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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년의 나이테를 읽다 - 20세기 100년을 살아낸 사람들의 인생 이야기
니나 엘리스 지음, 박주영 옮김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예전에 텔레비전에서 장수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사람이 어떻게 하면 오래 살 수 있는지 그리고 일본의 장수마을들을 비롯한 여러 곳의 백세가 넘은 노인 분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솔직히 늙는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죽는 것은 무섭고 이렇든 저렇든 사람에게 있어 나이 듦이란 솔직히 두려운 존재가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백년의 나이테를 읽다]라는 책을 통해 내가 얻고자 한 것은 장수의 비결도 혹은 죽음에 관한 이야기들도 아니다. 단지 백세가 넘은 분들은 어떠한 생각을 하고 어떤 마음을 갖고 계실지 궁금해 그 분들의 이야기들에 귀를 기울이고 싶었다.
이 책의 저자는 백 살이 넘은 분들에 관한 라디오 프로를 기획하기위해 그 분들을 만났고 처음에는 단지 자신의 일을 위한 사무적인 만남의 반복이었지만 그녀는 차츰 그 속에서의 삶의 진리와 여러 가지 중요한 것들을 배우게 된 것 같다. 그녀가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속에 새겨간 것들을 입 밖으로 내뱉어 되뇌어 보기도하고 때로는 우울해지기도 했다.
그 분들은 내가 태어난 세기와는 다른 세기의 분들이었다. 1800년대 후반에 태어나신 그 분들은 세계 1,2차 대전과 미국 대 공황과 같은 실로 엄청난 일들을 겪으셨고 지금은 자신들이 참여하기 힘든 급속도로 성장한 사회 속의 한 부분에 조촐하게 자리 잡고 계셨다. 사람의 삶은 같을 수가 없듯이 오락가락하는 정신으로 양로원에서 간병인의 보살핌을 받고 계신 분이 있는가하면 아직도 자신의 일을 갖고 열정적인 삶을 살고 계시는 분들도 있었다. 나는 가만히 나의 노후를 생각해보았다. 일 년 후의 일들도 확실히 상상할 수 없는 이 상황 속에서 백 세, 아니 노인이 된 나의 모습을 떠올리기는 참으로 어려웠다. 시간이 얼마나 덧없이 빠르게 흐른다고 했던가. 언젠가 나에게도 찾아 올 그 날을 나는 거부 할 수 없기에 가능하다면 백세가 넘는 나이에도 행복하고 건강하게 사시는 몇몇 노인 분들처럼 살고 싶다.
십 자리의 년도 수가 다른 사람을 만나기는 쉽지만 백 자리의 년도 수가 다른 분들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물론 1900년대의 후반에 태어난 내가 운 좋게도 천 자리수가 바뀌는 시기를 맞았지만 1800년대에 태어나신 분들을 책으로나마 만날 수 있었던 건 가히 행운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그 분들의 이야기를 통해 나는 나이에 상관없이 삶은 계속 진행되고 있는 것이고 늙고 노쇠해진 자신의 모습을 탓하기 이전에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을 아까운 줄 알고 즐겁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직은 먼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나의 노년이 행복하기를 바라며. 그리고 그 분들이 편히 쉬시길 바라며 조용히 하루를 마무리해본다.