 빛나는 케이크들, 그리고 맛 좋은 슈크림 빵들을 바라보며 나는 오늘도 춤을 꿀꺽 삼켰다.
[빵빵빵, 파리]는 일반적인 파리 여행이 아닌 빵과 함께 하는 오로지 빵을 위한 파리의 여행을 소개한다. 갑자기 파리바게트라는 유명한 제과 브랜드가 생각이 났다. 아니나 다를까 역시나 프랑스의 파리하면 바게트라고 외치는 저자의 씩씩한 글들을 읽으며 나는 조금씩 파리에 그리고 그 곳의 빵들에 녹아들었다.
짧은 글들의 시작을 알리기라도 하듯이 각 글의 시작엔 멋진 빵들의 사진이 실려 있다. 전문적인 사진작가가 찍은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진 속의 빵들은 섬세하고 맛있어 보였다. 침을 꼴깍꼴깍 삼켜가며 작가가 들려주는 달콤한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스르르 눈을 감고 파리의 모습을 상상하고 그 곳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빵들의 모습을 그려보았다. 프랑스라는 나라, 그리고 파리라는 곳에 한 번쯤 가보고 싶다고 가볍게 생각했던 나는 이제 그 곳으로 꼭 가야할 이유를 찾은 것 같다. 이 책에 실린 여러 빵집의 예술 작품들을 하나라도 직접 눈으로 보고 입으로 혀로 그리고 온 마음으로 느껴보고 싶다.
프랑스로 떠나기 전 빵 한 번 만들어 본 적이 없다는 작가가 프랑스로 가서 빵 만다는 법을 배우고 빵과의 사랑은 더욱 깊게 다져나간 기분 좋은 글들을 읽으며 왠지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내가 좋아하는 것을 위해서 이렇게 멋지게 인생의 경로를 정할 수 있을까? 그리고 나에게도 그런 맛 좋은 빵들은 만들 수 있는 날이 오게 될까? 그나저나 큰일이다. 이 책을 읽고 그동안 꾹 참으며 조금씩 사먹던 빵을 며칠간 매일 먹고 있어서. 이러다 돼지가 되는 건 아닌지...^^:
빵과의 즐거운 여행을 마치며 프랑스를 그리고 그 중심인 파리를, 무엇보다도 그 곳에 있는 언젠간 꼭 먹고 말 사랑스러운 빵들을 가슴에 담았다. 하늘을 둥둥 떠다닐 것만 같은 기분 좋은 상태로 나는 이제 빵을 만들기 위한 기본기에 눈을 돌리고 있다. 만들어 보자. 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