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후, 일 년 후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최정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처음 받았을 때 참 예쁘다는 생각을 했다. 멋진 책의 디자인뿐 아니라 띠지에 새겨져있는 사강의 젊은 모습까지도. 하지만 나는 그녀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단지 너무나 유명한 작가였고 신드롬을 일으킬 정도로 강한 매력과 알 수 없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만 알 뿐 정작 그녀의 작품은 읽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프랑스 책은 많이 읽어 본 적이 없었기에 사강 그녀의 작품을 읽기에 앞서 내가 과연 그녀의 작품을 있는 그대로 내 진심을 다해 받아들일 수가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한 달 후, 일 년 후]에는 여러 인물들이 나온다. 파리의 눅눅하고 암울한 분위기를 그대로 담고 있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나는 단 한 순간도 밝은 태양의 따스함을 느끼지 못했다. 왜일까? 읽는 동안 알 수 없는 공허함에 시달리며 나는 원인모를 걱정과 편치 않은 마음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스물다섯이라는 매력적인 나이와 그에 걸맞지 않은 부를 가진 여주인공 조제. 작가인 사강이 너무나 사랑했다는 조제라는 인물을 이 한 권의 책으로 안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조제를 사랑하는 베르나르와 자크, 그런 베르나르를 사랑하는 착한 아내 니콜과 옛 여자 베아트리스, 아름다운 베아트리스를 사랑하여 너무나 괴롭고 불행한 남자 에두아루와 그의 삼촌 알랭 등 그들 사이를 오가는 사랑의 감정과 심연의 슬픔을 담은 프랑스의 감수성은 솔직히 이해하기 힘들었다. 사랑의 감정을 느끼면서도 나는 가슴 한 구석이 아파왔고 그 사랑으로 인해 받은 상처 속에서 이름 모를 치유와 또 다른 내일을 기다리는 내 자신이 이해할 수 없으면서도 또 한 편으로는 너무나 이해가 되었다. 어지러이 흘러가는 감정의 물결 속에서 나는 프랑스 감수성의 끝자락을 겨우 붙잡아 이야기의 끝까지 힘겹게 끌려 간 기분이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아쉬움이 밀려왔다. 차마 다 알 수 없었던 여러 주인공들에 대한 연민과 그리고 사강이라는 아름다운 여인의 작품을 제대로 음미 할 수 없었던 부족한 내 자신 때문에 마음을 진정시킬수가 없었다. 손끝까지 저려오는 미세함 떨림을 느끼며 나는 사강이라는 사람에 대해 더 알고 싶어졌다. 그리고 그녀가 사랑한 주인공 조제에 대해서도. 한 달이 지나도 일 년이 지나면 사랑하는 마음이 변하고 사라져 모두가 고독해질 거라는 베르나르와 그렇게 생각하면 미쳐버린다며 그를 토닥이는 조제의 건조하고도 힘 있는 목소리가 여전히 귓가에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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