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 - 일등과 꼴찌는 습관이 다르다
박수현 지음 / 글로세움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오늘 새벽 5시 잠든 지 채 세 시간도 지나지 않아 눈을 떴다. 더 자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일 년 반 동안 다니던 영어회화학원의 졸업식이 내일이라 오늘까지 졸업연설문은 제출해야했기 때문에 나는 잠을 설쳐가며 글을 준비해야했다. 학원이 끝나고 잠시 쉬다가 바로 일터로 향했다. 아직 교육단계라 수입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찌나 할 일이 많은지 오늘도 이런 저런 교구들을 만들다가 끼니를 놓쳤다. 이상하게 무엇도 먹기가 싫어 그렇게 점심 저녁을 흘려보내고 집에 가서 급하게 마무리해야 할 일들을 걱정하며 집으로 향했다. 버스를 잘못타서 집보다 너무나 먼 곳에서 내려버린 나는 갑자기 서러워졌다. 나는 오늘 아무것도 먹지 못했고 지금 양손가득 만들다 만 교구들과 그 재료를 들고 무거움에 허덕이고 있었다. 갑자기 서러움이 울컥 치밀어 올라 길에서 큰소리로 엉엉거리며 울고 말았다. 자기 몸보다도 무거워 보이는 짐을 질질 끌며 전화기를 붙잡고 우는 나의 모습은 참으로 볼썽사나웠을 듯하다.

 내가 왜 그랬을까? 나는 너무나 외로웠다. 바람은 차고 짐은 많고 집에서 너무나 멀리 떨어진 곳에서 홀로 우두커니 남았기에. 평소 같으면 대수롭지 않았을 일이 오늘은 너무도 서럽게 느껴졌다. 그런 내가 집으로 빨리 돌아와 해야 할 일들 중 하나가 바로 [습관]이라는 이 책을 읽는 것이었다. 서둘러 읽어야 했으므로 마음이 급해지고 내용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처음엔 주인공들의 이름도 헷갈리더니 신기하게도 차츰 마음이 편안해지기 시작했다. 책의 내용이 길지 않고 어렵지 않아 수월하게 읽어갈 수 있었다. 그러다가 나는 이 책 속에서 내가 오늘 울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발견했다.

  "안 미루고 하면 뭐가 좋으냐고? "

  "가장 좋은 건 시간에 끌려가지 않아도 된다는 거지."   ---- P 107

  "새 습관은 삼일을 넘기기 힘들고, 그 다음엔 일주일, 또 그다음엔 삼 주일을 넘기기 힘들데."   ---- p 162

 오늘 나는 유난히 해야 할 일들이 많았다. 미루고 미루던 일들의 데드라인이 오늘로 몰려있었던 탓이었다. 언제나 마감날짜에 일을 처리하는 이 죽일 놈의 습관은 도무지 고쳐지지가 않았고 그것은 오늘과 같은 극한 상황을 초래했다. 내가 집에 와서 해야 할일은 [습관]이라는 이 책을 읽고 서평을 올리는 것과 오늘 울산에게 올라와 우리 집에서 자고 갈 친한 언니를 위해 언니가 도착하기 전에 내 방을 청소하는 것이었다. 책은 틈틈이 먼저 읽어 오늘같이 바쁘기 전에 서평을 썼으면 됐을 것이고 방 청소는 애초에 어지르지 않았으면 크게 부담될 일이 아니었다. 나는 언제나 내가 해야 할 일들을 뒤로 미루고 때가 임박해서야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처럼 하는 안 좋은 습관의 노예였던 것이다. [습관]을 읽으며 나의 숨기고 싶었던 치부를 적나라하게 들키는 순간 나는 부끄러운 한편 왠지 속이 시원해지는 것을 느꼈다. 잘못된 점을 알았으니 이제 고칠 일만 남은 것이다. 위에도 적었듯이 새 습관이 몸에 배려면 40일은 지나야 한다. 나에게 그 기간은 너무도 멀고 험한 여정일 테지만 나는 이번만큼은 게으름을 꼭 잡아야겠다고 다짐했다. 항상 준비된 사람이고 싶기에 이제는 나를 좀 더 괴롭히고 혹사시켜 부지런하게 만들어야겠다. 이것은 나를 사랑해서, 보다 나은 내가 되기 위한 올바른 채찍질이라는 것을 알기에 하루하루 열심히 노력해볼 생각이다.

 한 시간이 좀 넘는 시간동안 다른 생각 없이 열심히 읽어간 이 책에서 나는 새로운 습관으로 길들여진 밝은 모습의 나를 만날 수 있었다. 너무도 부지런히 일해서 내일 혹은 일주일 후의 일들을 미리 처리하고 있는 내 자신을 바라보며 나는 부디 이것이 멀지않은 미래의 내 실제 모습이기를 간절히 소망했다. 부디 책을 읽으며 느낀 이 뿌듯한 감정과 나의 다짐이 오래도록 변치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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